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의 방식은 너무도 많다. 설명, 권고,
도덕적 교훈, 코미디. 그리고 반짝이(다른 용도로는 너무 작고 달콤할 수도 있지만)와 그 그림자들로 활기를 얻는 환상적인 이야기도 잊어서는 안 된다. - P14

우리는 시의 마법적 장치인 행갈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물론 산문에서도 종이 끝에서 행갈이가 이루어진다. 아, 그 견실함이란! 시의 말馬이 날개를 가졌다면 산문의 말은 마구를 쓰고 있다. 질 좋고 튼튼하고 편안한 마구 나의 경우 밭을 갈기보단 나는 걸 더 좋아하지만 말이다.
- P14

그 시들은 작은 ‘할렐루야‘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시들은 산문과 달리 무엇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책갈피에 앉아 숨만 쉰다. 그 시들은 몇 송이 백합 혹은 굴뚝새 혹은 신비한 그림자들 사이의 송어, 차가운 물, 거무스름한 떡갈나무다.
- P15

나는 날마다 이른 아침에 물가를 거닐 때 다시 깨어난다. - P19

모든 생명력은 그것의 존재를 장려하는 메커니즘을 지닌다. - P20

우리 삶의 양식은 우리를 보여준다. - P29

만일 당신이 나와 너무 똑같다면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내게 무얼 배우겠는가? 내가 사사프라스 잎을집에 가져가면 M은 그걸 보며 감탄한다. 그녀가 내게 마을과항구 위 하늘을 나는 기분을 이야기해주면 그 푸른 길에 대한묘사로 내 세계는 달콤해진다. 우리의 서로 다른 흥분을 접하는 건 함께하는 삶의 또 다른 선물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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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23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문단에서와 같이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의 저자와 내가 생각이 똑같다면 내가 뭐 하러 책을 읽는가, 하고요. 나와 다름의 발견. 그리고 그 다름이 옳음이라고 여겨질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지요.

청아 2021-01-23 12:42   좋아요 1 | URL
어머! 그렇네요. 독서 중에 저자와의 관계에서도 그렇죠! 와..저 지금 소름돋았어요!👍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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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2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약 살아계셨으면 이분이 노벨문학상을 받으셨을거에요 키우시던 강아지가 털이 폭실 폭실 양을 닮았는데 올리버 시인과 웃는 모습까지 닮더군요. ^ㅎ^

청아 2021-01-22 20:26   좋아요 1 | URL
오 그래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게된 분이예요!
역시 스콧님😍👍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더이상 알 수 없을 때까지, 가짜로라도 스핑크스가 되어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사실 가짜 스핑크스에 불과하며우리가 정말로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삶에 동의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부조리야말로 신성한 것이다.
이론과 반대로 행동하기 위해서 이론을 세우고 거기에 대해 심사숙고하자. 우리의 행동에 모순되는 이론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자. 길을 만들고 그 길로 가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행동하자. 우리와상관없고,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도 않고, 그런 식으로 여겨지기를 바라지도 않는 어떤 행동과 자세를 취하자.
- P35

어떤 이들은 세상을 지배하고, 어떤 이들은 그 세상이다. 어느 미국인 백만장자, 카이사르 또는 나폴레옹이나 레닌, 작은 마을의 사회주의 지도자 사이에는 질적 차이는 없고 양적 차이만 있다. 그들 아래에는 우리같이 눈에 띄지 않는 이들, 즉 경솔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학교 선생 존 밀턴과 방랑자 단테 알리기에리, 어제 나에게 우편물을 가져다준 배달원이나 잡담을 들려준 이발사, 바로 오늘 포도주 반병을 남긴 나를 보고 쾌차를 빌어주는 동지애를 발휘한 식당 종업원이 있다. - P37

문학이란 예술과 사상의 결합이며 현실의 흠을 덜어낸 결과로, 인간적인 모든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야 하는 목표다. 그것이 동물적인 본성의 여분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에서 비롯된 노력인 한에서그러하다. 어떤 사물을 표현하는 것은 추한 부분은 빼버리고 미덕만을보존하는 일이다. 들판의 푸름에 대한 묘사에서 들판은 실제보다 더욱푸르다. 상상 속에서 묘사한 꽃의 색깔은 세포의 실제 생명력 이상의영속성을 갖게 된다.
- P39

