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마프로다이트의 정치학

섹스(sex), 젠더(gender), 섹슈얼리티(sexuality)는 우리말로 모두 성(性)이라 번역된다. 이 세 단어는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달리 쓰이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성별을 의미하는 ‘섹스‘와 달리 문법적 성을 뜻하는
‘젠더‘ 라는 용어가 주목받게 된 데는 여성의 후천적 교육과 직업 기회를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영향이 컸다. 이에따라 두 용어의 구분은 물론 ‘섹슈얼리티‘와의 구분도 불가피해졌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가 『제2의 성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선언한 이래, 로버트 스톨러(Robert Stoller)는 『젠더와 섹스』에서 성전환자의 섹스와 젠더를 구분해 설명하면서 젠더는 성차의 사회문화적 구성물이라고 주장했다(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15:162, 337). 섹슈얼리티는 성관계, 성행위뿐 아니라 성 역할, 성적 감수성, 성의 권력관계까지도의미하는 용어가 되었다.

이제 섹스는 생물학적 몸의 차이, 젠더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동일시 양식, 섹슈얼리티는 성적 행위가 유래하는 근원적 욕망으로 설명된다. 다시 말해 섹스는 몸, 젠더는 정신, 섹슈얼리티는 욕망으로 간주된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젠더 트러블(Gender Trouble)』(1990)은 이런 젠더 논의에 트러블을 일으키고자 한다. 전통적이분법에 저항하면서 몸의 인식 가능성과 욕망의 근원성을 전제하는 것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양식이기 때문에섹스, 젠더, 섹슈얼리티가 모두 젠더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 셋은 모두 제도적 담론이 명명하고 사회적 인식론이 구성한다는 의미에서 유사하다.

선천적 성별과 후천적 젠더가 불일치할경우에는 흔히 복장이나 행동 즉 구성된 젠더를 인공물,
연극, 가짜, 환영이라고 간주하게 된다.

섹스는 진짜이고 젠더는 가짜, 해부학적 사실은 진리고문화적 표현은 허구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과연 몸이 진실이고 옷은 환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입는 옷이 젠더라고 말해지는 인공적 이상을 모방하는 것이라면,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모방본인지 어떻게 구분해 말할 수 있을까?
- P3

버틀러는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Bodies ThatMatter)』에서 "모든 젠더는 패러디적이지만 모든 패러디가 전복적인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 P5

수행성

젠더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며 행위 뒤에 ..
행위자는 없다. 수행성은 연극성이나 연행성,
혹은 때로 연기라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젠더가.
무대 위에서 배우의 연기처럼 언제나 행위로있는 가변적인 구성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런 배역 뒤의 배우를 원본으로가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연기보다는연행성, 퍼포먼스보다는 수행성이 강조된다.
수행성은 연극적 행위라는 의미도 있지만언어학에서 행동의 효과를 갖는 언어, 즉수행문과도 관련된다.
- P11

버틀러가 처음 수행성 개념의 단초를 얻은 것은 프란츠카프카(Franz Kafka)의 〈법 앞에서〉에 대한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해석에서였다고 한다. 〈법 앞에서)는 두어 쪽 분량의 짧은 단편으로, 한 시골 남자가 활짝 열린 법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지기의 허락만 기다리다가 결국 생명을 다한다는 내용의 단편소설이다. 남자가무엇 때문에 기다리는지 독자는 알 길이 없다.  - P12

이 짧은 단편에서 버틀러의 생각이 주목한 점은 법의힘이 법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법이 권위 있다고믿고 기다리는 남자의 신념과 행동에서 나온다는 부분이다. 

자신이 "권위적인 의미에 노출되리라 기대하는 것이바로 권위가 부여되고 설정되는 수단 (55)인 셈이다. 어떤사람이 법의 문 앞에 앉아서 법의 문이 열리기만을 바라고있다면 그 사람은 법이 어떤 초월적이고 권위적인 의미를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일 것이다.

젠더도 마찬가지다. 만일 우리가 여성이나 남성에 대해어떤 특성이나 특질을 기대하고 있다면, 사실상 그런 본질에 대한 기대가 그 속성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본질은, 본질이라고 믿어지는 특성에 대한 기대와 그런기대가 만든 반복적 의례 행위에 의해 만들어지는 구성물이라는 주장이다.

젠더가 수행적이라고 보는 관점은, 젠더가 내적 본질이라고 믿는 관점이 사실상 허구임을 폭로한다.  - P13

어렵게 쓰는 이유

지적 화술을 지배하는 법칙을 배운다는 것은 규범화된언어에 지배당한다는 뜻이다. 한편 그런 법칙에 저항한다.
는 것은 가독성 자체의 상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다해도 명징성을 요구하는 글쓰기 양식은 분명한 관점이작동시키는 책략을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분명하게 말한다는 것은 규범이 만든 정상성에 입각해 글을 쓴다는 것이고 가장 기초적 층위에서 기준이나 표준에 잘 복종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상투어의 반복‘이기 쉽기 때문이다.
- P18

언제나 변화 없이 항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신과 같은 권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 P18

라캉의 도식에서 여성은 ‘남근이 되는 위치,
남성은 남근이 된 여성을 얻으면서 ‘남근을 가지는 위치에 놓인다. 그렇다면 여성은 자신에게 있지도, 자기가 되려 하지도 않은 것을 가진 척 연기해야 하고, 남성은 그런연기로 가장한 여성을 소유한다고 착각하면서 남성이 된다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이는 여성에게는 존재하지 않는성 기관으로 어떤 다른 대상을 위한 무엇이 되어야 여성이된다는 접근법에서 오는 코미디가 된다.
- P25

프로이트에 따르면 애도와 우울증의 차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우선 애도와 우울증 모두 사랑했던 대상을 잃고 주체가 보이는 고통스러운 슬픔의 반응이지만, 애도의 경우 상실한 대상이 누구인지가 분명한 반면 우울증의 경우에는 누구를 혹은 무엇을 상실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혹은 상실한 대상을 안다 해도 대상의 어떤 부분을 상실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애도의 대상은 의식적인 반면,
우울증의 대상은 무의식적이라는 말이다.


애도는 대상에 대한 사랑, 즉 대상애(objectlove)와 관련되지만 우울증은 자아의 형성이나 자기애와관련된다. 자아 동일시가 일어나는 나르시시즘기로 퇴행하는 것은 우울증만의 특징이다 - P36

배제된 동성애는 완전히 배제되어 사라진 것이아니라, 그 부정이 부정되어 ‘이중부정‘ 의 방식으로 주체의 내부에 이미 들어와 있다. 그래서 남성 안에 여성이 있고, 이성애자 안에 이미 동성애가 있는 것이다.  - P38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1-07-22 2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오늘 진짜 덥네요.
저녁이 되어도 열대야 될 것 같아요.
더위 잘 피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미미 2021-07-22 21:12   좋아요 3 | URL
오늘 대서였다던데 그래서 더 푹푹찌는 더위였나봐요. 서니데이님도 더위조심하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7-23 2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뽑아 주신 글을 읽으며 기가 죽을까요? ㅋ
그래도 요 말씀은 드리고 싶네요.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의 상,하 권을 오래전 완독했다는 것. 두 권을 합하면 천 쪽은 될 듯하네요. 이걸 읽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말리고 싶어요. 요점 정리만 읽으면 될 듯해서요. ㅋ

미미 2021-07-23 22:03   좋아요 3 | URL
전 <제2의성> 1권 읽고 2권은 읽다 말았는데 역시 어려운 책이죠. 그래도 버틀러 읽고나니 그립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