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정말로 ’알면 사랑한다’는 말이 맞다. 정말 우리네 야생 꽃이나 야생 동물들이 이쁠 것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실제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버리니까~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 건물 앞뒤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한껏 뽐내는 야외운동장이 있었는데, 그 밑에서 조그맣게 피어있는 이름모를 꽃들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진분홍빛을 머금은 작고 귀여웠던 꽃망울들이~~ 이 책을 보니까 내 마음 속에 각인은 되었지만 인식은 하지 못했던 야생화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목회자로 살던 최병성 저자는 은거하기 위해 낯선 서강가에 자리를 잡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놔두지 않았다. 1999년 서강 유역에 쓰레기 매립장 건설이 불거지자 이를 막기 위해 환경 운동에 뛰어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나서 서강의 아름다움을 알린 그는 요즘에는 산업 폐기물 시멘트에 고통 받는 현대인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가꾸는 그이기에 그의 환경 운동이 성과를 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그인 만큼 그가 쓴 글과 그가 찍은 그림은 따스한 정취가 풍긴다.
 
그런 그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콘크리트와 시멘트 범벅의 도시인들에게 전해주려고 이렇게 나섰다. <영혼이 꽃피는 봄> <새로이 사랑을 선택하는 여름>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가을> <보이지 않아 더 뜨거운 겨울>편으로 나뉘는 사계절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저자의 글과 그림에 취하다가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다른 계절로 넘어가게 된다. 정말 최병성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숲 속에서 만난 산수유 새싹이며 은방울꽃, 큰개불알풀, 딱새 부부, 노루귀, 쇠딱따구리 등등의 이야기를 한가로이 풀어내는 솜씨가 어찌나 유려한지, 그만 그의 이야기 속에 들어만 갈라치면 정신없이 쑥 빠져버리니 버스에서 읽기 시작하기만 하면 내릴 정류장을 놓치는 일은 예삿일이었다. 확실히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글은 따듯함이 묻어나온다.
 
여기서 잠깐 그가 만난 큰개불알풀의 이야기를 해보자. 어느 날 저자가 전라도 광주에 내려갔다가 이 보랏빛의 앙증맞은 꽃과 조우한 이후에야 우리 근처의 어디에나 피어있는 작은 꽃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니 ’큰개불알풀’이라 하는데, 이는 꽃이 진 후에 씨앗 맺힌 모양이 개의 불알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었다. 비슷한 모양이되 훨씬 크기가 작은 개불알풀이 이미 있어, 그 앞에 ’큰’ 자를 붙인 것이라고 한다는데, 이름이 이 앙증맞은 꽃과는 전혀 어울리지가 않아서 저자는 새로 "바닷게눈꽃"이라고 이름을 지어봤다고~ 꽃잎과 꽃술이 바닷게의 눈을 닮아서 지은 이름인데, ’큰개불알풀’보다는 훨씬 어감이 아름답지 않은지~~
  

 아메리카 인디언 출신의 오이예사는 <삶이란 바람소리일 뿐이다>라는 책에서 "단순하고 소박하다 해서 결코 진부하거나 따분한 것은 아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것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무한히 풍요롭고 언제나 새롭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하여 보잘것없는 작디작은 꽃도 새??고 있지 않을까.
 
이번엔 채송화 이야기이다. 저자가 채송화를 심다가 씨앗 하나를 시멘트 틈바구니에 떨어뜨렸던지 어느 여름날 채송화꽃이 시멘트 틈새에서 빠알간 꽃망울을 키워낸 것을 보았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어찌 그런 곳에서 꽃망울을 터트렸을까 감탄과 안타까움이 공존하지만 정작 채송화는 기름진 옥토가 아니고 왜 하필 이런 곳에 뿌리를 내렸을까 불평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모습을 보곤 느끼는 바가 크다.
  


 씨앗에게는 자신이 뿌리 내릴 곳을 선택할 능력이 없습니다. 옥토이든 거친 자갈밭이든 한번 뿌리 내리면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다른 곳을 넘보거나 신세를 탓하지 않습니다. 그에겐 그곳이 최고의 자리인 것입니다.


 
사계절마다 재미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전해주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콘크리트 건물에 몸을 맡기고 있는 내가 자연을 보고 듣고 맡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었다. 역시, 자연의 풍광은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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