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 : 영추편 만화로 읽는 중국전통문화총서 3
주춘재 글 그림, 백유상.정창현 옮김 / 청홍(지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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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을 안 읽은 일반 한의사는 있을지 몰라도 <황제내경>을 안 읽은 명의는 없다고 확언할 정도로 중국 의학서 중 으뜸이 되는 책이 바로 <황제내경>이다. 이 책은 중국 의학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 총망라되어 있고 나아가 인류의 지혜가 낳은 산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전통문화에 있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간여하고 호응한다는 이론체계를 구체적인 모형으로 통해 사실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인데, 그래서 중국의 한의학 실무자나 양생법을 사용한 치료 시술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심도있게 연구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뿐만 아니라 고대의 과학을 탐구하거나 나아가 일반 과학 기술사를 연구하는 사람, 단순히 개인적인 교양을 쌓으려는 사람이나 민족적 자주성을 증대시키려는 사람들 또한 이 책을 한 번쯤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중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그런 책을 이렇게 만화로 접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지금 당장 이 책을 다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읽으면서 많이 배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제내경>은 '소문편'과 '영추편'으로 나뉘는데, '소문편'이 음양오행의 기본 이론을 바탕으로 장부 경락의 학설과 진단 치료의 원칙을 골고루 제시하고 있다면, '영추편'은 경락의 실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임상에서 부딪칠 수 있는 여러 의문점들과 그에 대한 다양한 학설들을 담고 있다. 내가 본 '영추편'은 황제와 기백 또는 소유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줄줄 읽어내려갈 수는 있다. 다만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한자어들이 쉽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전을 끼고 봐야하긴 하지만 그것도 익숙해지면 대략 무슨 뜻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소문편'을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영추편'에서는 임상에서 부딪칠 수 있는 여러 의문점을 알려주는 것 같기는 하다. 처음엔 그저 학설이려니 하고 그저 수박 겉 핥듯이 봤는데 가만 보니까 '어리석은 의사'와 '뛰어난 의사'의 경우로 나누어서 설명해주는 것이 그런 듯도 했다. 사실은 다 봤어도 책을 볼 땐 이해가 되는데 책을 덮고 나면 머릿속에 있었던 지식이 휘리릭 날아가버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읽고 또 읽고 하니까 그 의미가 대충 눈에 잡혔다.

 

그런데 이제껏 배워왔던 교육 내용이 형식적인 논리와 환원론이 토대가 된 실증과학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철학 체계가 너무 어색하고 심지어는 당치도 않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78페이지부터 92페이지까지 하품, 딱꾹질, 운 후에 훌쩍이는 것, 트림, 재채기, 눈물, 한숨, 이명 등등의 여러 생리적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설명되어 있는데 '횡격막'이나 '산소 부족'이라는 설명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사람이 밤에 막 잠들려고 할 때면 음기는 아래에 쌓이고 위기는 조금씩 음분을 들어갑니다. 그러나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하여 양기는 기를 끌고 상승하려고 하고 음기는 기를 끌고 하강하려고 하여 음기와 양기가 서로 잡아당기므로 연달아 하품을 하게 됩니다' 로 표현되는 하품의 원인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서양의학에서도 하품이나 재채기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아주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생리적 현상을 자로 잰듯이 설명하기란 너무도 어려우니까. 그렇다면 아직 완벽하게 설명되지 못한 현상에 대해서 중국 의학이 가지고 있는 설명을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인체를 유기적으로, 자연과 한 몸으로 생각하는 중국 의학의 사상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깝게 접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밖에도 한의학의 내용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활용할 수 있는 상식적인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황제내경>을 통해 우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부터 찬찬히 이해하고 실생활에 이용한다면 좋지 않을까. 기계가 고장나면 부품을 고치는 것처럼 몸이 아프면 단순히 병원에 가서 그 부위만 치료하면 된다고 손쉽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생활 속에서 <황제내경>을 통해 얻은 의학상식으로 미리 병을 예방하거나 병에 걸렸을지라도 그 병을 자연스레 치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는 한 개인이나 한 가정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이 아니고 뭘까. 애국하는 것이 다른 게 아니다. 이런 작은 일 하나에서부터 성실하게 따르는 것, 우선 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바로 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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