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의 아르망스~♡♡
문장도 줄거리도 캐릭터도 너무 좋다.
이런 책이 절판이라니...이게 무슨 일인가?
재출간이 시급하다.
































나는 불행해. 하지만 나는 내 불행보다 더 강해지고 싶어. 불행과 겨루어볼 테야. 불행에 나를 겹쳐놓고 치수를 재어 내가 불행보다 크다는 걸 보여줄 테야. 브루투스는 자기 자식들을 희생시켰지. 그는 그런 역경도 헤쳐나갔잖아. 나도 살아야 해.‘ - P43

하루를 돌이켜본 이 씁쓸한 결과를 그는 그리스어 문자로기록해놓았다. 이어서 피아노 앞에 앉아 오페라 <돈 조반니>의악보를 펴놓고 막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했다. 모차르트의 우울한 화음이 그에게 영혼의 평화를 부여해주었다. - P44

가장 빠른 꽃봉오리는
미처 피기도 전에 벌레에 파먹히듯,
젊고 다정한 영혼은
사랑으로 인해 미치광이가 되나니
(………) 탐욕스러운 사랑은 이렇게
가장 아름다운 영혼들에 기생한다오.
<베로나의 두 신사> 1막 - P45

그때 그녀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옥타브가 지나치게예민한 감수성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느꼈다. 이런 종류의 감수성이란 사람을 불행으로 밀어 넣으면서도 또한 사랑받을 만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법이다. 불꽃같은 상상력으로 인해 그는 자신이 누릴 수 없는 행복을 부풀려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그가 메마르고 차갑고 사리판별에 충실한 성격을 지니고 태어났더라면, 자신이 지닌 그 밖의 장점들을 합해서 더할 수 없이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들과같은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려는 기질이 부족했다. - P51

세상의 반은 속는 자, 반은 속이는 자
전자는 필경 저 모든 철학자들이 경고하듯이
꾸민 태도와 화려한 말솜씨에 속아 넘어가지
철학자들이 그러던가?이 점을 조심하게, 디에고,
악마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성서를 입에 올릴 수 있다네.
오, 아름다운 외양에는 또한 얼마나 많은 거짓이 담겨 있는지!

-필립 매신저 - P54

그의 머릿속에 어느새 아르망스가 들어와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의 유일한 친구이므로, 그렇다기보다 유일하게친구처럼 여겨지는 사람이므로, 그가 그녀를 생각하고 있다고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사랑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이 감정을 혐오했다. 그날 그의 가슴속에는 자신이 일전에 한 ‘친구‘를 너무경솔하게 단죄한 게 아닐까 하는 염려밖에 없었다.  - P59

그날 저녁 옥타브는 단 한 번도 아르망스를 마주 바라보지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눈은 내내 그녀의 사소한 움직임조차놓치지 않으려 했다.  - P59

옥타브는 이 여자가 얼마나 사악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교활함을 확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르망스의 순진무구함을 확인한다는 의미였다. 그가 관찰한바, 당크르 부인의메마른 마음에 조금이나마 생기를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미움이라는 감정뿐이었다. 반면 부인은 관대하고 고상한 것들을 대하면 달갑잖은 듯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런 것들에 대해 복수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오직 감정의 비열함과 천박함만이,
그렇지만 그 비열함이 지극히 고상한 표현으로 포장되었을 때만, 이 공작부인의 작은 눈을 빛나게 할 수 있었다. - P60

한편 아르망스 역시 그의 눈에 담긴 표정을 볼 기회가 있었다. 옥타브가 드 보니베 부인과 그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가, 다시 구석진 자리로 돌아와휘스트 놀이를 하는 사람들 곁에 말없이 자리 잡았을 때, 어떤감동과 나른한 피로감이 담긴 그의 시선이 건너와서 그녀에게한동안 머물렀던 것이다. 원래 큰 기쁨이 남겨놓는 그런 나른함에 젖어 있을 때는 시선을 재빨리 감추는 일마저도 어려워지는 법이다.

