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당신이 유리로 된 아주 높은 건물의 긴 외벽을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당신을 보는 사람이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 - P9

밤에 그는 종종 공포를 느꼈다. - P15

솔직히 말하고 싶다. 나는 여전히 겁을 많이 먹는다고. 분명어린 시절에 내게 일어난 일 때문이겠지만, 나는 걸핏하면 몹시겁에 질린다. 한 예로, 거의 매일 저녁 해가 지면 나는 여전히 무섭다. 아니면 이따금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들면서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처음 윌리엄을 만났을 때는 나 자신의 이런 면을 알지 못했고, 그 모든 게… 오, 그냥 내가 원래그런 사람이라고 느꼈다. - P28

"루시, 당신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완전히 진행된 경우로군요." 어느 면에서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니까 뭔가에이름을 붙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P28

같이 있어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사람은 윌리엄이 유일하다고. 그가 내가 가져본 유일한 집이라고.
내가 파티에서 그냥 나와버리지 않았다면 팬 칼슨에게 그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 P52

그날 캐서린은 내게 말했다. "나도 우울해질 때가 있어." 그래서 나는 놀랐다. 내가 아는 누구도, 어떤 어른도 그런 말을 해준적이 없었고 게다가 그녀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캐서린은 나를 다시 안아주었다. 나는 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그런 다정함이 있었다. - P59

 나는 크리시에게 다시 임신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게 그애가 들어야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크리시를 안아주었고,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옆으로 부드럽게 넘겨주었다. "엄마" 크리시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딸이 태어나면 루시라고 부르려고 했어요." - P61

보도를 걷다가 나는 어머니가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해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크리시가 태어날 아기를루시라고 부르려고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애는 나를 사랑했다, 내 딸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놀라웠다. 솔직히 감동적이었다. - P62

그해에 윌리엄이 내게 책을 읽어주던 게 기억난다. 어린이용책이었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었고, 그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책이었다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한 소년에 대한 내용이었다. 매일 밤 우리가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그가 몇 페이지씩 읽어주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다른 무엇보다 윌리엄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가 불을 끄고내 몸에 손을 뻗지 않으면ㅡ대부분의 밤에 손을 뻗었다―공포와 상실감을 느꼈다. 나는 그 정도로 그를 원했다. - P72

진실은 이것이다. 그 느낌은 영영 사라지지 않았다.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와의 결혼생활 내내 나는 그것을 느꼈고-밀물과 썰물처럼 오갔다―그 느낌은 정말 끔찍했다. 윌리엄에게,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내 옆에 종종 머물러 있는 은밀하고 조용한 공포였고, 밤에그와 함께 침대에 있을 때도 나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 P73

그리고 그때, 아기가 태어난 뒤로 정말 눈에 띄게 말이 없어진 윌리엄이 내게 말했다. "저기, 루시, 난 아기가 아들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
내 내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쿵 떨어지는 것 같았고,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 나는 생각했다.
음, 적어도 그는 솔직하기는 하잖아.
우리에게는 이렇게 서로에게 놀라거나 실망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 P75

캐서린이 그에게 미친듯이, 되돌릴 수 없게 빠져든 것이 이때였다. 그녀는 그날 빌헬름의 연주만큼 아름다운 연주는 들어본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계절은 여름, 창문이 조금 열려 있고 바람이 불어와 커튼을 부드럽게 들칠 때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연주를 시작했다. 브람스의 곡이었는데, 그건 그녀가 나중에 안사실이었다. 그는 연주하고 또 연주했고, 그저 한두 번 그녀를슬쩍 올려다보았을 뿐이었다. 그러고는 일어서서 캐서린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뒤-그는 짙은 금발에 키가 컸다-그녀옆을 지나 다시 들판으로 나갔다.  - P77

