당시 - 동양 시가의 황금시대를 연 명시 200편
김원중 엮어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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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의 꽃이라 불리는 '한시'는 당나라 시대가 전성기였다. 그것도 이백, 두보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성당시기가 한시의 절정기였다. 천 삼백여 년이 넘는 장구한 시기에 수많은 시인이 밤하늘의 별처럼 명멸을 거듭했고 당(618~907)나라가 존재했던 약 290년간 수만 수의 한시가 쌓여 후에 당시집으로 편찬되기도 하였다. 이백은 약 1,100여수의 시를 지었다는데, 우리에게 알려진 명시는 그 일부에 불과하다.  당시의 발전단계는 크게 네 시기로 나누는데,

 

초당시기(初唐時期)에는  주로 왕발, 양형, 노조린, 낙빈왕 등 초당사걸과 심전기, 송지문, 류희이, 진자앙을 들수 있다. 이 시기의 시는 육조(六朝)의 화려한 시풍을 따르면서 새로운 풍격을 모색한 단계하고 할 수 있다. 왕발의 '등왕각', 노조린의 '곡지의 연꽃(曲池荷)', 낙빈왕의 '역수에서 이별하며(於易水送人)' 가 널리 알려졌다. 류희이의 '늙은 백발을 슬퍼하며(代悲白頭翁)'와 진자앙의 '유주대에 올라(登幽州臺歌)'도 좋은 시다.  

 

성당시기(盛唐時期)는 당시의 황금기이자 당시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했다. 안사의 난 (755~763) 이전의 낭만적인 시풍이 있는가 하면, 안사의 난 이후 시대상을 담은 현실적이고 침울한 시풍도 있다. 또 가행체 위주로의 변새(邊塞)의 풍물과 생활을 노래한 시도 유행했고 은일사상의 영향으로 자연시도 창작했다. 고적과 잠삼을 대표로 하는 변새시파는 변방의 종군생활을 묘사하면서 나라에 공을 세워 보답하겠다는 웅혼한 기상을 노래했고 가족과의 이별로 인한 애환시를 쓰기도 했다. 고적의 '섣달 그믐날 밤에(除夜作)', 잠삼의 '사막에서 짓다(적中作)'가 유명하다.

 

시불(詩佛)이라 불리는 왕유와 맹호연을 대표로 하는 산수 전원시파는 강호의 산수와 전원의 경물을 묘사하면서 은밀하고 한적한 생활을 추구하고, 정치적으로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는 괴로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왕유의 '9월9일 중양절에 산동에 있는 형제를 생각하며(九月九日憶山東兄第)'와 맹호연의 '봄날새벽에(春曉)'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백은 당대 낭만 시인의 제1인자이며, 그의 시는 안사의 난 이전의 당대 시 정신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조국의 금수강산을 노래했고, 광명과 자유를 추구했고, 귀족과 봉건제도를 부정하기도 했고, 암흑같은 현실에 반항정신을 표출하기도 했다.

 

두보는 사실주의적 사회파 시인이며, 유가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사상가였다.그는 안사의 난을 전후한 시기의 사회생활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했기 때문에 시를 통해 주로 비참한 현실상을 반영했다. 그의 시를 시사(詩史)라고 부르는 까닭은 그 시대의 역사적 사변과 사회적 모순을 진실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중당시기(中唐時期)는 성당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 세계를 모색했다. 특히 백거이는 사실주의 시의 발전방향을 제시했으며, 시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백성들의 고통을 알리고 지배계층의 횡포와 비리를 풍자하려고 했다.백거이, 원진을 비롯한 사회시파외에도 산수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느낀 한적한 심경을 주로 노래한 산수 전원시파가 있다. 위응물과 유종원 등을 들 수 있고 이 밖에도 독특한 시풍의 소유자로 이하(李賀. 귀신 시를 잘씀)를 들 수 있다. 백거이의 '비파행(琵琶行)'과 원진의 '행궁(行宮)', 위응물의 '기러기 우는 소리를 들으며(聞雁)' 유종원의 '눈발 흩날리는 강가에서 (江雪)', 이하의 '가을바람에 부치는 감상(感諷)' 등이 유명하다.

 

만당시기(晩唐時期)는 두가지 특성을 지니며 발전했다. 하나는 초당의 유미주의적 시풍의 재현과 성당 후기의 사실주의적 시풍의 지속을 들 수 있다. 유미주의적 시풍은 성당의 맹교, 가도 등이 보여준 세밀한 기교와 초당 때의 섬약한 시풍이 융합된 것이었다. 대표적 작가로 두목, 이상은, 온정균 등이 활약했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은 청려하면서도 섬세한 풍격을 지녔으며, 깊은 정서를 세련된 언어로 표현했다. 사실주의적 시풍의 시인들로는 피일휴, 섭이중, 두순학 등이 있다.두목의 '산행(山行)' 이상은의 '비오는 밤에 아내에게(夜雨寄北)' 온정균의 '몽강남(夢江南)'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唐詩)는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주는 보석이며 인류사의 훌륭한 문화적 자산이다. 특히 기계문명이 날로 발전해 가는 현시대에 당시의 역할은 나날이 커지리라 여겨진다. 한시는 문자향의 극치라 불릴 정도로 예로부터 글읽는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중국이 세계적 강국으로 급부상한 것도 유교사상과 한시 같은 무형의 자산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외교에 있어서도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유명한 한시 한 편을 인용하여 그들의 뜻을 전하기도 한다.(2013년 박대통령이 중국 방문 시 시진핑 주석 은 '왕지환의 관작루에 올라<登觀雀樓>'를 선물했다.)  옛 것은 고루하고 난해하다고, 중국의 것이라 무조건 외면하기 보다는 우리의 외교에 도움이 되고, 정신문화를 풍성하게 해 줄 수 있다면 한시를 배울 가치가 오늘날에도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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