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믿음으로 인해 저주를 받는다.
- 플래너리 오코너 - P7

어머니는 나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쟤는 아무것도몰라요. 아이가 슬퍼하길 원치 않아요"라고.
대화 끝에 어머니는 당신에 대해 말합니다. "그 아이는 쟤보다 훨씬 착했어요"라고,
착하지 않은 아이. 그 아이가 바로 나예요.
- P17

‘착하다. 노르망디에서 이 말은 아이와 개에게 주로사용하는데, 순하고 상냥하며 친근감이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합니다. 어른들 품에 안기기보다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을 더 좋아하면서 어른들과거리를 두는 나는 착한 아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어요.  - P22

‘더착하다.‘ 어머니가 내게 착하지 않을 권리를 주었거나 착하지 말라는 지령을 내린 것은 아닌지 자문하곤 합니다. 
그 일요일에 내 어두운 면을 깨달은 건 아니에요. 오롯이 내 본질이 되었을 뿐이지요. 이야기가 시작된 날이 심판의 날이 되었던 겁니다.
- P24

그 후 어른이 되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원망했던 대상은 당신에게 부질없는 말을 믿게 했던 어머니였습니다. 이제 더는 화를 내지 않아요. 모든 위로와 기도, 노래는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순간에 가치를 발휘한다는 생각을 인정하지요.
그리고 당신이 행복하게 떠났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 P25

내 기억 속에는 내가 듣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 하나만 남아 있어요. 내가 아닌 젊고 우아한 여성에게 했던 이야기. 그녀는 분명, 자기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불행에 매혹당해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유일한 진짜 이야기, 그녀가 거기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그녀가 다른 이의 죽음을 견뎌낼 정도로 강했기 때문에 ㅡ나는 그 사실을 그날 깨달았어요ㅡ‘허용하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전해진 이야기. 완전히 닫혀버린 변하지 않는 이야기로 인해 당신은 방 벽에 걸린 유리밑의 커다란 사진 속 테레즈 드리지외 성녀처럼 다시 살아나고 다시 죽은 거예요. - P29

알 수 없는 신의 섭리 안에서 살기 위해 선택되었다는 자부심과 죄책감, 아마 죄책감보다는 자부심 쪽이 더 큰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을 위해 선택된 걸까요. 스무 살 때, 폭식증과 무월경의 지옥까지 내려간 후, 답을 얻었습니다. 그건 글을 쓰기 위해서라는 것이었지요. - P39

부모님 집의 내 방에 클로델의 문장을 붙여 놓았어요. 사탄과의 계약처럼 라이터로 가장자리를 태운 커다란 종이에 정성스레 옮겨 적은 문장을요

그렇다. 나는 믿는다.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세상에온 것은 아니라는 걸. 그리고 내 안에는 세상이 묵과할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나는 당신이 죽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죽은 것은 내가 글을 쓰도록 하기 위함이에요.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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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9-11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는 게 남는 것, 이라기보다 읽고 필사하는 게 남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신 것, 진심 축하드립니다. ^*^

청아 2021-09-11 11:43   좋아요 1 | URL
읽고 필사하는게 가장 많이 남죠~♡ 감사해요 페크님~🥰

서니데이 2021-09-11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 좋아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미미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청아 2021-09-11 22:28   좋아요 1 | URL
책이 예뻐서 샀는데 내용도 좋아요♡ 서니데이님도 굿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