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사형제도와 형벌의 모순을 다룬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속담인데, 제3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 가능한 얘기지만, 피해 당사자나 가족의 심정으론 이 속담이 전혀 와 닿지 않을 것이다. 8살밖에 안된 어린 딸을 목졸라 살해한 범죄자를 두고 사형과 무기징역 간의 밀고 당기는 법정다툼에서 유족의 원통함과 피고인의 인권을 저울질하고, 16살 중학교 풋사랑때 낳았던 아기를 엉겹결에 살해하고, 죄책감에 오랫동안 의사로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온 사람을 살인죄로 다시 처벌하는 문제의 형평성을 두고 형벌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형벌제도가 여러가지 모순과 갈등을 안고 있기에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유보한 채 그 판단의 몫을 독자에게 넘긴다.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쉽게 읽히지만 결코 쉽게 다룰 수 없는 묵직한 주제를 진중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작가의 소설을, 깊어가는 가을에 읽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강한 메시지에 귀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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