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 교수의 구석구석 우리 몸 산책
권오길 지음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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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을 지나보면 항상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그 때 그것을 했었으면 좋았을 텐데... 왜 그 땐 이런 것을 알지 못했을까. 내가 학교를 다닐 때보다는 당연히 지금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겠지만, 찾아보면 그 당시에도 많은 좋은 책들이 있었을 텐데 왜 나는 학창시절에 책보기를 돌石 같이 했었는지 통탄할 따름이다. 직장에 다니는 지금처럼, 아니 지금의 반만큼이라도 책을 읽는다면 훨씬 공부가 재미있었지 않았을까. 권오길 박사가 쓴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목적에서 나왔다. 우리 몸에 대한 책들 중 성인들이 읽을 책과 아동들이 읽을 책은 나왔는데, 유독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읽을 우리 몸에 관한 책이 없다고 해서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쓴 것이란다. 다만 학창 시절 때 생물을 꽤 좋아했던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수준이 정말 어려웠단 점만 빼고 말이다. 물론 용어를 설명해야 하는 순수 과학 분야의 내용을 더 이상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반론을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순전히 생물에 막연한 호감만 가지고 있는 문외한인 일반인으로서는 어려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추측하건대, 저자가 현장에서 청소년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대학에서 전공자를 가르치는 입장이기에 현재 청소년의 생물학적 지식 수준이 어떠한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은 아닐까 한다.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었다면 조금은 더 풀어쓸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른 책과 비교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몰라도,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1, 2가 훨씬 재미있고 쉬웠다. 그녀의 생물학 책인 하리하라의 생물학카페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은희 씨는 내게 호감을 주었다.

 

그래도 이 책에도 다른 책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서문에서도 이미 말했듯이 용어가 나올 때마다 한자어와 영어로 풀어쓴 것은 칭찬할 만한 일로 여겨진다. 저자의 말대로 현대 과학의 뿌리가 서양에 있기에 영어를 알아야 '뿌리'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보통 과학 용어들은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받아쓰기 때문에 한자를 알아야 원래의 의미를 더 깊게 이해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읽는 입장에서 더 이해하기가 쉬울 수 있었던 허점이 있었다. 한자와 영어로 풀어준 것은 참으로 고마울 만한 일인데, 아쉽게도 풀어써준 한자의 음과 뜻을 모른다는 맹점이 있다. 각주를 달아서 위에 나온 용어의 한자에 음과 뜻을 조그맣게 달아주었다면 그 용어 하나를 알자고 옥편을 찾거나 인터넷 사전을 뒤져볼 일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찾아보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행일 만큼 앎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 아이들이 태반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한자를 알지 못해서 용어의 뜻이 명확이 와닿지 않아도 사전을 찾아보기는커녕 누군가에게라도 물어보지도 않는다. 요즘 청소년들을 얕잡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에 할 일이 많은 아이들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해서 만든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조금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말을 조심스레 전해드리고 싶다.

 

그 외적인 면으로 보자면, 내용은 아주 세세하고 깔끔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그림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해하기 쉽게 책 전체가 다 칼라판이다. 색색깔로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는 그림이나 표를 본다면 눈에 확 들어오기에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또, 요즘 비타민 D에 대해서 책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중요한 정보도 잘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하루에 적어도 햇빛을 15분 정도는 쪼여야지 비타민 D가 생성이 되어 구루병에 걸리지 않고, 과하면 비타민 D가 축적되어 신장이 석화가 되거나 뼈가 으스러지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입덧을 많이 하면 할수록 유산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사실,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요소인 미토콘드리아는 모계 유전만을 한다는 사실, 침에는 살균 성분인 라이소자임이 들어있어 물린 데에 침을 바르는 것이 옳다는 것 등 우리 몸의 놀라운 이야기가 다 숨어있다. 그래서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내려가야 괴상망측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우리 몸의 신비를 이해할 수가 있을 것이다. 좀 어렵더라도 끝까지 참고 읽어내려가면, 뒤로 갈수록 점점 재미있어지니 그 재미를 다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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