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가 보았던 그 젊은이가 블로크 씨라고 말하자 곧 그녀는 뒤로 몇 발짝 물러섰는데 그만큼 놀라움과 실망이 컸던 모양이다. "뭐라고요, 그분이 블로크 씨라고요!" 하고 그녀는, 그토록 명망 높은 분이라면 세상의 위대한 인물처럼 서 있는 동안 즉시 자신을 드러내 주는외모를 갖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듯 낙담해서 소리쳤고, 또 역사적인 인물이 그 명성에 못 미친다는 걸 인식했을 때처럼 충격 받은 어조를 반복했는데, 나는 그 어조에서 미래에 대한 보편적 회의주의의 싹을 느낄 수 있었다. " - P236
가령 우리가 식탁 위에 차려진 생선을 처음 볼 때면 생선을 붙잡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술책과 우회 들이 별 가치 없어 보이지만, 낚시질하며 보낸 오후시간들, 우리가 그 생선들로 무엇을 할지 잘 알지 못한 채 수면에 소용돌이가 일고, 투명하고 유동적인 푸른빛 물결 속에반짝거리는 살과 어렴풋한 형체가 스쳐 가는 모습이 끼어들때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는 법이다. - P263
마차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컴컴한 밤길에 반대 방향에서 오는 마차와 충돌할 가능성이나, 자주 무너져 내리는 낭떠러지지반의 불안정성, 바다에 수직으로 난 가파른 비탈로의 접근, 이 모든 것들 중 어느 것도 그런 위험에 대한 표현과 공포를 이성의 영역으로까지 이끌어 가는 데 필요한 노력을 내 마음속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라 근면한습관이 한 권의 작품을 탄생시키듯이, 현재의 기쁨이 아닌 과거에 대한 현명한 성찰이 우리에게서 미래를 보호해 준다. - P291
철학에서는 종종 자유 행위와 필연적 행위에 대해 말한다. 우리 사유가 활동 중에는 상승하지못하고 억제되었다가 일단 그 사유가 휴식을 취하면, 지금까지 기분 전환의 압력에 의해 다른 추억과 동일한 수준으로 억눌렸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우뚝 솟게 하는데, 이런 행위야말로 우리가 완전히 따르는 필연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추억은 우리도 모르게 강한 매력을 담고 있어 나중에야,스물네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 P303
마치 위대한 일을 하기에 앞서 고독을 몸으로 실천한다는것이 처음에는 우리가 집착하는 작은 일상의 것들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여 두려움을 주지만, 이런 작은 것들을 멀리하면서 오히려 박탈감을 덜 느끼게 되는 것처럼, 그는 고독을 실천하는 중에 고독을 사랑하게 됐다. - P312
나는 그녀들 모두를 사랑하면서 그중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 P319
내가 다른 것을 생각하거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믿을 때에도 내 생각은어느샌가 소녀들에게 멈춰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녀들을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보다 무의식적으로 생각할 때면, 그녀들은 내게 산악 지방의 푸른 파동 같은 바다와, 이런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행렬의 옆모습으로 나타났다. 만약 내가 소녀들이 있을 것 같은 어떤 도시로 간다면, 내가 만나기를 열망하는 곳은 언제나 바다였다. 한 인간에 대한 가장절대적인 사랑은 언제나 다른 것에 대한 사랑이다. - P319
알베르틴을 본 순간부터 나는 매일그녀에 대해 수없이 생각했으며, 내가 그녀라고 부르는 인물과 더불어 끊임없이 내적 대화를 이어 가며 그녀로 하여금 질문하고 답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했고, 시시각각 내 마음에 연이어 나타나는 상상의 알베르틴이라는 그 무한한 계열체 안에서, 해변에서 얼핏 본 실제 알베르틴은, 마치 어느 역을 창조한 스타 여배우가 긴 공연 일정 중 처음 며칠만 출연하듯이, 처음에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알베르틴은 그저한 실루엣일 뿐 그 위에 겹쳐진 것은 모두 내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처럼 사랑하는 이보다는 ㅡ단지 양의 관점에서만보아도 ㅡ우리 자신이 사랑에 더 많이 기여한다. 가장 실제적인 사랑인 경우에도 이것은 진리다. - P359
지혜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고, 면제해 줄 수 없는 긴 여정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네. 지혜란 사물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이지.
🌟 🌟 🌟 - P368
자네가 감탄하는 삶, 고상하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집안 가장이나 가정교사에게서 배운 것이 아니라, 삶의 주변을 지배하는 악덕이나 평범한 것의 영향을 받아 아주 상이한 출발점에서 만들어진 거라네. 그 삶들은 투쟁과 승리를 표현하네. - P368
이런 바다의 매력을, 엘스티르는 마치 더위로 마비된 쪽배 안에서 몽상하는 이들처럼 아주 깊숙이 음미했으므로, 눈에 띄지 않은 미세한 썰물의움직임이나 행복한 순간의 박동마저도 화폭에 옮겨 고정할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마술적인 초상화를 보면서 갑자기 사랑에 빠진 듯, 즉시 잠이 든 우아한 모습으로 그 도주해 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온 세계를 유랑하고 싶은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 P429
그다음 주에도 나는 알베르틴을 만나려고 별로 애쓰지 않았다. 앙드레를 더 좋아하는 척했다. 사랑이 시작되면 우리는사랑하는 여인이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미지의 인간으로 남기를 바라면서도 그녀를 필요로 하며, 그녀 몸을 만지는 일보다 그녀의 관심이나 마음을 만지는 일에 더 관심을 보인다. 우리는 편지에 악의적인 말을 끼워 넣어 그 냉담한 여인이 우리를 상냥하게 대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사랑은 어떤 확실한기술에 따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사랑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엇갈린 움직임으로 그 고리를 더욱 조여 나간다. - P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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