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가 던진 물음. 사람은 자신 안에 또다른 자신을 몇 명이나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다른 자신을 어떻게 지켜낼까?‘ 이 물음을 이제 나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악은 분명 매혹적이다. 그리고 선보다 솜씨가 뛰어나다. 마음을 더 잡아끈다. 내가 전쟁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세계에점점 더 깊이 빨려들어가는 사이, 다른 것들은 모두 빛을 잃고 흐릿해지며 시들해졌다. 거대하고 무자비한 세계다. 이제 나는 그곳에서 돌아온
이들의 고독을 이해한다. 다른 별에서 왔거나 저세상에서 온 것 같은 그외로움을. 이들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세상을 알고 있으며, 그 세상은죽음에 가까이 다가가야만 알 수 있는 세상이다. 그 세상의 뭔가를 말로표현하고 전달하려 시도할 때 이들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입이떨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이야기하려 하고, 다른 이들은 이해하려 하지만, 모두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 - P23

살인은 쉬운 일이 아니야... 어찌 보면 죽이는 게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하지 - P59

전쟁터에서 사람은, 당신한테 이미 말했듯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지닌 사람인지 단박에 드러났소. 그곳에선 감출 수가 없거든  - P199

"당신이 연락하면 다들 기뻐할거야. 기다리고들 있어. 그 일을 떠올리는 건 끔찍하지만 그 일을 기억하지 않는 게 더 끔찍하거든." - P225

독일군에게 잡혀간 우리 간호병을 찾아냈지. 세상에, 눈알이 도려내지고 가슴이 잘려나가서는......놈들이 말뚝에 박아놓았더라고. 몸은 살을 에는 추위에 꽁꽁 얼어 새하얗고 머리는 완전히 백발이 되어 있었어. 그 아이는 겨우 열아홉 살이었어. 우리는 그 아이 배낭에서 가족이 보낸 편지들과 고무로 된 작은 파랑새를발견했어. 애들이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 고무새를.…" - P243

사람이죽잖아? 그럼 언제나 위를 바라봐 옆을 본다든지 옆 사람을 본다든지하는 일은 거의 없어. 정말 위만 본다니까..... 천장만....하지만 꼭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지 …… - P416

‘만약여자로 살지 않았다면 전쟁터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라고 나는 한번도 남자가 부러운 적이 없었어. 어렸을 때도 젊었을 때도, 전쟁터에서도 나는 언제나 내가 여자라서 행복했어. 사람들은 기관단총, 권총 같은 무기가 아름답다느니 무기 안에 인간의 사유와 욕망이 담겨 있다느니 하지만 나는 무기가 아름답게 느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 보니까, 남자들은 성능 좋은 권총 앞에서 넋을 잃더라고. 나는 그게 정말 이해가 안 됐지. 나는 여자니까. - P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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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28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 빼곡한 플래그라니.
읽기 힘든책 완독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미미님!!

미미 2022-07-28 18:34   좋아요 2 | URL
크 -소장각, 재독각입니다.
다락방님 덕분에 또 완독했습니다.^^*
늘 끌어주셔서 감사해요!!

mini74 2022-07-29 15: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윽...너무 끔찍해요 속상하고....그 와중에 미미님 플래그 너무 예뻐요~

미미 2022-07-30 14:14   좋아요 2 | URL
네ㅠㅠ 간호병이 당한 일 너무 끔찍하죠. 분하고...
늘 자재하고 정말정말 좋은 문장만!! 하며 다짐하지만 결과는 이렇네요. 증언외에 글도 참 잘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