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전사 칭기즈칸, 실크로드를 정복하다 실크로드로 배우는 세계 역사 2
프리실라 갤러웨이.돈 헌터 지음, 양녕자 옮김 / 아카넷주니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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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로 배우는 세계 역사] 두 번째 시리즈인 『위대한 전사 칭기즈칸, 실크로드를 정복하다』는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통치했던 칭기스칸에 다루고 있어서 실크로드의 역사 뿐만 아니라 몽골족의 위대한 전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로마 제국보다도, 이슬람 제국보다도 더 넓은 지역을 다스렸던 칭기스칸은 항상 내게 신비로운 대상이었다. 로마나 이슬람처럼 살기 좋은 동네를 다스렸던 것도 아니니까 그의 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물론 다른 민족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는 분명 잔인했을 것이고 어쩌면 야만적인 느낌까지도 주었을 테지만 자국민의 입장에서는 그런 영웅은 다시 없을 존재일 것이다. 어떻게 그런 척박한 땅에서 살면서 고비사막에서 유럽을 아우르는 통솔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그가 죽은 후에 네 나라로 분열된 것만 보더라도 그의 리더십은 아마 탁월했을 것이다. 나는 평소 위대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지식인과 같이 리더급 되는 인물들을 흠모해왔다.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글쟁이도 꽤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랬기에 과거 인물들 중 특출난 능력을 발휘한 인물들을 보면 항상 궁금증이 앞섰다. 어떻게 같은 인간이면서 저런 능력을 낼 수 있었을까 하고. 탁월함에 대한 동경이 지나쳐서 그들의 능력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런 것들은 분명 허무한 일들이다. 지금으로부터 몇 천년 전, 몇 백년 전의 위대한 인물들이었을지라도 지금은 그의 이름만 남았을 뿐,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어쩌면 천 년 전의 어떤 사람이 이름은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았을지라도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감사하며 주권자에 대한 찬양과 경배를 하며 즐거이 산다면 그것이 더 나은 인생일 것이다. 그래서 처음 내가 추구했던 인간의 탁월한 능력보다는 이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사할 줄 아는 능력, 겸손할 줄 아는 능력, 자신의 내려놓을 줄 아는 능력 등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위대한 정복자 칭기스칸은 행복한 사람이었을까.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황제가 된 이후에도 자신의 조강지처인 보르테를 버렸다는 기록이 없으니 아마도 아내와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었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랬다면 가정 안에서도 평안했겠지.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던 몽골도 13세기에 언어를 만들지만 현재로서는 자신의 언어는 남아있지 않고 중국의 문헌에 기록된 것으로만 몽골의 역사를 파악하는 실정이라니, 인간의 부귀와 영화는 정말로 헛된 것이다. 100년도 제대로 유지되지 못할 부귀 영화는 그저 없는 것과 같지 않을까. 다른 것보다도 그 언어가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데, 그것은 진짜 몽골의 기록과 역사가 사라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역사로 남아있는 흔적이 과연 정확할까. 그래서 잔인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긴 하지만 몽골의 평가가 더 나빠진 듯한 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인간의 가장 큰 발명품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바로 언어라는데 언어도 없이, 아니 황제 본인 조차 언어를 쓸 줄 모르는 상태로 거대한 제국을 정복해왔고 다스렸다는 것이 더 놀랍기는 하다. 언어는 없었고, 혹은 있다고 해도 쓸 줄 몰랐어도 제국을 통일하는데는, 즉 제국의 언어나 도량형, 화폐 단위를 통일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려가지만 알려주는 사람들이 없으니 이만 접겠다. 어쨌든 이런 모든 사실로 인해 칭기스칸과 그 백성들은 신비롭게만 보이는 종족들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위대한 일에 앞서는 역경과 고난이 아니 생길 리가 없다. 먼저 칭기스칸 어릴 적 이름인 테무친은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위기 속에서도 어머니와 동생들을 지켰고, 야생마를 조련하는 능력을 증명해보였으며, 납치당한 자신의 아내를 다시 구해오는 등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다른 부족장들에게 자신이 부족을 통일할 그릇이 됨을 보이고 실제로 많은 부족들을 통합해나갔다. 그런 후에 서하나 금나라, 그리고 지금은 문헌에도 들어보기 어려운 거대한 제국 호라즘까지 격파시켜 거대한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칭기스칸이 일찍이 실크로드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금나라에는 보지도 못할 가공할 신무기가 있다는 것도 실크로드를 통하는 상인들을 통해서 소문으로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세력보다 먼저 정보가 풍부했다. 그래서 실크로드에 군대를 보내 노략질을 하는 산적들을 소탕하고 상인들을 보호하여 좀 더 많은 문물이 오고갈 수 있도록 유도한 것도 칭기스칸이다. 남들보다 먼저 그 중요성을 알았던 탓에 실크로드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세력을 넓혀나갔고 이전까지는 아무도 사막을 건너 침략해올 줄을 알지 못했던 허점을 파고들어 금나라까지도 싹쓸이를 할 수 있었다. 항상 자만하지 않고 돌파구를 해결나가야 할 것을 생각을 거듭 거듭해내니 그 아이디어가 비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줄은 모르겠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난 그가 계속 전쟁을 치르러 나가야 되니까 자식들의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선대에서 열심히 정복했던 제국을 네 부분으로 쪼개어서 다스릴 생각을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어쨌든 먼저 선점한 실크로드 덕에 칭기스칸은 세계 최고의 황제가 될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정보의 중요성은 한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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