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중반까지 히틀러는 이미 중부 유럽의 대부분은 물론이고 서부와 북부까지 손아귀에 넣은 상태였으며, 이제 남은 적은 오직 영국뿐이었다. 그의 나치 정권 뒤에는 풍부한 소련산 밀과 기름이 있었으며, 독일군은 적어도 겉보기에는 가히 무적의 군대였다. 이처럼 소련과의 동맹이 주는 실질적 이익이 명백한 상황에서,
히틀러는 대체 왜 소련의 뒤통수를 치는 카드를 골랐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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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과 나치 지도부 앞에는 강력한 영국의 존재라는 현실이 던지는 근본적인 문제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바로 현대 세계에서 거대한 대륙 제국이 세계 시장으로의 안정된 연결 통로 없이, 그리고 막강한 해군력 없이, 어떻게 번영을 누리며 자신의 지배력을 확보해낼 수 있을까라는 문제였다.
- P283

스탈린이 내세운 집단화 그 자체는 국가 내부적 계급투쟁이자 또 앞으로 다가올 외부와의 전쟁에 대비하는 작업이었다. 이와 달리 히틀러의 경제적 비전은 오직 실질적인 군사적 충돌을 통해서만, 실로 소련과의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일궈낸 후에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었다. 

집단화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이미 오래전 스탈린이 적었듯이) 그것이 바로 팽창적 식민지 건설의 대체물, 다시말해 내부로의 식민화 작업에 해당됐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스탈린과 달리 히틀러는 여전히 외부로의 팽창을 통해서만 식민지를 손에넣을 수 있다고 봤으며, 그의 머릿속에는 소련 서부의 거대한 농업지대에 더해 캅카스 지역의 석유 매장 지역까지 그려지고 있었다. 

그 스스로 이야기했듯이, 히틀러는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경제 자립도가높은 국가가 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영국을 쓰러뜨려야 할 필연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소련은 반드시 쓰러뜨려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1941년 1월 히틀러는 소련의 "어마어마한 자원"이 독일을 그누구도 넘볼 수 없는 국가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군 지휘부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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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화 작업은 독일이라는 국가를 몰살을 통한 식민지 건설 및 노예 노동에 기초한 또 다른 강인한 개척 국가, 즉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대륙 제국으로 거듭나게 해줄 것이다. 동쪽은 이른바 나치식의 ‘명백한 사명이 이뤄질 땅이었다. 

히틀러의 생각처럼, "과거 미국의 정복 작업과 마찬가지 과정이 동쪽에서도 다시금이뤄질 것"이었다. 미국인들이 과거 인디언들에게 행했던 것을 독일인들은 슬라브족들에게 행할 것이다. 러시아의 볼가강은 그가 언젠가선언했듯이, 독일의 미시시피가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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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 소련은 앞서 200만의 유대인을받아들여달라는 독일의 요청을 거부한 상태였다. 양국이 동맹관계인한 독일은 소련의 거절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저 때가 무르익기를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약 독일이 소련을 정복한다면, 그땅은 자기들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히틀러는 1941년 1월 베를린 체육관에 모인 수많은 군중 앞에서, 세계대전은 "유럽에서 유대인이 맡은 역할이 끝나는 것"을 뜻한다고 선언한 직후 이미 소련 침공준비를 명령해둔 상태였다. 

마지막 해결책은 이제 무기한으로 미뤄진영국 침공이 아닌 1941년 6월 22일에 시작된 소련 침공에 뒤이어 전개될 것이었다. 첫 번째 주요 공격 목표는 소련령 우크라이나로 맞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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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식량은 소련의 완전무결성을 지키고자 했던 스탈린의 계획에서만큼이나 나치의 동부 제국 계획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것이었다. 스탈린의 우크라이나 요새지대는 곧 히틀러의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였다. 

독일군 작전 참모진은 일련의 연구를 통해1940년 8월, 우크라이나가 "농업적으로나 공업적으로 소련에서 가장가치 있는 지역"이라고 결론 내렸다. 1941년 1월 민간 계획을 책임지고 있던 헤르베르트 바케는 히틀러에게 "우크라이나 점령은 우리를모든 경제적 걱정거리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히틀러가 원한 것은 "이제 그 누구도 지난 전쟁에서처럼 우리를 배고픔에 허덕이게 할 수 없을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복은 독일을 영국의 해상 봉쇄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것이고, 그곳에대한 식민화는 독일을 미국과 같은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만들어줄것이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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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4-24 0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8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네요.
내용은 아주 심각해보이고요.
그래도 읽고나면 좋을지도요.
미미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밤되세요.^^

청아 2021-04-24 00:38   좋아요 3 | URL
네! 두껍고 내용은 많지만 어렵지 않게 풀어냈어요.😆 2차대전 공부가 되서 좋아요! 서니데이님도 굿밤되시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요~♡

바람돌이 2021-04-24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화이팅! 다 읽고 나면 뿌듯하긴 합니다. 아 근데 내용이 너무 비극적이라서 읽는데 너무 기빨려요. ㅠ.ㅠ

청아 2021-04-24 09:19   좋아요 1 | URL
네~!!♡ 폴란드는 아우슈비츠로만 안타깝다 생각했었는데...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그렇고 너무 처참하고 비극적이예요!ㅠㅇ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