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 - 대중과 소통하는 '캠퍼스의 글쟁이들'을 만나다
박종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한국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학자 60인을 엄선해서 각각의 학문적 업적이나 소양, 그들의 가치관에 대해 인터뷰해서 간략하게 정리해놓은 책이다. 각각의 분야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어쩌면 읽었어도 내가 알지 못해 별 다른 인식 없이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다 읽은 후에 생각한 것은 이 책을 정말 잘 만났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유명한 학자들 중에서도 공중파에서만 만났지, 그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과거가 어땠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알기 위해 그만큼의 노력을 할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정말 반가웠다. 이 책을 쓰신 분도 쟁쟁하신 분이신데, 《세계일보》의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시면서 틈틈히 많은 책을 쓰신 저자이기도 한단다. 물론 우리 나라의 전반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여건상 만나지 못한 진중권 박사나 강준만 교수,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인 장하준 씨를 인터뷰하지는 못했으나 거의 대부분의 유명한 학자들은 다 등장한다. 뭐, 제대로 아는 것이 없으니 대충 내가 안면식이 있는 분들이 등장하셨으니 그런가 보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와서 다행이다 싶다.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아서 여러 학자들의 학문적 소양을 따라갈 필요도 없고 그저 이 세상에 이런 분들도 있다 하는 식의 간단한 소개문 정도라 부담 없이 볼 수가 있다. 아니, 아예 부담이 없는 정도라 아니라 재미있어서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담아낼 학자들이 많아서 500쪽 분량이 된 것이지 내용이 어려워서 그리 된 것은 아니니까 처음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이 과도한 분량에 지레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절대 어렵지 않으니까.

 

이 책은 총 일곱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도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봤다. <날 선 직관력으로 한국사회를 진단하다>편에서는 김난도 교수, 박노자 교수, 이택광 교수 등 아무래도 비평가들이 많은 듯 하고,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지식인>편에서는 우석훈 교수나 이덕일 소장, 강수돌 교수처럼 역사학자, 경제학자, 법학자들 중에서 주류 시선이 아닌 분들이 등장하고, <대중과의 부지런한 소통, 즐거운 교감>편에서는 김정운 교수나 유홍준 교수, 정민 교수처럼 공중파에서도 많이 보고 베스트셀러도 내신 분들이라 가장 익숙했던 학자들이 등장한다. <행복한 삶과 사회를 고민하는 우리 시대 인문학자들>편에서는 역사학자, 유학자, 영문학 교수 등 사회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등장하는데, 얼마 전에 유명을 달리하신 고 장영희 교수님도 여기에서 등장하셔서 반가웠다. <과학과 인문학의 이종교배, 지식의 대통합을 꿈꾼다>에서는 최재천 교수나 홍성욱 교수가 등장하시는데 그들의 책을 재미있게 봐서, 또 내가 아는 분들이 나와서 반가웠다. <우리 옛것을 향한 올곧은 탐구>편에서는 정말 들어보지도 못한 우리 것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나와서 내가 우리 것에 대해서는 정말 무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 <상아탑 안과 밖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다>편에서는 말 그대로 강의도 하시면서 대중서를 저술해서 양방향으로 소통하시는 분들이 등장하시는데, 안철수 교수와 정관용 교수가 대표적일 것이다. 안철수 교수의 어마어마한 이야기는 처음 들어서 솔깃했고,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이름을 알게 되었던 정관용 교수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던 부분이다.

 

사실 나는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책을 읽지는 않는다. 그냥 내 눈에 들면 읽고 아니면 마는 편인데, 이 책에 등장하신 학자들은 한 면으로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어서 다른 방면에서도 만날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날 선 직관력으로 한국사회를 진단하다>편에서 가장 처음에 등장한 김난도 소비자학과 교수님은 얼마 전에 낸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대단한 인기를 끄셨다. ‘청춘’이란 말이 들어간 책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선 그 책을 보지 않았지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주동안이나 1위를 차지했다고. 그 이야기인 즉슨, 요즘 시대 청춘들은 아픈 존재들이 많다는 이야기렷다. 하긴 청춘치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그런 아픔을 그런 책으로 치유해본 적은 없었던 나로선 조금은 뜬금없는 소리이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은 그만큼의 내공이 있는 책이니까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것은 단지 베스트셀러이기 때문만은 아니고 김난도 교수님을 알게 되니까 그 분의 사상이 궁금해져서 하는 소리이다. 또 알고 싶은 분과 책이 생겼다. 재작년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된 심리학서로 인기를 끈 김정운 교수님은 현재 KBS의 「명작스캔들」이란 프로그램에서 걸죽한 입담과 풍부한 상식으로 좌중에게 재미있게 지식을 전달하시는데 참 반가웠다. 자신이 교수임에도 근엄한 척 하지 않고 공부 많이 했다고 자랑도 하고 허세도 부리면서 40대 남자로서 스스로의 재미를 추구하시는 모습이 그가 말하는 것과 맞닿아 있어서 확실히 이해가 잘 되었다. 40대 남자는 여가 시간을 제대로 보낼 줄 몰라서 은퇴를 하고 나면 그 만큼 자신감도 줄어들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 면에서는 우리 아버지가 해당사항이 없어 엄청 다행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은퇴 후에 할 일이 없으신 것이 안타깝다. 나만 해도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엄청 많아서 주체를 못하는데 말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란 책이 단지 결혼관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40대 남자들의 심리관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읽고 싶어졌다. 남자들의 성에 대한 담론이었다면, 결단코 볼 일은 없었을 것이지만.

 

그렇게 따지면 정민 교수의 책도, 박노자 교수의 책도, 유홍준 교수의 책도 다 찾아서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 앞으로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생각을 감히 해본다. 읽고 싶은 책도, 알고 사상도 무척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시는 학자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강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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