움직이는 것은 살아 있고, 말해지는 것은 살아남는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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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빈과 그 거리에 들어서던 화려한 건물들, 도도하지만 요염한 여인들과 바위처럼 완고한 황제, 가스등 조명이 켜진 카페와 우아한 왈츠 선율, 소리 없이 퍼져나간 성性에 대한 프로이트의 파격적인 주장, 그리고 새로운 예술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젊은 예술가들의 수장 클림트… - P12

여기에 클림트의 모순이 있다. 그 누구보다도 현대적으로 보이지만, 클림트의 ‘선배‘들은 이토록 먼 과거에 존재하고 있었다. 클림트는 19세기 말, 빈 분리파를 만들어 과거 스타일을 답습하는 기존 오스트리아 예술계에서 스스로를 ‘분리‘ 하겠다고 선언하며 혁신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그의 영감은 미래가 아니라 고대와 중세 초기의 예술에서 왔다. 클림트는 누구보다도 혁신적인 화가인 동시에 가장 고답적인 화가이기도 했다
- P15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만약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온다면 나는 빈으로 갈것이다. 빈에서는 모든 것이 20년 늦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라고말했다.  - P16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처럼 클림트가 살던 오스트리아 제국은 ‘어제의 세계‘였다. 황제가 거주하던 도시, 19세기 말에 바로크 스타일의 궁전과 고딕 양식의 교회를 지었던 시대 착오적인 도시가 클림트의 삶의 터전이었다. - P18

클림트는 이 집에 자신의 수집품들, 그리고 단테와 페트라르카의 책들이 꽂힌 서가를 가지고 있었다. 한때 그의 연인이었던 알마 말러Alma Mahler의 회고에 따르면, 클림트가 늘 입고 다니던 헐렁한 가운 주머니에는 『신곡』과 『파우스트』가 들어 있었다. 모델들을 스케치하다 쉬는 시간이 되면 클림트는 응접실로 가 책을 읽었다. 그의 서가에는 고야, 세잔, 드가의 화집과 일본 미술에 대한 책도 있었다.  - P28

오다는 클림트의 아틀리에를 자유로이 오가는 반라의 모델들, 그리고 그 여인들이 클림트와의 애정행각에 대해 서로 속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한 모델은 다른 모델에게 어깨를 드러내 보이며 간밤에 클림트가 새긴 ‘러브 마크‘를 자랑하기도 했다. 클림트는 모델들 모두에게 매우 상냥한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 P29

1918년, 클림트는 막 56세를 맞고있었다. ‘60세가 되기 전에 뇌출혈로 쓰러질 것‘이라는 불안은 거짓말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의 친구인 작곡가 구스타프말러 Gustav Mahler 역시 베토벤과 슈베르트, 드보르자크가 모두 교향곡 9번을 작곡한 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의 교향곡9번이 될 곡에 번호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다. 말러는 그 후 교향곡 9번을 무사히 작곡했지만, 결국 교향곡 10번을 미완성으로 남기고 1911년 세상을 떠났다. 클림트는 친구의 죽음을보면서 예정된 운명을 더욱 두려워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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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성 1 동서문화사 세계사상전집 94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희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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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느정도 긴 머리를 유지하다가 한 번씩 커트로 자르곤 한다. 커트는 장점이 많아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상태로 친구와 함께 극장에 갔었는데 그곳 화장실에서 어떤 아주머님이 내 뒤에서 다시 앞을 번갈아 보시고는 "뒤에서 보고 남자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 분의 머리길이도 나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단지 그 분은 곱슬곱슬하게 펌이 추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퍼머한 짧은 머리는 여자,퍼머하지 않은 짧은 머리는 남자라는 편견을 갖게 됐을까? 그분이 내게 굳이 건네는 그 말 속에는 '여자는 당연히 머릴 기르거나 펌을 해야지'가 포함되었을 수 있다. 인공지능의 공포를 논하는 지금 시대에도 흔한 이런 편견들은 발자크가 살았던 때에는 어땠을까?


여자에게는 교육과 교양과 그녀의 개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을 금지해야 한다. 움직이기 불편한 옷을 입히고 ,빈혈을 일으킬 정도의 소식을 장려해야 한다. <결혼의 생리학>발자크

p.156


 이 책은 시종일관 내게 놀라움을 일으켰다. 나는 보부아르의 글을 읽는 동안에 수도 없이 "어머나! 이럴수가!"를 연발했다.

