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영성작가들, '예수님의 비유'를 말하다 기독교 영성작가 시리즈 1
존 파이퍼.헨리 나우웬 외 영성작가들 지음, 최은미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 번쯤은 들어봤던 영성작가들, 즉 헨리 나우웬, C. S. 루이스, 마르틴 루터, 제임스 패커, 빌리 그래험, 데레사 수녀, 디트리히 본회퍼, 존 칼빈, 브레넌 매닝... 이런 작가들이 '예수님의 비유'에 대해서 생각한 한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예수님의 비유'는 예전부터 막연하고 모호하고 심지어는 신비하게 다가왔던 터라 그런 책이 있으면 읽고 싶었었다. 그 이유인 즉슨,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다른 한 편으론 선생 노릇을 하면서 생긴 고민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비유를 잘 들어가며 설명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는데 막상 선생이 되어 아이들에게 뭔가를 설명하려니까 비유라는 놈이 그렇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던 탓이다. 이제서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같은 비유도 읽어 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이해되기 때문인지 이 책에는 같은 비유를 여러 작가들이 설명해놓은 것이 많았다. 처음엔 같은 말이 반복되네? 하며 식상하게 생각되었는데 계속 곰곰히 읽으니까 하나의 비유로 다양한 것을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하나의 비유를 말씀하실 때 그것을 말한 의도와 목적, 시대적 배경, 주변 환경까지 꼼꼼히 고려하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총 12개의 항목에 따라 나뉘어서 비유를 이야기하는데 주제별로 묶어서 비유를 한 번에 훑어볼 수 있어 참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은 출퇴근 길에 짬짬히 읽을 만한 것으로는 추천해주지 못할 것 같다. 한 번 쭈-욱 읽고 먼 산을 보며 곰곰히 자신의 상황과 과거의 경험을 생각해봐야 하기에 골방에 들어가서 몇 시간을 읽어내려가는 것이 나을 듯 싶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을 땐 힘들었다. 내용이 어렵다기보단 머리가 아팠다고나 할까. 사람 중에 자신의 잘못을 들쑤시는데 안 아플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읽는 중에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는 건 염두에 두도록 하자. 나만 그런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경건 서적은 왠지 다른 책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 나라][예수를 따름][섬김과 순종][우리의 이웃을 사랑함][기도][겸손][재물][하나님의 사랑][감사][하나님의 통치][영적 생활][그리스도의 재림].. 이렇게 총 12개의 주제로 엮어졌는데 정말 감동적인 구절이 많다. 신앙 생활을 하면서 사실 정확히 알지 못하고 대충 지내는 부분이 간혹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도 말끔하게 설명해주기도 해서 좋았다. 왜 전도를 해야 하는지, 왜 골방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우리의 이웃은 누구이며 왜 그들을 사랑해야 하는지... 당연하다고 생각은 하면서 왜 그러는지 이유를 정확히 몰랐던 물음에 대해서 해소가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우리의 이웃이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가지고 설명하면 당연히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은 천하다 멸시했던 사마리아인이 될 것이다. 이것을 보며 우리는 이웃이란 우리가 만나는 누구든지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거에 일어났던 이교도는 마구 죽였던 십자군 전쟁, 지금도 계속되는 팔레스타인 분쟁, 옛날 중세 때 일어났던 마녀 재판 등 사람들이 행했던 행동 중에는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상반된 행동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제일 의아하고 이치에 맞지 않게 여겼던 것은 중세시대의 기독교이다. 종교개혁 이전의 기독교.. 물론 중세시대의 신학자들 중에도 대단한 분들, 존경해야 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중세시대에 자행되었던 잘못된 교리들을 생각해보면 어찌 같은 예수를 믿으면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면서도 이교도에 한해서는 당연히 죽여도 된다는 사상을 가진 십자군 전쟁을 비롯해서 종교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진 많은 전쟁들을 보면 어찌 앞 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아메리카 대륙을 지배할 때도 종교라는 이름으로 원주민의 문화를 다 갈아엎었던 것도 정말 말도 안 된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아보지 못해서, 내가 침략자의 입장이 되어 보지 못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잘못 되었던 것이 아니라 돈과 명예에 눈이 멀었던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이었을 테니. 지금 내 행동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가끔 나도 눈이 시뻘게져서 돈을 쫓곤 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과거, 그리고 이 순간에도 뭔가에 씌여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일어난 게 종교개혁이지만 지금은 종교개혁이 일어난지 어언 5세기가 지난 후라 그런지 그런 개혁이 한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람은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는 우리 자신과 같이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창조에 바탕을 두고 그렇게 행해야 한다.

아직 구원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치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그들은 가장 큰 대가를 치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들이다.

이것이야말로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의 핵심이다.

모든 사람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사랑받아야 한다.  

- 프란시스 쉐퍼

 

이 글귀를 읽고 다시금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아, 내 생각이 맞았어. 모든 사람은 사랑을 받고 귀히 여김을 받아야 해. 예수님의 가르침은 바로 이거였어. 아무리 기독교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나쁜 짓을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기독교가 그것을 믿는 인간 대신 욕을 먹어도 그 가르침은 절대 변하지 않아. 거짓이 아냐. 결단코 바른 진리야. 이런 마음을 말이다. 믿는다고 하면서 세상에서 기독교에 욕을 먹게 만드는 사람들처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분을 말끔히 해소한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어렵다. 이것은 단순히 머릿속으로 알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삶에 체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계속 틈틈히 읽고 내 마음과 생각과 삶을 제대로 찾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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