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 1881 함께 읽는 교양 12
장 폴 주아리 지음, 이보경 옮김 / 함께읽는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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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7년에 선거 전에 발간되어 프랑스 전역을 뜨겁게 달군 놀라운 책인데, 이렇게 한국에서도 중요한 두 가지 선거를 앞두고 발간이 되다니 참으로 놀라운 우연이다. 책을 본격적으로 보기 전에, 추천사와 한국어판 서문과 프랑스판 서문을 읽고 내심 프랑스와 한국의 정치 상황이 다르긴 다르지만, 그쪽 나라는 우리보다는 좀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민주주의를 펼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여대생이 몸을 파는 등 문제가 많은 나라이지만, 그래도 '프랑스'라고 하면 문화적 강대국이 아닌가! 그런데 좀 쉬다가 책 뒤표지를 봤더니 참 공감되는 문구가 있었다.

 

"그놈이 그놈, 어느 놈이 되더라도 내 삶은 달라지지 않아."

정치인의 음모는 성공했다.

이 말을 듣고 문화적 강대국이라는 프랑스도 우리처럼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으며, 누굴 뽑으나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정치인들이 시민이자 유권자인 우리에게 원하는 음모라는 것도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투표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 행동하는 모든 것,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함의하고 논한다. 특히 정치에 대해서는 깊이 이야기한다. 아니, 정치는 우리가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곳에 숨겨져 있고, 그 모든 인간의 행동이 정치적인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한 챕터씩 보면서, 정치가 우리에게 최면을 거는 요소를 하나 하나 바라보면서 어떤 면이 우리에게 허상을 쫓게 하고, 우리를 정치에 대해서 배타적으로 만들게 하는지, 혹은 우리의 눈을 가리며 우리가 다른 길로 빠지게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제까지 정치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이나 전혀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까지 예를 들어서 풀어서 설명한다. 게다가 더 좋은 것은 쉽사리 풀어 설명이 되지 않을까봐 뒷면에 한 면씩 [고찰하기]를 두어 쉽게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고찰하기]를 읽기 전까지는 논리에 휩쓸려서 헷갈려했던 것도 그 부분을 보면 한 번에 밝혀 알게 되니, 딱 알맞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이라면 6장의 <정해진 미래에 적응하고 꿈꾸던 미래는 포기하라>란 제목의 글인데, 딱 봐도 제목이 이해되지 않아서 더 많이 생각하고 읽었던 부분이라 더 기억에 남았다. 정말 내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허상이 눈앞에서 딱 사라진 기분이랄까.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하는 욕망은 인간 누구에게라도 있다. 그런 욕망으로 미래 예측하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없었던 현상이 새롭게 생긴다. 일기 예보나 교통 혼잡 예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떤 도로가 혼잡하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길로 안 가게 되어 오히려 다른 도로가 혼잡해질 수 있고, 이는 새로운 미래를 생성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래를 예측해주는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오히려 이것으로 세상을 가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미디어의 활용으로 주가를 조작한다거나 선거를 앞두고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인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는 전문가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누군든지 똑바로 생각하기만 하며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을 뻔히 무시하고 카리스마 있게 주장하는 그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미디어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기예보나 도로 사정을 예보해주는 미디어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우리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고, 그로 더불어 그 외 다양한 매체들도 인간은 버릴 수 없다. 그저 이것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만 제대로 숙지할 수 밖에 없을 뿐. 


 어떤 것을 깔끔하게 떨어지는 결론이 나오고 어떤 것은 반대이다. 하지만 그 나름의 재미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스릴만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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