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속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 P160

인간의 삶은 분명하기보다는 오히려 모호하고, 특별하기보다는 일상적이고, 가득하기보다는 허허롭고 외로운 조건에 속해 있다. 나는 식물을 기르면서 자주 생각한다. 나라는생명체도 자연이 기르는 식물에 불과하다고, 우주의 어느한 귀퉁이에 스스로 살아내도록 바깥에 방치해둔 것이라고, 자연이나 신이 내게 그런 메시지를 준 적은 없지만, 나는 그렇게 여기며 산다. 자연이 내게 부여한 특별한 의미가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생명을 얻었으므로 목숨을 다해 외로운 조건들과 싸우며 살아간다. 나에게 집사가있다면 그건 아마도 나 자신일 것이다.
- P164

도끼로 장작을 팰 때도 절단목을 세워놓고 나무의 결대로 내려치면 힘들이지 않고도 쩍 쪼개진다. 경험 없는 자가나무를 가로로 눕혀놓고 도끼질을 하면 나무가 도끼날을사정없이 튕겨낸다. 힘을 쓸수록 도끼날이 망가진다. 순리를 거스르면 쇠도 죽은 나무 하나를 이겨내지 못한다.
- P166

문장과 문장 사이에도 멈칫하는 사월이 있다. 행간이라고 한다. 바로 읽히지 않고 생각해봐야 속뜻이 드러나는 구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런 사월의 행간이 필요하다. 모든 관계가 직선 구간처럼 시원하게 거침없이 뚫려 있으면좋겠는데, 조금 돌아가야 하고 조금 참아줘야 하고 조금 기다려줘야 하는 커브 구간이 있다. 지리 시간에 배운 게 있다. 기름진 삼각주는 유속이 빠른 강 상류가 아니라 하류의느린 커브 지대에 형성된다.  - P171

국수나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이 나무의 꽃은 국수 가락처럼 희다. 조팝나무는 작고 하얀 꽃들이 다닥다닥 붙은모양이 좁쌀을 튀겨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배를 끓던 시절에 꽃도 국수나 밥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쌀밥을 묘사한 나무도 있다. 이팝나무의 꽃은 쌀밥이 사기그릇에 고봉으로 담긴 듯한 모습이다.
- P174

당신이 타인에게 보여준 언어가 되돌아와 당신이 된다.당신이 별을 보여줬기 때문에 우주가 있다는 걸 나는 안다.당신이 먼저 와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인 걸 나는 안다. 당신이 꽃을 들고 왔기 때문에 향기로운 사람인 걸 나는 안다. 당신이 보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다정한 사람인 걸 나는 안다. - P197

생활은 의식의 표면이고 삶의 깊이를 반영한다.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이고, 이성과 감성을 결합하는 지점이다. 생활은 속일 수 없는 그 사람의 진실이다.
- P200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사전은 문장의 신을 만나기 위한 경전과 같다. - P207

사는 동안 사람은 한 권의 사전이 된다.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일생 동안 자신이 사용했던 어휘와 정의 내린개념들이 빼곡히 세포에 기록된다. 기록한 페이지들을 한번도 펼쳐보지 않고 생을 마치는 사람도 있고, 그 단어들을간추려 자신만의 문장으로 엮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인생이란 것이 있다면 그 엮인 문장들의 졸가리와 고갱이를 이르는 것이 아닐까.
- P210

진정성은 자성이 있어서 사람을 끌어당긴다.
- P215

에린 헨슨ㅡ아닌것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와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 P224

당신은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 P225

가만히 있어서 아무는 상처란 없다. 그러니 나는 그런 나로 인해 또 얼마나 덧나고 곪았겠는가. 당신의 슬픔은 가만하지 않고 환한 대낮에 터트린 농담 같기를 바란다. 검은색말고 흰색의 울음 같은 것으로.
- P232

인생은 원하지 않아도, 한 줄의 묘비명으로 요약된다. 죽어서 살이 흩어지고 뼈만 남으면, 그는 어떤 사람이었다고몇 마디의 평판으로 간추려진다. 그는 참 다정한 사람이었지, 그는 좋은 의사였지, 그는 무자비한 독재자였지, 그는돈밖에 모르는 구두쇠였지, 그는 유쾌하고 위트 있는 사람이었지,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으로 그의 일생을 추억하고 한 줄의 촌평으로 남긴다. - P239

산다는 건 무엇에 의미를 두고, 무엇에 의미를 두지 않을까를 정하는 일이다.
- P242

한 소녀에게 고백을 한다.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어른이 되면 우린 결혼할 거라고, 가진 낱말이 많아 완벽한문장으로 말한다. 그런데 부잣집 아이 말고 소녀를 좋아하는 가난한 집 아이도 있었다. 아이가 가진 낱말은 세 개뿐이다. 그것도 공중에 떠다니는 낱말을 곤충채집망으로 붙잡은 것이었다. 아이는 소녀에게 가서 자기가 가진 전부를 말한다. "체리, 먼지, 의자." 문장이 되지 못한 불완전한 낱말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녀는 말이 아니라마음을 보았으므로, 소녀는 아이에게 다가가 입을 맞춘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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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4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 책의 모든 문장을 💖하신다 ㅎㅎㅎ
올해의 책으로 🖐^^

미미 2021-11-24 16:52   좋아요 1 | URL
좋은 문장이 많아서 북마크 붙이느라 낑낑댔어요ㅎㅎㅎ🤦‍♀️🙆‍♀️

페크pek0501 2021-11-25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다는 건 무엇에 의미를 두고, 무엇에 의미를 두지 않을까를 정하는 일이다.
- P242
정말 그럴까요?
저는, 산다는 건 무엇을 어떻게 해석하며 사는 문제인 것 같아요. ^^

미미 2021-11-25 15:38   좋아요 0 | URL
결국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게 인생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페크님 말씀도 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