내가 여성으로 태어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경험했던 많은 일들 속에서 주체로서 방황하고 고민했던 것들의 해답이 이 안에 대부분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권을 읽는 데에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놀랍고 경이로운 사실들로 가득했지만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과거의 내 기억들과 번번이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다른 책으로 한 눈도 팔았다.;)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으로도 유명세를 떨친 보부아르는 그 상대만큼이나 철학적 사유의 깊이도 남다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이 세계에 뿌리박힌 오랜 편견과 오해를 전복시키려 한다. 여성의 삶은 그 수동적이고 타자화된 특징들 때문에 일생에 걸쳐 온갖 혼란을 개개인이 스스로 감당해야하는 불리한 조건에 있다. 남자들의 경우에도 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도 가정에서도 이들은 공식적,또는 암묵적 지지를 받는다. 반면 여성들은 세계 곳곳에서 민족적,문화적 경계를 초월하여 유사한 문제, 유사한 고통과 괴로움을 겪으며 살아가지만 사회는 물론 학교나 가정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드러내지는 않으며 모호하지만 강력한 방식으로 그 시스템을 유지시킨다.


청년이 인생을 향한 출발을 비교적 쉽게 하는 것은,인간으로서의 사명과 남성으로서의 사명이 서로 모순되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 그는 유년시절에 이 행복한 운명을 예고 받는다. 그는 자기를 독립적이며 자유로운 존재로 완성해 가면서 사회적 가치와 병행하여 남성의 권위를 획득한다. ...중략...이에 반해서 처녀의 경우 인간으로서의 조건과 여성으로서의 사명 사이에는 모순이 있기 때문에, 사춘기는 여성에게 있어서 무척 어렵고 극히 결정적인 시기이다. 이제까지 그녀는 자주적 개체였으나, 이제는 그 주권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녀는 자기 형제들 사이에서 더욱 심각하게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분열된다. 뿐만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능동적이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그녀의 타고난 욕구와,그녀에게 수동적 객체이기를 요구하는 성적 경향 및 사회적 요구 사이에 알력이 생긴다.

p.423

 

 그렇게 보부아르의 말처럼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다.


보부아르는 생물학적 조건으로 부터 시작해 역사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부여된 사회적 가치들의 차별과 대물림을 분석한다. 


"사슬에 매여 있으면 존중받기 때문에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사슬에 매여 있는 편이 한결 편하다"고 버나드 쇼는 말했다. 

P.157

 또 그녀는 시대를 반영하는 여러 여성들의 사례와 문학속 텍스트에 담긴 의미에 대해 심리적,철학적인 주장을 이어간다.결국 보부아르의 목소리를 따라 독자는 여성의 어린시절부터 첫경험과 섹스,결혼에 이르기 까지 삶 전체를 포괄하여 수많은 모순과 맞딱뜨리게 되고 자신의 인생을 하나하나 되돌아 보게 된다. 때로 너무나 단정적이고 거침의 없는 그녀의 언어에 나는 주춤했다. 하지만 보부아르가 경험한 시대에 비해 여성의 권리가 나아진 지금에도 여전한 문제들에 고개가 끄떡여지는 것은 씁쓸하다. 


남자는 결코 어떤 성에 속하는 개인으로서 자신을 규정하며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가 남자라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P.17


 내용이 너무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분량이 많은 것부터 시작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내용도 있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들과 황당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풍부하다.게다가 '밑줄긋기'에도 어느정도 넣었는데 주옥같은 보부아르의 격언들은 덤이다. 여성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남자들에게도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권이 기대된다.  


메를로 퐁티의 아주 지당한 말처럼,인간은 자연의 종이 아니라 역사적인 관념이다.

P.64




<사진 출처: 네이버 '두 남자의 철학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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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2 1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 아주머니! 타인에 대한 예절 없이 함부로 내뱉어요!! 보부와르 사진에서도 미모와 지성이 반짝 반짝~*미미님 리뷰도 반짝 반짝 ^.^

청아 2021-01-22 11:58   좋아요 2 | URL
반짝 반짝은 신기하게 글자에서도 반짝임이 나는 것같아요!
ㅋㅋ감사해요 스콧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