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대형서점에 들러 'MB의 비용'에 대해서 훑어보았다. 100% 다 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각 분야의 전문가 16인이 쓴 글이라 믿어보기로 했다. 내용을 대충 읽어 보니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도록 우리 국민들은 왜 방치만 하고 있었는가?

각계의 지식인을 자처하는 전문가들은 왜 이러한 실정을 알리지 않았는가?

정론 직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언론사는 정권의 감시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민주정치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나 한 지 정말 의문투성이다.

 

인터넷망이 전 세계를 이웃집처럼 드나들고 온갖 정보들을 속속들이 교환할 수 있도록 잘 갖춰진 광명한 세상에 그렇게 엄청난 국고를 탕진하도록 우리들은 보고만 있어야 했는지? 19876·29 선언으로 5년 단임제가 확립된 이래 우리는 그나마 장기집권이 횡행하던 시대에 비해 좀 더 나은 민주정치가 시행되리라 믿어왔다. 그러나 우리 정치체제는 바뀌었는지는 몰라도 정치 습성은 예전 그대로인 듯하다. 정권을 거머쥐는 정당이 주요요직을 차지하는 엽관제의 형태에서 보듯이 포용과 융합의 정치는 온 데 간 데 없고 대통령의 당선에 공적이 뚜렷한 가신들만 핵심 보직을 독차지 하여 왔다. 그러니 늘 나라가 평안할 날이 없고 여당과 야당은 이전투구씩 싸움만 횡행한다. 그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게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5년의 임기만 끝나면 되풀이되는 전 정권의 비리와 과오에 대한 심판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언제쯤 멈출 것인지 안타깝고 창피하기만 하다. 무한 경쟁이 난무하는 국제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아니 남북이 갈라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정쟁에 몰입하고 국고를 낭비하면서 혼란에 빠져 있을 때인가 싶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어떠한 나라도 자기의 국익을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우리만 뒤처지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불운하게도 광복이후 18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도 아직까지 존경할 만한 대통령이 한분도 없다. 미국의 링컨이나 제퍼슨, 루즈벨트, 케네디 같은 훌륭한 대통령이 한 분이라도 있어야 국민의 사표로서 존경하고 우러러 볼 것인데 늘 임기동안 자화자찬만 벌이다가 정권만 바뀌면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만큼 우리 정치문화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방증도 되겠다. 언제부터 보수와 진보가 갈려 민주당과 공산당이 싸우던 것처럼 서로 원수 보듯 폄훼하고 비난하니 국민이 아예 두 패로 양분된 것 같다. 이러한 작금의 사태도 다 정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해서 그런 것일 것이다.

  

또 허구한 날 좁은 땅덩이에서 경상도, 전라도 타령에 국론이 분열된 지 오래다. 경상도면 어떻고 전라도면 어떤가, 중국의 등소평이 주장했던 '흑묘백묘론'처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이지, 출신이 무엇이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다.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펴고 나라를 편안하게 만드는 대통령이면 나는 출신을 묻지 않고 뽑아주고 싶다. 사설이 좀 길어졌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정권만 바뀌면 마녀사냥을 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정치행태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어보면 MB집권 5년 동안 각 분야를 통틀어 189조원의 예산이 낭비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375조 정도인 걸 보면 약 절반이 넘는 돈이 허투루 쓰인 셈이다. 국민 한 사람당 그 돈을 나눠 줘도 수백만 원씩은 돌아갈 것이다. 이토록 소중한 혈세로 걷어진 세금을 방만하게, 책임의식 없이 낭비한 MB정권은 마땅히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세기 수많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일제강점기 35, 6.25전쟁 3년을 겪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특히 한국의 독립을 위해 국내에서, 만주벌판에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독립투사의 후손들은 지금도 대부분 못살고 어려운 반면, 일제 앞잡이로 앞장서서 영화를 누린 자들의 후손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1948년 친일반민특위때 제대로 된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졌다면 지금 같은 나쁜 선례가 남지 않았을 것이다. 189조원을 낭비하고도 누구하나 죄송하고 잘못했다고 자인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것은 그 때 청산을 제대로 못한 악영향의 유폐다.

 

근래 들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보면, 집권 5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다가 부작용이 일어나는 면이 있어 검토해 볼만 하지만, 안 좋게 보면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으로 얼마든지 장기집권을 획책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에 좀 조심스럽기도 하다. 정치체제가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를 우리에 맞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만시지탄의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양심 있는 전문가 16인이 'MB의 비용'이란 책을 뒤늦게 출간하여 국민들이 실상을 낱낱이 알게 된 걸 다행으로 여기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역사적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길이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언론사에서도 정권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정치권의 잘잘못을 공정하고 신랄하게 보도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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