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생각 - 논리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위한 안내서
제이미 화이트 지음, 유자화 옮김 / 오늘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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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오류가 가끔 기억난다.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것 중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순환 논법의 오류, 권위에의 호소 등이 있다. 너무 복잡한 것이라 다 외우지 않으면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대충 발음하기 재미있는 것 위주로만 기억나는데 이 책을 보다 보니 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꼭 오류를 배우는 시간처럼, 순전히 그런 내용 뿐이다. 우리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고 그러고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는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지 다양한 실례를 들어 설파해준다. 학교 다닐 때는 이런 것 굳이 필요없을 것 같았는데 이 책을 보니까 전혀 아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 어떤 오류보다 더 구체적이고 여러 유형을 알려주기 때문에 찬찬히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애매어의 오류, 동기의 오류, 권위의 오류, 편견, 논박, 반계몽주의, 불일치, 애매한 말, 논점 회피, 우연, 통계, 도덕병까지 총 12가지 항목으로 진행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오류를 철저히 분해해준다. 두 사람이 어떤 주제를 놓고 제 주장을 펼칠 때 한 사람이 “나도 내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어!”라고 하곤 모든 이야기를 끝을 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 사람이 제 의견을 가져 한 가지 주장을 펼친다고 해서 상대방도 그의 주장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꼭 상대방에게 제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만 대뜸 말하고는 이야기를 끝내 버리니, 가슴이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상대방은 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고, 다른 사람도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그저 그 의견을 서로에게 설명해준다고만 생각하면 될 텐데 괜히 과민반응을 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보통 제 주장을 관철시킬만한 논거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뭐, 이것은 정확히 확인된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보통 그런 말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나도 내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어!”라는 말은 어떤 문제에서 권리 문제로 이야기의 초점을 옮겨버리는 아주 희한한 대응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이없고 황당한 말을 실생활에서 쉴새없이 한다는 것이다.

 

간혹 토론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항상 먼저 정리하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용어의 뜻을 명확히 하는 것인데, 이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같은 단어라도 그 상황과 제 의도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봐도 맞고 다른 식으로 표현해도 그 단어의 의미가 맞다고 할 때, 한 가지로 통일해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전에 ‘홍길동의 의적활동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했다. 그런데 찬성팀과 반대팀에서 똑같은 ‘양반’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쓴 적이 있었다. 찬성팀에서는 ‘양반’을 ‘탐관오리’로 사용했고, 반대팀에서는 그저 그 의미대로 사용해버려서 토론의 마무리가 없고 계속 빙빙 돌기만 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을 떠올리면 사람들이 얼마나 생각이 주관적인지를 알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은 악한 의도에 따라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 하는 행동인데, 그것이 각자의 상황과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이라는 것이 실제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항상 추상적이고 기호적인 기능을 위주로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 이런 오류도 간혹, 아니 항상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를 말할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복잡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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