🌸🌸🌸 - P62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기는 해도 내가 속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야 할 텐데.‘
밤공기가 싸늘했다. 아름다운 달빛이 차가운 대기를 적시고 있었다. 옥타브는 자신의 말을 데려오게 해서, 새로 조성된 대로를 따라 꽤 멀리까지 달려 나갔다. 새벽3시경에야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모르는 채, 자신이무슨 행동을 하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드 보니베 저택 앞을 지나는 길로 접어들었다. - P63

그녀의 윤기 나는 머리칼이 찰랑거리네,
지성이 반짝이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이마 위에서.
그녀의 눈썹은 무지개 모양으로 휘어지고,
청춘의 빛으로 붉게 물든 그 뺨은
번개의 섬광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
이따금 투명한 광휘를 발하네......
《돈 후안》1가(歌)ㅡ바이런

(바이런의 시집 꼭 읽어봐야지!!) - P64

그로서는 그녀가 우정과 존경을 바칠 만한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정작 그는그런 사람의 우정과 존경을 잃어버리고 만 상황이었다. 그것도 감정을 오해받은 탓에 말이다. 그녀가 그에게서 우정을 거두어 간 이유는 그의 감정을 실제와는 정반대로 짐작한 탓이었다. 이런 상황은 사실 그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었지만, 또한 그를 무척 조바심 나게 만들기도 했다.  - P66

이제 그의 삶에 목표가 하나새로 생겼다. 그는 자신을 향한 아르망스의 중심을 다시금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아가씨가 평범한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그녀의 아버지가 세바스토폴* 주둔부대 지휘관이었던 터라 그 도시의 코카서스 국경선 근처, 러시아 제국 끝자락에서 태어난 드 조일로프 양은 더없이 온유한 외양 아래, 유년 시절을 함께한 그 매서운 기후에어울리는 굳은 심지를 감추고 있었다. - P67

드 조일로프 양은 고작 열여덟 살이었지만 이미큰 불행을 겪을 만큼 겪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런이유로 삶의 소소한 사건들은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하고그저 곁을 스치며 흘러가버리고 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을보면 그녀의 마음도 격렬히 요동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따금엿보게 되지만, 분명한 건 무엇이든 저속한 것은 결코 그녀를감동시키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 P68

사랑에 빠지지 않겠노라 거듭 다짐해왔고, 이 정념을 물리치는 것이 인생의 중대사라고 할 수있는 그가 기꺼운 마음으로 드 보니 저택으로 달려가는 까닭은 그곳에 언제나 아르망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저택에 가면 그를 경멸하고 어쩌면 미워할지도 모르는 아르망스가 그녀의 아주머니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P79

‘우리 인간이 자기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은 비겁한 탓이지 빛이 어두워서가 아냐‘ 하고 그는 이따금 중얼거렸다.  - P80

 ‘다른 모든 여자들로부터 저렇게 공격당하는 그녀가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걸!‘ 이것은 뚜렷한 문장으로 떠오른 생각이라기보다차라리 느낌이었다. ‘다른 여자들이 부자인 만큼이나 그녀는가난해. 그러니 설령 이 자리에서 그녀만이 돈에 안달복달한다해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야. 하지만 그녀는 돈을 경멸하거든.
1천 에퀴의 연수입도 없는 처지면서도 말이야. 반면 하나같이풍족하게 사는 저 여자들은 오로지 돈만을 저렇게 천박하게 떠받들고 있구나.‘ - P82

크롬웰, 충고하건대 야심을 버리게.
이 죄악은 천사들도 땅으로 추락하게 하거늘,
하물며 창조주의 형상을 본떠 빚어진 인간이
어떻게 창조주를 이기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헨리 8세> 3막 - P83

누구에게든 아주 유려하게 비춰진 옥타브의 대화가 아르망스에게는 은근한 유혹처럼 느껴진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단 하나의 목표밖에 없었으니까. - P89

그러나 열정이란 깊이 숨길수록 그 짙은
은밀함으로 표시가 나기 마련이지, 짙은
하늘이 다가오는 폭풍의 사나움을 예고하듯
미처 단속 못 한 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거든.
게다가 열정은, 위선이 그러하듯
냉정함이나 노여움, 심지어 경멸이나 증오라는
가면을 애써 둘러쓰는 바람에 드러나기도 하지.
문제는 가면 뒤에 숨어봤자 이미 늦었다는 것.

