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낮은 책꽂이에 꽂힌 책들은 스티븐슨과 체스터턴, 헨리 제임스, 키플링 등의 작품이었다.  - P29

J. W. 던(Dunne)의 『시간 실험』, H. G. 웰스의 책들, 윌키콜린스(Wilkie Collins)의 『월장석, 판지 장정이 누렇게 변한에사 데 케이로스(Eca de Queiroz)의 소설들도 이 책꽂이에 꽂혔다. 루고네스(Lugones)와 귀랄데스(Guiraldes)와 그루삭의 책들, 조이스의 『율리시즈』와 『피네간의 경야』, 마르셀 슈보브의 『상상적 생활』, 존 딕슨 카와 밀워드 케네디와 리처드헐의 추리소설, 마크 트웨인의 『미시시피 강의 생활, 에노크 베넷(Enoch Bennett)의 『생매장, 데이비드 가닛의 『여우가된 부인, 문고판과 섬세한 세필 삽화가 곁들여진 『동물원에 들어간 남자,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 얼추 다수록된 『전집』과 루이스 캐롤의 작품이 얼추 다 수록된『전집』,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여러 권, 스베덴보리와 쇼펜하우어 그리고 보르헤스가아꼈던 프리츠 마우트너의 『철학사전』을 비롯한 수학과 철학 관련 도서들 역시 그 책꽂이를 장식했다.
- P31

그는 모든 걸 기억했다. 그러니 자기가 쓴 책은 가지고있을 필요가 없었다. 비록 그 책들이 잊어버려도 그만인과거지사인 것처럼 굴긴 했지만 자신이 쓴 모든 글을 암송하고 바로잡고 고쳐 써서 듣는 사람들의 감탄과 환호를 자아냈다. 망각은 수없이 반복된 바람이었고(아마도 자신에겐 불가능한 꿈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뭔가를 기억하지 못하겠다는건 거짓 시늉에 불과했다. 

한번은 어떤 기자에게 초기작을더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더니 그 기자가 보르헤스의 환심을 사겠다고 시를 외우다가 한두 줄을 잘못 인용하자, 보르헤스는 조용히 틀린 곳을 바로잡고는 시를 끝까지암송했다.

(대단하다. 대단해!) - P40

보르헤스가 특히 좋아한 문학 장르가 있다면(그는 문학의장르라는 걸 믿었다), 바로 서사시였다. 앵글로색슨족의 무용담, 호머의 작품, 갱 영화와 할리우드 서부극, 멜빌과 부에노스아이레스 암흑가에 떠도는 전설 등에서 그는 용기와결투라는 동일한 주제를 읽어냈다. 보르헤스에게 서사의주제는 사랑이나 행복, 또는 불운처럼 본질적인 허기였다.

"모든 문학은 서사로 시작되지. 사사롭거나 감상적인 시가 아니라."
- P43

"신들은 장래의 후손들에게 노래할 거리를 주기 위해 인간을 역경에 처하게 한다."
- P44

보르헤스가 스페인어를 새롭게 만들었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부분적으로는 폭 넓은 글 읽기를 통해 다른 언어에서 적절한 표현을 빌려온 것도 거기에 한몫을 했다.
영어의 화술과 문장이 끝날 때까지 주제를 붙들고 있는 독일어의 능력 등이 영향을 미쳤다.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할때 그는 자신이 지닌 상식을 자유롭게 활용해서 문장을 고치고 다듬었다.
- P54

그는 누군가 경험한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고 믿었고, 어렸을 때 아버지의 친구 중에 플라톤을 비롯한 여러 철학자의 이론을 독자적으로 재발견한 작가가 있다는 걸 알고도 놀라지 않았다.

마체도니오 페르난데스(Macedonio Fernandez)라는 그 친구 분은 글을 거의 쓰지도 읽지도 않았지만, 생각이 깊었고 대화가 반짝였다. 보르헤스는 그를 순수한 생각의 현신(現身)으로 여겼다. 

카페에서 긴 대화를 나누며 시간과 존재, 꿈과 현실 같은 해묵은 형이상학적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애를 쓰는 그런 사람이었고, 나중에 보르헤스는 이 질문들을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 P59

보르헤스는 예민한 몽상가였고, 꿈 얘기를 즐겨했다. 그는 모든 것이 가능한 그 세계‘ 에서는 꽉 움켜쥔 생각들이나 두려움을 놓아버릴 수 있고, 그렇게 자유롭게 풀어놓은것들이 제 나름의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다고 느꼈다. 

특히 잠들기 전의 짧은 시간, 의식이 사라지는 것을 의식할수 있는‘ 잠과 깸 사이의 시간을 좋아했다.
"혼자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고, 모르는 곳들을 떠올리고, 꿈의 비탈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거야."

때때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실마리나 열쇠를 꿈에서 얻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기억도 꿈에서 들은 한 문장으로 시작했다.

"당신에게 셰익스피어의 꿈을 팔겠소."
- P69

실비나는 개를 좋아했다. 가장 아끼던 개가 죽어서 울고있는 그녀를 본 보르헤스가 세상에 관념적인 개가 있고, 모든 개는 그 개라는 말로 위로를 하려 했다. 화가 치민 실비나는 대놓고 꺼져버리라고 말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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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4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 장바구니가 터지기 전에 폭발할 수도 있겠네요 🤔 이런 책 무서운데 ㅎㅎ

scott 2021-07-14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실의 낮은 책꽂이에 꽂힌 책들-스티븐슨과 체스터턴, 헨리 제임스, 키플링]
보르헤스의 서재에 꽂힌 이책들 고전중에서 재미 보장 하는 책들이네요
의외입니다 동양 철학 사상 이런 책들일줄 알았네요.

보르헤스가 사릉하는 서사시!!
톨킨 교수도 서사시에 푹빠져!
대작 ‘반지의 제왕‘이 탄생!

미미님 발췌 문장 완죤 이책의 핵심들만!!

청아 2021-07-14 15:00   좋아요 2 | URL
헤헤 감사해요! 워낙 감동적인 글들 투성인데 골라골라서 ㅋㅋㅋㅋ
재미보장이라 하시니 또 솔깃합니다ㅋㅋㅋ😆🤭

새파랑 2021-07-14 15:02   좋아요 1 | URL
전 미미님이 보관함에 담으면 따라 담아야겠어요. 저 요즘 책 너무 쉽게 찾아 읽는거 같아요 😊

청아 2021-07-14 15:04   좋아요 1 | URL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도 꼭 한번 읽어보세요. 문학의 거장과 만나는 기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