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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 - 어린이를 위한 마음 치료 이야기 ㅣ 고갱이 지식 백과 3
손성은 지음, 김지안 그림 / 웃는돌고래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새 학년이 시작된 지 벌써 5개월, 그런데도 아이는 작년 담임선생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본보기로 우리 아이를 많이 혼냈다는 기막힌 이야기를 듣고도 선생님이란 이유로 항의다운 항의도 못하고 그런 선생님 밑에서 1년을 견뎌준 아이가 그저 고마울 따름인데, 순간순간 선생님의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울먹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미 전근가신 선생님을 찾아가 ‘도대체 우리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하고 따져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책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를 읽던 아이가 ‘꾀병이 아니에요, 진짜 아파요’ 부분을 읽고는 다시 생각난 작년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하며 분개한다. 안 좋은 기억이라고 해서 묻어 놓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이런 아이의 모습을 대할 때면 내 마음속에서도 불길이 타오른다. 시도 때도 없이 배앓이를 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가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 없애줘야 한다는 얘기만 들을 뿐, 정작 선생님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1년을 보냈다.
책을 읽어보니 아이들의 여린 마음이 얼마나 많은 일들로 상처받고 곪는지 알겠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동생과 친구 문제로, 애완동물의 죽음으로, 피부색이 다른 엄마로, 성적과 이성친구의 문제 등으로 남모르게 고민하고 아파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과 부딪히면 이상 행동과 말로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런데 정작 어른들은 이를 방관하거나 과민하게 반응해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하고 만다.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느끼는 부분이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아이가 10대가 되어 크게 깨닫는 부분이 하나 생겼다. 부모를 비롯해 주변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 충족되지 못했던 감정적 결핍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과 특히 아이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물질의 부족은 생활이 나아지면서 금방 잊히지만, 감정적 결핍은 이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스스로가 의지적으로 이겨내려는 마음 없이는, 혹은 인정하려 하지 않으면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성인이 되어서도 치유되지 않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남지 않도록 먼저 경험하고 살아온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아이도 어른도 결코 완벽하게 아름답고 선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자신의 욕구를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나의 부족을 타인에게서 채우고, 타인의 부족을 내가 채워주며 하나가 되어 간다는 것을 알고 빈 부분이 아닌 넘쳐서 흐르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것이 모두가 행복한 길임을 알아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해도 포기해서는 안 되겠지.
아이가 말한다. 작년에는 다리 하나가 부러지더라도 학교만 안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아주 훌륭하게 자라서 그 선생님을 찾아가 얼마나 잘 컸는지 보여주는 게 갚아주는 거라 생각한다고. 아마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아이의 생각도 달라지고 더 커지면 자신을 위해 더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으며 아이의 마음 아픈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줘야겠다. 단, 감정이입이 너무 완벽하게 이루어져 나를 제어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어른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