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샤를뤼스 씨의 하인들이 주인에게 헌신적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장관들이나 하인들 마음에 들려고 애썼던 콩티 대공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샤를뤼스 씨는 아무리 사소한 일을 하는 데도 마치 은총을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저녁에 하인들이 거리를두고 공손히 그의 주위에 모여들면, 그들을 한 바퀴 빙 둘러본다음 "쿠아네, 촛대!" 혹은 "뒤크레, 잠옷!" 이라고 말하는데,
다른 하인들은 주인 눈에 든 하인을 질투해서 부러움으로 투덜대며 물러날 정도였다. 

서로 미워하는 두 하인도 저마다 남작의 총애를 차지하려고 엉뚱한 핑계를 대며 남작의 심부름을 하러 갔는데, 남작이 일찍 위층에 올라가면 오늘 저녁이야말로 촛대나 잠옷의 임무를 맡겠거니 하고 기대에 부풀었다.
- P411

(샤를뤼스가)어느 겨울날 정원에서 마부가 감기 걸린 걸 알고 십분이나 지나서야 "모자를 쓰게."라고 말하기만 해도, 다른 마부들은 그 마부에게 베풀어진 은총을 질투하여 보름이나 말을 걸지 않았다.
- P412

나는 그가 시골에 있는 그의 집에서, 샤를뤼스 성관에서, 그토록 왕 노릇 하기를 좋아하여 저녁 식사가 끝나면 흡연실 안락의자에 드러누워 주위에손님들을 선 채로 내버려 두는 습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 손님에게는 불을 청하고, 또 다른 손님에게는 여송연을 권하고, 또 몇 분이 지나면 "저런, 아르장쿠르, 앉게나. 저기 의자에 앉게, 내 친구여." 등의 말을 했다고 하는데, 의자에 앉는 걸 허락하는 일은 자신만이 할 수 있음을 보여 주려고 그토록 오래 서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루이 14세풍 의자에 앉게." 하고 그는 내게 의자에 앉기를 권하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자기로부터 멀리 떼어 놓으려는 듯 명령하는 투로 말했다. 나는 그리 멀지 않은 의자에 앉았다. 

"아! 자넨 그걸 루이 14세 의자라고 부르는 모양이군! 자네가 뭘 배운 젊은이인지 알겠군." 하고 그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얼마나 놀랐던지,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곳에서 물러가려했지만, 또는 그가 바라는 대로 의자를 바꿔 앉으려고 했지만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 P413

나는 샤를뤼스 씨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의 당당하고도 혐오스러운 얼굴은 그 집안 어느 누구보다 빼어났다. 늙어 가는아폴론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의 악의적인 입에서는 녹갈색 담즙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의 지성으로 말하자면, 게르망트 공작 같은 사람은 영원히 알지 못할 그런 많은 것들을 폭넓게, 마치 양끝을 넓게 벌린 컴퍼스마냥 알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품은 증오를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도, 사람들은 그가 상처 받은 자존심이나실연의 감정, 원한, 사디즘, 깐죽거리기, 고정 관념 같은 것 때문에 살인도 저지를 수 있으며, 하지만 뛰어난 논리와 아름다운 언어의 힘으로 자신의 행동이 옳다는 것을, 그래도 여전히자신이 형이나 형수 등등보다 백배나 뛰어난 존재임을 증명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415

자네가 이 살롱에서 기다렸으니 자네도 나만큼은 알 텐데. 모른다고? 아! 그럼 자네를 푸른색 살롱으로 안내했나 보군." 하고 그는 나의 무관심에 무례한 표정으로, 또는 내가 어디서 기다렸는지 물어보지 않은 데 대해 개인적인 우월함을 과시하는 태도로 말했다. "보게나. 이 방에는 마담 엘리자베스 와 랑발 대공 부인과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쓰던 온갖 모자가 있네, 관심이 없나 보군, 자네는 볼 줄모르는 모양이야. 어쩌면 시신경에 염증이 생긴 걸 수도 있고.

만일 자네가 이런 아름다움을 좀 더 좋아한다면, 여기 터너 그림에 나오는 무지개가 렘브란트의 두 그림 사이에서 우리의 화해 표시로 반짝이기 시작하는 게 보이지 않나? 들리는가? 베토벤이 이런 무지개 그림에 합류하는군. - P426

호의를 무시하지 말게. 호의란 항상 귀중한 거야. 살다 보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여럿이서 하게 되는 날이 있거든. 스스로 부 탁하거나 행동하거나 원하거나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지. 발자크의 소설에서처럼 열세 명이나 필요하지도 않고,* 『삼총사처럼 네 명이 필요하지도 않네.잘 있게."
- P433

"의사들의 그 저주받을 바보 같은 소리에 기죽지 마시오.
멍청한 자식들이오. 당신은 퐁뇌프 다리만큼 오래 버틸 거요.
당신이 우리 모두를 묻어 줄 거요!"
- P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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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7 1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시 보니까 1 2 3권이 좀 얇고 4 권부터는 두껍더라구요 ㅡㅡ 저도 드디어 샤를뤼스 등장 ^^

청아 2021-06-07 12:41   좋아요 2 | URL
샤를뤼스 캐릭터 너무 좋아요!! 새파랑님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ㅋㅋㅋ

scott 2021-06-07 16:41   좋아요 2 | URL
5-6권도 두껍고
10권이 제일 두껍다가
11권분량도 비슷한 분량 (๑★ .̫ ★๑)

청아 2021-06-07 17:08   좋아요 2 | URL
스콧님 저 게르망트 만찬 너무 힘들었음요. 어찌 이리 긴가요ㅋㅋㅋㅋ

2021-06-07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7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