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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한판 붙자! 로봇 대 고릴라 ㅣ 도전! 나도 작가 1
니칼라스 캐틀로우.팀 웨슨 지음, 신정미 옮김 / 책읽는곰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아이가 너무 어려서 모든 물건이 입으로 들어가던 시기가 지나고부터는 늘 책을 대할 때 보물 다루듯 하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우리 집에 있는 책들은 수없이 많이 읽은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라도 세월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빛바램 말고는 손상된 부분이 없다. 내가 어렸을 때 그렇게 배웠고, 배운 게 그러했으니 자연스럽게 대물림 된 것이다.
책을 향한 이러한 내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생겼다. 작년에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큰 도서관의 행사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이 진행되었고, 도서관에서 해당 도서를 작은 도서관이나 독서모임 등에 지원을 해주면서 내가 속한 책모임에서 돌아가며 책을 읽었다. 당연히 내 책도 아니고, 혼자 보는 책도 아니기에 구김하나 없이 잘 읽고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그런데, 공지영 씨의 소설 ‘도가니’를 읽을 차례가 되어 책장을 넘기면서 여러 군데에 동그라미 표시와 밑줄 그어진 부분이 있어 순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이 친구는 왜 여럿이 보는 책을 지저분하게 봤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내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나였더라면 큰 비중을 두지 않고 넘어갔을 법한 문구에 밑줄이 그어져 있으니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되었던 것이다. 변화된 심경은 행동으로도 나타나 내가 새롭게 느끼거나 감동된 부분, 절묘하게 표현된 부분, 무릎을 치게 만드는 문장 등에 밑줄을 긋게 되었다. 이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때도 같은 현상이 계속되어 유독 이 책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 밑줄 그은 부분을 훑어가며 공감하는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보니 부모 교육을 받으러 다니면서 한 강사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의 경험을 얘기했던 게 생각났다. 교재로 선택된 책 한 권이 그 내용만큼이나 많은 분량의 내용을 메모지 또는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자신의 역량을 모두 이끌어낼 수 있도록 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내 경험도 있고, 강사의 이야기도 그렇고 해서 이제는 책을 그냥 깨끗하게만 보는 게 능사는 아니라 생각되어 딸아이에게도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이나 의문이 생기는 부분은 책에 직접 표시를 해도 좋다고 하니 아이가 정말 그래도 되냐고 묻는다. 그래서 아이의 성향과는 좀 맞지 않는 것 같긴 해도 작가와 함께 독자가 직접 책속의 빈곳을 채워 넣으며 완성해가는 재미있는 책을 권해주었다. 바로 ‘사막에서 한 판 붙자!’
제목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킬만한데, 그림도 재미있고 내용도 역시 엉뚱하면서 재미있다. 풍성한 바나나 농장을 소유하고 있지만 석유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로봇 족과 석유자원은 풍부하나 먹을거리가 없는 고릴라 족이 아주 사소한 실수로 인해 전쟁을 선포하고 말 그대로 웃기는 전쟁을 시작하지만, 결국엔 이 모든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은 두 종족이 다시 화해하고 서로의 필요를 충족해주며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곳곳에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말주머니를 꾸민다거나 그림을 그리고 색깔을 입혀 하나씩 완성해가는 즐거움이 있다. 책에 직접 꾸미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보며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로 만들어 넣기도 하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인쇄된 책과는 달리 아주 새로운 느낌이 든다. 엉뚱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로봇 족과 고릴라 족의 한 판 대결에 힘을 실어 주어야하니 아이의 상상도 날개를 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