_《돈 후안》 1가 - P95

옥타브와는 달리 아르망스는 자신의 감정을 착각하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의 삶에서 유일한 관심사는 옥타브를 만나는 일이었다.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 사교계에서 이 젊은친척의 위치가 달라지자 그녀는 홀로 마음속으로 전투를 치르며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 P107

 이렇게 궁지에몰린 만큼 아르망스는 어떻게든 자신의 열병을 치유하려고 노력했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고통에 짓눌린 그녀는 그러기는커녕 깊은 우울 속으로 빠져들어 세상에 남은 유일한 기쁨에한층 더 맹목적으로 매달릴 뿐이었다. 바로 옥타브를 생각하는기쁨이었다. - P108

거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의 심장은 곧장 터져버릴 것 같았다. 마침내 시계가 새벽 1시를 알렸다. 이제 거실을 떠나야 했다. 드 보니 저택을 나설 때 차례로 눈에 들어온 현관, 저택의 정면, 대문 위로 솟은 검은 대리석 벽, 정원의고풍스러운 담벼락, 새로울 것도 없는 그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어떤 특별한 표정, 아르망스의 화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늘 흔하게 보던 그 형상들도 옥타브에게는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것들이 불러일으킨 우수 탓이었다. - P109

화창한 날이었다. 드보니베 부인은 아름다운 봄날 아침을빌려 다소 멀리까지 소풍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우님, 우리와 함께 가겠어요?" 부인이 옥타브에게 말했다.
"네, 부인, 불로뉴 숲이나 무소 숲으로 가는 것만 아니라면."
옥타브는 아르망스가 소풍 장소로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로를 따라 왕의 정원 **으로 가보는 것은 어때요?"
"그곳에 가지 않은 지 일 년이 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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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있다는 아기 코끼리를 저는 아직 보지 못했어요.
아르망스가 말했다. 그러고는 기뻐서 거의 뛰다시피 자신의 모자를 가지러 갔다. - P110

당신의 가슴에 평화가 깃들기를
거기가 당신이 숨을 곳이니.

_로버트 번스(스코틀랜드 시인)




맙소사ㅜ.ㅜ🦄🦄🦄🦄🦄 - P116

사촌누이에 대한 생각을 일부러 피하지 않게 되고부터 그의머릿속에서 그녀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는 적은 없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녀에게로만 향하는 관심, 그 열기 띤 주의력을 가로막지 못했다. 그는 다시금 공정심을 되찾았고 심지어관대해지기까지 했다. 행복감은 그로 하여금 무엇이든 엄격하게 이치를 따지고 판별하려 들던 태도를 버리게 만들었다. 어리석은 속물들은 이제 그가 보기에 그저 불행하게 태어난 죄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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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6-26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rmance
단어의 발음 느낌과
우아하고 고혹적인 꽃 그림 표지가 넘 어울려요

청아 2022-06-26 19:50   좋아요 2 | URL
그렇죠?! ㅎㅎ 저도 꽃 그림이 제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프레이야 2022-06-26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 뭐야요 넘 이쁩니다. 절판이라구요? ㅠ
스탕달의 이런 작품도 있군요 ^^
인용문 좋아요 미미 님

청아 2022-06-26 21:38   좋아요 2 | URL
이쁘죠ㅎㅎ 소설을 읽다보니 절판이란 사실이 더 안타깝게 느껴져요ㅠ
현대소설도 이렇게 잘 쓸수 없을텐데!! 에밀졸라도 떠오르고 프루스트도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