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경제학 - 검색창에 담긴 세상의 모든 경제지식
한겨레 경제부 지음 / 어바웃어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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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반인들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경제책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일 것이다. 일단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과 발맞춰 검색창에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도록 정리해주는 섬세함도 그렇고, 현재 신문 속에 등장하는 여러 용어들을 아우르며 정리해내는 것도 상당히 좋았다. 물론 이 책이 한 신문사 경제부서에서 쓰여진 것이라서 더욱 그런 찾아가는 서비스가 되어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경제 시사 용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먼저, 하나의 경제 용어가 등장하면 검색창이 허용할 수 있는 분량의 길이로 간단하게 정의된 후 신문기사에서 그 용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살펴보게 기사가 발췌되어 있다. 그 다음에 그 용어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이 등장하면서 주요 인물이나 상황을 사진이나 캐리커처로 묘사해두었다. 마지막으로 트위터에 들어갈 수 있는 100자 분량으로 간략 정리해주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여러 경제 용어를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것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순서에 상관없이 봐도 되겠지만 일단 가장 먼저 봐야 할 부분으로서는 첫 번째로 등장하는 <경제 현안 한 줄로 꿰뚫기>와 세 번째로 등장하는 <세계 경제 이슈 한줄로 대비하기>가 아닐까 한다. 일단 자주 거론되는 경제 이슈와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아는 것이 가장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이해의 폭도 깊어지고 흥미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여기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 사회의 약속인 교토의정서를 설명하면서 비준에 반대해왔던 미국도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교토의정서가 2012년이면 효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그 전에 다른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으면 전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상식도 챙기게 되었으니 얼마나 귀중한지. 그저 경제 용어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상식까지도 챙길 수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리나라의 외환 위기에 대한 시선이었다. 국가 파산을 선언하는 디폴트 선언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우리 나라의 외환위기는 디폴트 선언한 것이 아니라 디폴트 위험에 처해 IMF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해준 부분이 있었다. 2010년 6월 4일 헝가리 총리 대변인의 디폴트 발언으로 남유럽의 금융 위기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디폴트 선언은 국가 파산을 선언하는 것이라 실제로 이렇게 공표하는 예는 거의 없기 때문에 큰 위험이었던 것이다. 2006년 중남미의 벨리즈란 나라가 디폴트 선언한 유일한 나라이니 엄청 심각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산과 파산 위기는 엄연히 다르다고는 하는데 내 생각에는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외환 위기 당시에 외화 보유액이 파산 위기에 처한 다른 나라만큼 많이 낮지도 않았고 충분히 지불 유예만 신청하면 우리의 힘으로 해결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자유롭게 자본을 투자하려 했던 미국이 한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이런 위기를 기회 삼아 우리를 밥으로 만들려고 했던 그들의 의도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전과 다르게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고용의 자유화로 정년 퇴직이란 말이 무색하게 되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사회가 되었던 것이다. 주주들의 배만 불려주려고 노동자들을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하고 그 돈으로 재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배당금으로 나누어주는 등 발전이 없는 제 살 깎아먹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왔기에 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물론 파산과 파산 위기는 다르지만, 왠지 우리가 IMF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전달하는 이 책의 시선이 조금 거슬린다. 그 당시에 우리가 모라토리엄을 신청하면 안 되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아쉽기만 하다.

 

실업율 상승, 고용 불안, 경제 불황, 늦은 혼인, 저 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에서부터 끊어야 할지 모르겠는 나로서는 그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 이런 문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그 때 미리 내다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치 구한말 때 청나라, 러시아, 일본의 마수 아래서 힘 없어 제대로 지키지도 못했던 대한제국을 다시 본 것 같기도 하니,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겠다. 누군가 서점에서 투자 실용서적이 범람하는 것을 보고는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았다. 나라를 이루는 근간인 국민이 지적으로, 사회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단지 당면한 현안인 재산 불리기에 대해서만 고심하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 물질에만 연연해 하며 그 너머를 보지 못하는 시대란 영웅도 없다. 우리가 경제 용어를 이해하려고 하고 시사에 좀 밝아지려고 하는 것은 지금 살아가는 이 세대에서 잘 살아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 현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한 목적으로 수단을 삼는 것 뿐이지 않는가. 내 배, 내 가족 배만 불리기 위해서라면 아마도 사는 것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에 본 『빌당부자들』이란 책만 봐도 100억 넘어가게 잘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수수하게 꾸미고 다니고 인품이 정말 좋다고 한다. 그들이 평생을 남에게 과시하고 싶어서 돈을 벌었던 것이 아니란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단지 넉넉하게 살아보고 싶어서 돈을 벌기 시작했겠지만 나중에는 제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부호 가문을 보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사서삼경을 읽고 그 의미를 논하는 인품 공부를 하는 그 집안에서는 돈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다. 그저 그들이 감당해야 할 업보쯤으로 여기고 가꾸고 다듬고 스스로를 경계하는 요소로 사용하지 않을까.

 

그 뒤에는 <정부 정책 한 줄로 폭로하기>, <금융과 세금 한 줄로 이해하기>, <지수와 통계 한 줄로 풀어내기>가 있는데 꽤 많이 들어봤던 용어들이 등장해서 전보다는 쉽사리 이해할 수가 있다. 인플레이션이나 펀드런 등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많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기회로 가지면 좋겠다. 짧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옆에 놔두고 신문을 볼 때나 궁금한 용어가 생길 때 바로 찾아볼 수 있으면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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