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 - 세계 10대 장수마을에서 찾은 건강 비결
이원종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이원종 박사가 세계10대 장수마을을 직접 찾아가보고 알게 된 사실과 느낀 감상을 정리한 책이다. 건강 관련 책이라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오지를 찾아떠나는 간략한 여행기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음식을 소개해주는 안내서 같기도, 아니면 평생에 바쁘게만 보냈던 성질 급한 어떤 아저씨의 참회가 담겨있는 책 같기도 하다. 그만큼 여행은 새로운 사실과 풍경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아주 훌륭한 역할을 다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장수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음식에 더 관심이 많아서 이 책에선 세계10대 장수마을에서는 무얼 먹고 사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리고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편안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건강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당면한 사실이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아서 가슴 깊이 배우려는 자세로 이 책을 보진 않게 되었다. 게다가 이 책을 고를 때도 "장수"라는 내용보다는 저기 귀여운 고양이를 안고 계시는 106세의 아고스틴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선해보여서, 너무 아름다워보여서 고른 이유 탓에 책을 아주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아주 장난이 아니다.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에 사는 노인이신데, 얼굴에 검버섯 하나 없단다. 먼저 할머니를 보내시고 혼자서 가난하게 살아가시지만, 우울증조차 찾아보기가 어려웠다니 이 어찌 솔깃하지 않을 수 있을까. 뒤에 나오는 다른 장수하시는 노인들은 대부분 여성분들이 많은데, 아고스틴 할아버지는 남성이면서도 혼자 살아가는데도 우울증 없이, 병 없이 장수하시는 것을 보니 정말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일단 아고스틴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장수의 비결은 "모든 일을 즐기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란다. 할아버지는 혼자 텃밭을 가꾸고 텃밭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로 직접 요리를 해 먹고 마당에 있는 과일나무에서 레몬, 오렌지, 아보카도 등을 따 드시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도리어 할아버지에게 장수로 이어지게 한 것이라니, 정말 세상은 공평하다. 게다가 혼자 사시는데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것은 일하면서 지나가는 친구들과 끊임없이 인사를 하고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그의 마음가짐과 일요일에는 성당에도 가서 말끔한 모습으로 미사를 드리니 그의 사교활동은 여느 청년들과도 못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아고스틴 할아버지가 장수하는 비결이 과연 그것 뿐일까.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8.5세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는 평균 68세밖에 되지 않는다. 죽기 전에 10년 정도 병을 앓기 때문인데, 이것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데 아고스틴 할아버지를 포함해서 여기에 나온 여러 장수마을의 노인들은 90~100세에도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니 이 비밀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고스틴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와 그루지야의 캅카스는 아열대 기후로 생활하기에 아주 이상적인 온도를 가진다. 그리고 깨끗한 공기와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장수하기에 유리한 곳이다. 경제적으로는 그리 풍족하지는 못하지만, 고기도 거의 먹을 수 없이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곳이지만, 그런 천혜의 자연환경이 장수마을을 만들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계10대 장수마을의 모든 곳이 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지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장수마을이 산골 아주 깊숙한 곳에 있어서 오염되지 않은 땅에서 난 먹거리를 섭취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은 맞지만, 중국의 바마는 절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곳도 따스한 기후를 가지기는 했지만, 인구 23만 8000명을 가진 대도시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두면 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 싶다. 중국의 바마는 100세 이상의 노인이 86명이이나 되는 세계적인 장수마을인데다가 산업화/현대화가 되면 장수노인이 줄어드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아주 독특하다. 일단 바마에서는 산차나무 열매를 짜내서 산차유를 먹는다는 게 신기한 점이고, 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많이 움직이고 소식하는 것! 그런데 농경사회다 보니 어른들을 공경하는 문화가 뿌리박혀있어서 노인들은 존경받으며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와인을 소량 마신다는지, 유산균이 많이 들어간 우유나 마초니를 마신다는지, 매일 레몬이나 올리브를 먹는다든지 상당히 다양한데 여기서 공통적인 것은 자기가 살아가는 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특히나 본인이 스스로 경작했다면 농약을 치는지 안 치는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으니 운동도 되고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모든 일을 그만 두고 시골로 내려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니까 자신이 있는 환경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덜 받고, 가장 제철이고 신선한 것으로 먹으며 끊임없이 움직인다면 장수란 고지는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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