어린 시절 나는 언니든 오빠든 거짓말을 하면, 심지어 하지 않았더라도 부모님이 우리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입안을 비누로 씻어야 했다. 그것이 그 집에서 우리에게 일어난최악의 일은 아니었고, 그래서 지금 여기서 그 이야기를 하려고한다. 우리는 작은 거실의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고, 거짓말을한 사람이 누구건 간에 예를 들어 언니 비키가 거짓말을 했다고 치면 나머지 두 아이, 오빠와 나 중 하나는 언니의 팔을 잡아 누르고 나머지 하나는 언니의 다리를 잡아 눌러야 했다. 그러고 나면 어머니는 부엌에서 접시 닦는 행주를 가져다가, 욕실로가서 그것에 비누를 묻힌 다음 비키가 혀를 내밀면 입안에 행주를 쑤셔넣은 뒤 구역질을 할 때까지 계속 문질렀다.
나이를 먹고 생각하니, 부모님이 이 행위에 나머지 아이들을개입시킨 것은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아주 잘 쓴 것 같다. 그 집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그랬듯, 그게 우리를 갈라놓았다. - P81

이걸 한번 이해하려고 해보라.
대형 코르크판이 있고 그 판에 지금껏 살아온 모든 사람의 핀이 꽂혀 있다면, 거기 내 핀은 없을 거라고 나는 늘 생각했다.
나는 내가 투명인간이라고 느낀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 P82

 그가 조앤에 대해 말했을 때, 나는 내가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여자들에 대해 들을 때도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이미 했었다. 하지만 이 조앤이라는 여자는 수도 없이 우리집에 찾아왔고, 어느 여름 내가 아파서 병원에입원했을 때 내 딸들을 병실로 데려오기도 했으며, 예전부터 남편의 친구이자 내 친구였다.


내 안에서 튤립 줄기가 툭 꺾였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튤립은 꺾인 채로 내 안에 남았고, 결코 다시 자라지 않았다.

나는 그후로 좀더 진실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P98

크리시가 여름에 카시트에 앉은 채ㅡ세 살이었다ㅡ투정을 그치지 않자 윌리엄이 차를 한쪽에 세우고 손가락으로 크리시를 가리키며 "자, 내 말 잘 들어, 네가 아빠속을 뒤집어놓기 시작하는구나" 하고 말한 이야기도 했다. 그러자 크리시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아니요, 아빠가 내 말을 잘 들어요. 아빠가 내 속을 뒤집어놓기 시작했다고요" 하고 말했다.
우리 모두 그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 얘기가 나오면 늘 그러듯나는 이 말을 보탰다. "네 아빠가 나를 쳐다봤고, 나는 네 아빠를쳐다봤어. 그리고 아빠는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지. 그뒤로 우리는 힘을 가진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됐고."  - P103

나는 스스로에게, 어머니가 나를 사랑했다고 말해준다. 어머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언젠가그 사랑스러운 여자 정신과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소망은 결코죽지 않아요." - P108

나는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요즘 밤의 공포는 어때, 윌리엄?"
윌리엄이 손을 펴고 말했다. "사라졌어." 그리고 덧붙였다. "사는게 더 나빠지니까 멈췄어." - P134

사람들은 외롭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할 수 없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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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24 0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일 읽으시나봐요. 미미님^^ 서재에서 핫한 책들은, 미미님 서재에 가면 한 번에 다 만나보게 되니!!

저처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미입문, 초심자는 [올리브 카터리지]부터 읽고, 읽어야겠죠?^^

미미 2022-10-24 07:42   좋아요 1 | URL
종일 책만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저도 이번에 <내 이름은 루시 바턴>으로 처음 만나봤어요 얄라님~♡ 이번에 나온 <오 윌리엄!>과 연결된다고 해서요.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요.*^^*

새파랑 2022-10-24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이 엄청나게 많네요~!! 역시 천재~!!

미미 2022-10-24 12:58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눈에 무리가 될까봐 요즘 밑줄 자제했는데 안 올릴수가 없는 작품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