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경혈 십사경 만화로 읽는 중국전통문화총서 4
주춘차이 지음, 정창현.백유상 옮김 / 청홍(지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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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은 아프고 무섭다는 인식이 강하지만(저번에 발목 접질렀을 때 맞은 침이 무지 아팠다!) 그래도 우리 몸에 침 한 방이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은 왠일인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듯 하다. 아마도 이 생각은 내가 서방 세계에서 태어났다면 가질 수 없었을 막연한 혹은 근거없는, 맹목적인 생각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동양에서 태어났다면 한 번쯤 맞아보고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널리 보급된 침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객관적인 사실이다. 맞다,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고서야 대학에서 '한의학과'라고 하는 정규과정이 생길리 없고, 한의원이 지금 우후죽순처럼 생겨날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난 침술이나 한의학이 그 연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렴풋한 그 옛날에나 영험한 효험이 있었을 것처럼, 그래서 꼭 그것이 과학적으로는 딱 정립되기 어렵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내가 가진 침술에 대한 지식이 얕았던 것이 그 이유는 아닐까.

 

그래서 보게 된 이 책에서는 석기시대만큼이나 오랜 옛날에 우연히 돌에 찔리면서 알게 된 통증 완화 작용에서 비롯된 돌침과, 우연히 따뜻하게 데워진 돌을 아픈 부위에 가져가니 통증이 완화되었던 것에서 비롯된 뜸법은 우리 인간의 역사 속에서 침술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그러니까 우연히 발견된 원리를 좀 더 체계화시켜 전해 내려왔던 것이 지금의 침술, 즉 경락경혈이라고 할 수 있단다. 사람의 건강은 인체 내 원기가 음양운동의 리듬과 자연의 변화에 의지하여 끊임없이 순환함으로써 유지된다. 그런데 어떤 혈에 침을 놓으면 시큰하고, 저리고, 묵직하고, 팽팽한 느낌이 일정한 노선을 따라 전달되는 것을 발견해 그 전달되는 경로 상에 있는 혈을 선으로 연결하였는데, 이들 노선이 바로 경락이라고 할 수 있다. 경락은 하나의 객관적인 현상이며 다른 민족들도 아주 오랜 옛날에는 마찬가지의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문화 선택기제의 작용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상을 갖춘 구조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고, 기능의 형식으로 존재하는 이러한 사실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동양에서만 침술이 발달한 것이다.

 

침술의 체계를 살펴보자니, 우선 침을 놓는 수혈(인체 상에 구멍이 난 지점) 자리를 명명하는 데도 체계가 있었다. 비의법(수혈 자리의 모양을 보고 지리-산이나 바다 등을 본뜬 경우-, 천문, 인사에 빗대는 방법), 상형법(다른 사물을 빗대는 방법), 회의법(해부학적 특징과 의미를 병합해서 기억하기 쉽게 하는 방법), 사실법(치료 기능을 있는 그대로 쓰는 방법)이 있는데, 인체의 수많은 수혈 자리에 이름을 붙이려니까 골치아플 법도 한데, 용케 다 정리한 것을 보니 정말 대단해보인다. 그리고 십사경이라고 하는 것은 십이경맥과 임맥, 독맥의 합칭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해하기론 수혈 자리를 하나의 선으로 이은 경락을 알아보기 쉽게 14가지의 방법으로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대충 알아듣자 이거야~ 내가 어디가서 침을 놔줄 것도 아닌데.... 수태음폐경, 수양명대장경, 족양명위경, 족태음비경, 수소음심경, 수태양소장경, 족태양방광경, 족소음신경, 수궐음심포경, 수소양삼초경, 족소양담경, 족궐음간경, 독맥, 임맥까지 해서 총 14가지이다. 이런 각각의 경락에서 어디어디에 좋다더라 하는 효능을 중점으로 설명해주는데, 정말 솔깃한 부분이 많다. 내가 두통이 심해서 아예 두통에만 좋은 수혈 자리를 적어놓기까지 했는데 뒤로 갈수록 두통을 관장하는 수혈 자리가 너무 많아서 일곱 번째까지만 하고 그만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수태양소장경 부분을 보다가 진짜 좋은 수혈 자리를 알아냈다. 엄마가 팔꿈치를 너무 많이 쓰셔서 통증이 심하신데 물리치료도 받고 침도 맞고 주사도 맞아보고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후계"자리가 바로 팔뚝이 오랜시간 동안 아픈 것에 대해서 좋은 자리란다. 오호~ 희재라~!! 가서 선무당이 사람 좀 잡아볼까나~~

 

사실 이 모든 내용을 한 번에 머릿속에 집어넣기란 무리다. 아암~ 그러나 만화로 되어 있어서 한문만 까마득하게 메워진 책보다는 훨씬 쉽게 읽히고 그 묘미를 알려주었다. 지금에와서 다시 한의학 공부를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경락 자리를 알아둔다고 해서 나쁠 것 뭐 있겠는가. 그저 침이 아닌 손으로 그 부분을 눌러주기만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크크크~ 집에 가서 쑥뜸 잔치를 벌여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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