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바
옛 알제, 자지라트 엘 바흐자, 아름답고 영광스럽고 오랫동안 난공불락이었던 솔방울 모양의 그의 도시, 내 전설적인 해적의 도시의 명암 속에서 그 길을, 오늘 아침 여정(旅程) 중에 추억에 잠기는 역사의 편린을 그는다시 보러 간다. - P63
율리시스가 나보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집을 떠났다가 다시돌아올 때, 비록 그의 냄새를 맡은 개만이 유랑자의 누더기를 걸친 그를 알아보지만,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고 배에서 내리는 곳은 바로 이타카다. - P81
그런 다음 마치 급한 약속이 있기라도 한 듯(누구와, 나는 누구와의 약속인지 나 자신에게 묻는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먼저 그랑 리세 앞으로 갔다. 그곳은 언제나 알베르 카뮈를 생각나게 한다. 아직 청소년인 그가, 벨쿠르로부터 그곳 도시 반대편까지, 나의 카스바 입구까지 날마다 실어다 준 전차에서 그가 내리던 모습을, 아마도 카뮈는 카스바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으리라……. 그 당시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었고, 내 부모조차 결혼하지 않았으며, 열한 살이나 열두 살쯤이던 나의 어머니는 프랑스 학교를 어쩔 수 없이 막 그만둔 때였다. 그 모든 것, 내가 모르는 동시에 너무나 유명한 환영(幻影)에 대한 이 몽상, 그리고 "꼬마야. 그랑 리세도 아니고, 대학도 아니야. 오로지 문학뿐이지. 훌륭한작가는 삼류 작가는 무슨 상관이겠니, 하지만 속삭이거나 침묵하는 언어, 그리고 영원히 빛나는 언어로.….."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자극 같은 것을 주는 이 피에 누아르 작가, 그모든 것이…….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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