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의 경계
김상근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매일 하나님을 만난다, 기적 같은 오늘처럼!

 

이 책은 김상근 종교학 교수가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 과정 학생들에게 「교회사」를 가르쳤던 수업내용과 워싱톤한인교회에서 열었던 「기독교 역사를 바꾼 30인의 인물들」에 대한 수업 자료과, 그것을 간략하게 요약해 <중앙일보> 워싱턴 판에 들어간 연재 기고문이 원천이 되어 나온 책이다. 단순히 수업에 들어갔던 것을 짧은 지면에 할애해 아쉽게만 정리한 것을 거의 다 바꾼다는 조건으로 평단에서 나온 책인데, 진짜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를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예수를 믿고 교회를 빠짐없이 출석한다고 해서 그 복잡한 교회사를 다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찾아보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 봤던 책으론 너무 어려워서 쉽게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이 내 상태이다. 그런데 교회사만 주르륵 나열되었던 책보다는 이렇게 인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감동적이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러다 가끔 내가 아는 인물이라도 나올라치면 그 기쁨이 정말 배가 된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책 덕분에 바른 그리스도인의 삶이 과연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

 

일단 김상근 교수은 유럽인, 백인, 남성 중심으로만 기록되어온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유럽인, 백인, 남성이란 범주 밖에 있는 사람들을 주목하곤 오리게네스, 에프라임, 알로펜, 위 디오니시우스, 줄리안, 라스 카사스, 로베르토 데 노빌리, 이벽과 이승훈, 우치무라 간조, 시몽 킴방구 등에 대해 쓰기로 했단다. 물론 콘스탄티누스 대제, 아우구스티누스, 프란체스코, 아퀴나스, 마틴 루터, 장 칼뱅, 웨슬리, 조너선 에드워즈, 칼 바르트, 파울 틸리히, 본회퍼, 빌리 그레이엄, 구스타보 부티에레스, 마틴 루터 킹 등의 유명한 기독교 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빠져선 안 되는 훌륭한 인물이기에 꼭 집어넣었던 것도 물론이다. 그래서 32명의 인물과 모임을 통해 기독교가 지내온 역사가 어떤지, 기독교의 교리가 과연 무엇인지 설명해주면서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의심 많은 도마들에게 많은 믿음의 스승을 직접 보여주셨다. 이들은 물론 인간이지만, 이들을 보낸 이는 바로 신神일 수 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수많은 믿음의 스승들은 믿음을 이어가는데 두려움을 표현하지 않았다. 순교자의 아들로 태어났고 순교자로 이름을 떨쳤던 오리게네스가 그러했고, 나치에 저항하다가 나치가 물러가기 바로 전에 사형을 당했던 본회퍼 목사님이 그러했다.

 

"정말 나라면ㅡ.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ㅡ" 이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믿음의 스승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아직 여기에 나오는 신학적인 문제나 하나의 교리가 이단이라고 평가되는 기준은 정확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 그런 놀라운 경지의 성숙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뜨거워지는 반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하루에도 열두번 마음이 바뀌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구하기보다는 그 은혜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나에겐 그런 은혜가 어울리지 않을거라는 나만의 자격지심에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어중간한 모습의 내 모습으론 말이다. 한편으론 그 어떤 사람도 순교자나 교회사에 이름 올려져 있는 목회자들와 비교가 가능하겠나 마음을 추스려보기도 하지만, 역시나 잘못 살아왔음에 반성하게 된다. 어느 책에서 그런 말을 읽었다. 자신이 잘못 살아왔음을 아는 사람은 자신이 없다고ㅡ. 아마 소극적이고 내성적으로 변해버린 내게 그럴싸한 핑계가 되어준 그 말이 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넌 잘못 살아왔어!! 넌 잘못 살아왔어!!" 라고 일러주는 것처럼...

 

그래도....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신이 아니였다. 그저 신의 훌륭한 아니, 성실했을 뿐이던 심부름꾼이었을뿐. 누군가에게서 부름을 받고 그가 시킨 일을 최선을 다해 이뤄낸 것일 뿐이라면, 아마도 나도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하면 되니까. 난 심부름꾼임을 잊지만 않으면 되니까. 내가 누구인지 잊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책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할지라도 하나님의 생명책에는 이름을 올릴 순 있지 않을까. 아직은 한없이 부족하기만 한 나지만, 조금은 희망을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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