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 현대 미술의 혁명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3
마틸데 바티스티니 지음, 박나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내게 '파블로 피카소'는 난해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이다. 워낙 내가 미술에 무지한 사람이다 보니 이런 서슴없는 평가를 내려 위대한 화가의 이름에 먹칠하게 되더라도, 그래서 마음이 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용서하길 바란다. 뭘 모르고 그러는 거니까. 그런데 이 책을 보니까 그가 왜 '현대 미술의 혁명'을 일으켰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그에 대한 책을 읽은 게 하나도 없었기에 그가 왜 희한하게 생긴, 그림 같지도 않은 그림을 그려서 그렇게 위대한 칭송을 받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카소만 그런 '입체주의'파를 - 이렇게 정의되는 것을 싫어했지만 - 고수했던 것이 아니라 그 외에 브라크, 글레이즈, 로랑생, 그리스, 들로네, 레제, 피카비아, 뒤샹 등의 수많은 화가들이 그런 화풍을 따라갔기 때문에 '입체주의'라는 고전주의를 배격하는 하나의 화풍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피카소가 시대를 너무 앞서 가서 자신만의 예술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고 영향을 받은 화가가 없었다면 그가 20세기에 누렸던 영향력은 - 그가 그것에 신경이나 썼었는지도 모르겠지만 - 상당히 적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미술세계도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살다 갔을지도 모른다. 아마 고흐처럼.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그의 그림이 별로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구상과 그의 영향을 받았던 분야가 그림, 도자기, 삽화, 음악, 책까지라는 어마어마한 하나의 흐름을 주도했다는 것을 알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어려서부터 발휘된 그림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p. 12의 열한 번째 줄) - 비록 그 재능을 내가 본 것은 아니여도 - 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그림 속에 예술을 가지고 노는 듯한, 혹은 예술을 즐기는 자유와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다고. 그래서 그런 패러디 안에서 발견되는 그의 재기 넘치는 풍자가 그의 그림들을 특색있는 명화로 인식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피카소가 추구했던 것은 그림에 대한 기법이나 아름다움이라기 보단 그 속에 숨어있는 사상이나 풍자기법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쓴 저자도 그의 그림엔 청색 시기에서 장미빛 시기를 지나 입체주의로 진행해가면서 미학적인 요소가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피카소가 주도한 '입체주의'파에서 '입체주의'라는 용어에 고착화되는 것을 경계했다고는 하지만, 그 화풍을 표방하는 사람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많았다. 처음 '입체주의'라고 명명한 사람은 마티스였다. 1908년 브라크의 그림을 본 후 그 말을 했다고 하는데, 내가 몰랐다면 피카소의 그림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피카소의 그림과 흡사하다. 세잔의 영향을 받았던 브라크와 피카소는 공간적 차원의 파괴를 위해 원근법적 척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그 유명한 <아비뇽의 처녀들>이란 그림이 바로 그런 식이니 충분히 상상이 갈 것이다. 처음에 그 그림을 봤을 때는 대충 그린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만약 내가 이것을 그린다면, 순전히 내 머릿속의 생각으로 그린다면 이런 파격적인 그림은 나오지 못할 것 같다. 無에서 有를 창조한 것이기에 피카소가 위대한 줄 이제야 알겠다. 특히나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809점 가량의 습작을 했다고 하니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그리고 그렸을 그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대충 찍찍 그리면 되는데...' 란 생각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다. 형체가 없는 것을 추구하니만큼 내가 좋아할 만한 그림은 전혀 없을 법도 한데, 유독 <볼라르의 초상>은 내 눈을 끈다. 가까이에서 보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은 얼굴이 멀리서 보면 확연히 들어오는데, 어쩜 저렇게 몇 가지 선으로 사람 얼굴을 만들어놓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다가도 다시 고전주의 화풍으로 변하기도 해서 대중과 비평가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는데, 하나의 진부한 양식으로 변해가는 입체주의에서의 창조적 혁신을 꾀한 것이라고 하니 피카소가 확실히 비범하기는 한 것 같다. 아무나 그렇게 양식을 깨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피키소는 회화 말고도 도자기, 조각에도 창조적 영감을 발휘했다고 하는데 학창시절 미술교과서에 자주 실렸던 <황소의 머리>를 여기서 봐서 참 반가웠다. 그래도 그에겐 회화가 딱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입체주의 풍의 회화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있기 때문에... 바로 <올가의 초상>인데, 완전 아름답지 않은가. 그 외에도 그 유명한 <게르니카>를 그려 스페인 내전에 반대하기도 했고 한국전쟁의 반전운동에 참가한 적도 있을 정도로 철저한 평화주의자였다.



세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고, 항상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려고 했던 파블로 피카소는 세계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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