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이모네 아이들 - 한국 아이들의 좌충우돌 인도 체험기!
이해전 지음 / 야누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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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도 인도에 이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마음을 열고 속엣말까지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있다면 얼마나 의지가 될까. 그것도 낯선 땅, 엄마 아빠가 안 계시는 타지에서 유학을 온 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책은 아들의 인도유학을 계기로 본인이 직접 인도에서 한국 아이들을 데리고 영어정복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처음엔 한두 명으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매년 스물다섯 명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키워주는 곳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자리를 잡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교육이라는 것이 무슨 공장을 돌리듯 아이들을 집어넣고 짠! 하고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님을 잘 알기에 인도 이모의 말 못할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도 이해가 간다. 단순히 영어만 잘하면 무엇이든지 잘 될거라 생각하는 한국의 많은 철없는 부모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받아들인 아이들, 어째 하는 행세가 참 가관이다~! 집에서 공중도덕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책도 많이 읽게끔 하지도 않고, 편식 버릇은 지독하게도 들여놨으니 단순히 영어 공부를 하기 이전에 사람부터 되어야 하는 큰 과제가 인도 이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 집에 여럿이 사는 곳이라면 집처럼 한둘 밖에 없어 단촐한 식구뿐인 자기 집과는 다르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와야겠지만 그 정도의 상식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와서는 제 물건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고, 음식은 무조건 고기만 나와야 한다고 고집부리고 야채만 조금이라도 있으면 먹지 않는다 떼를 써대고, 침대에 뛰어나오거나 뛰어들어가느라고 앞니 부러뜨리기도 예삿일이고, 가르쳐준 대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해 밖에서 사고친 일까지도 다 수습하려면 인도 이모의 몸이 열 개라도 다 부족하겠다 싶다. 어디 그뿐이랴. 인도에 온 소기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아이들에게 학교 숙제와 별도의 과제물을 주어야 하고, 또 공부를 시키면 누구나 군말없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체벌을 해야 효과적으로 아이들이 말을 들을지에 대해서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인도 이모도 맺음말에서 얼핏 드러냈듯이 요즘 아이들은 영악해져서 어른이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꾀를 써서 공부를 안하려고 요령을 부리는 경우가 많아져서 또 힘들단다. 사춘기가 빨리 와서 인도 이모랑 되지도 않는 기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돈을 쳐발라가면서 아이들 유학보내봤자 그것이 얼마 만큼의 희생을 치르고 보내는지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가장 큰 비극은 그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부모가 얼마 만큼의 희생을 치르고 자신들을 뒷바라지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 만약 그것만 알 수 있다면 모든 게으름과 꾀 부림과 요령 피움은 다 사라지고도 남을 텐데 말이다. 그러기에 유학을 보내기 전부터 얼굴을 마주 보고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훨씬 인도 유학이 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그러니까 가정교육이 제대로 된 아이들은 유학생활을 하는데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 알아두면 좋겠다. 

 

이렇게나 힘든 생활에도 불구하고 인도 이모에겐 희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옛날에 인도 유학왔을 때 이모의 말을 안 들었던 것이 너무 죄송했다고 군대 가서야 후회의 메일을 보내오기도 하고. 처음엔 편식 대장에, 울보 대장에, 뺀질이 선수였던 친구가 10개월만 지나고 나면 한국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고, 이제껏 열심히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니 이 어찌 아니 기쁠까.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기뻐하고, 아이들의 환한 웃음에 행복해하는 인도 이모야말로 돈이 아니라 순전히 보람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에게 인도 이모가 돈이 많이 벌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녀를 잘못 판단하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그것은 한국보다 생활 제반의 모든 것이 열악한 인도에서 아이들이랑 살아보지 않은 자의 무지일 뿐이다. 세련되었고 깔끔하고 시설이 좋은 한국을 두고 더럽고 느리고 거짓말만 해대는 인도에서 오로지 영어 하나 잘 해보자고 유학 온 아이들을 책임지는 인도 이모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인도이라 발음은 미국보다 덜 유창할지는 모르지만 인도는 싼 생활비를 들여서 거주할 수 있는 곳에서 미국이나 영국의 교재를 같이 쓰는 교육제도를 따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 방식도 한국의 주입식과는 달라서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를 하는데도 더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서구권에서도 인도의 교육제도는 인정해주기 때문에 아예 대학교까지 인도에서 나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까 앞으로도 인도 이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한다. 아! 이 모든 글은 인도 이모의 카페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인도에 아이 보내두고 걱정스러운 부모님들은 확인이 가능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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