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슬픈 얼굴을 어디에 둘지 몰라눈빛이 주저앉은 길 위에는물도 하릴없이 괴어들고소리 없이 죽을 수는 있어도소리 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문득 우리가 만난 고요를 두려워한다 - P79
눈썹-1987년엄마는 한동안머리에 수건을뒤집어쓰고 다녔다.빛이 잘 안 드는 날에도이마까지 수건으로꽁꽁 싸매었다.봄날 아침일찍 수색에 나가목욕도 오래 하고화교 주방장이새로 왔다는 반점(飯店)에서우동을 한 그릇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우연히 들른 미용실에서눈썹 문신을 한 것이 탈이었다.아버지는 그날 저녁엄마가 이마에 지리산을 그리고 왔다며밥상을 엎으셨다.(아니 아버지는 심어 주지도 않을 꺼면서ㅋ) - P90
당신이라는 세상술잔에 입도 한번 못 대고 당신이 내 앞에 있다 나는 이 많은 술을 왜 혼자 마셔야 하는지 몰라 한다 이렇게 많은 술을 마실 때면 나는 자식을 잃은 내 부모를 버리고 형제가없는 목사의 딸을 버리고 삼치 같은 생선을 잘 발라먹지못하는 친구를버린다 버리고 나서 생각한다 - 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