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을 하려다가 참았...아니 미루다가 잊었던 책인데 (이미 다른 책도 펀딩 중이었으므로) 이 책이 드디어 출간된 걸 피드에서 확인하자마자 주문했다. 나의 페럴만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머릿말]부터 예사롭지 않다. 화가들의 작품을 담은 글도 최근에 사 모은 것마다 제법 글의 수준이 높다. 그림 보다 글이 야하다고 느끼며 다시 가져다가 내가 먼저 읽는 중이다. 어느 곳을 펼쳐 봐도 마찬가지.
내가 수태되었던 밤, 나는 거기 없었다.
당신보다 앞서 있는 날을 목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영혼에는 하나의 상(image)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 앞에 그 체위가 결코 폭로되진 않깄지만, 어쩔 수 없이 필요불가결한 그 체위에 우린 종속되어 있다. 결여된 이 상을 우리는 "기원"[origine]이라 부른다. (...)
나는 인간들이 이 세계에 자기 몸의 그림자를 남기기 전 그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느끼는 공포의 원천을 향해 한 발 더 깊이 들어가보려 한다. 만일 매혹 뒤에 결여된 상이 있다면, 그리고 결여된 상 뒤에 또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밤이다. -파스칼 키냐르
이 책을 그 사람에게 내말자 넋을 놓고 넘겨보던 그는 나에게 뭐라 말했다. 그런데 이미 잔뜩 취해 있던 탓에 어떤 말을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책을 고른 나의 취향 내지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우리는 뇌에 주름을 만들기 위해 기억나지 않는 것은 얼마간 검색하지 않는다. 덕분에 요즘 꽤 주름이 늘고 있다. 뇌를 좋아지게 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 셈. 농어는 8월이 제철이라는 그를 따라 우리 동네에 있는 횟집에서 소주를 여러 병을 비웠다. 농어랑 우럭이 우리처럼 다정하게 어깨를 기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음식 사진을 안 찍는 건 아니다. '식탐' 폴더에 정성스레 모아놓고 있다. 그래도 국밥 사진을 제외하고는 음식 사진을 이런 곳에 올리는게 조금 부끄러웠는데 요즘은 공유하고 싶어진다.
점심을 이것저것 챙겨 먹고 잠이 쏟아져서 블랙 커피를 한잔 마셨다. 진한 커피를 마셔가며 서랍에 넣어둔 이 책을 몰래 틈틈이 읽는 중이다.
라틴어로 페니스는 원래 작은 붓(penicillus)을 의미했다. 원초적 장면은 '필히 번식력 강한'단 한 번의 교미를 형상화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을 꿈꾸는 자는 이로써 번식된 자이기 때문이다.
-성적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