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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신윤복申潤福. 자 입부笠父. 호 혜원蕙園, 고령인. 부친은 첨사 신한평申漢枰. 벼슬은 첨사다. 풍속화를 잘 그렸다. 부친 신한평은 화원이었다.
김홍도, 김득신과 함께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로 꼽히는 신윤복에 대한 기록은 그의 명성과 작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오세창(吳世昌)이 편찬한 한국 역대 서화가의 사전인 ‘근역서화징’에 기록된 위의 두 줄만이 조선의 최고 화가에 대한 기록이라고 하니 참 어이가 없다.
2008년에 ‘바람의 화원’이냐, ‘베토벤 바이러스냐’를 두고 매번 갈등을 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땐 ‘참 실없다’고 생각했으나,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 1, 2」을 읽고 나니,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열연한 신윤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마저 생긴다.
평소 작가들의 놀라운 상상력에 대해 찬탄을 금하지 못했는데, 바람의 화원 역시 역사서에 짧게 쓰인 기록을 토대로 하늘이 내린 두 천재의 그림 대결과 정가의 암투, 권력과 재물의 끊지 못할 연결고리, 뼈 속까지 부패한 이들의 냄새나는 자리싸움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정조는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다 살아생전에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보았던 원로화원 강수황에게 기억을 되살려 어진을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강수황이 죽고, 강수황의 죽음에 의문을 품었던 제가 서징이 살해당한다.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난 뒤, 정조는 홍도와 윤복으로 하여금 그 사건을 다시 파헤쳐 진실을 밝히라 하는데...
대를 이어 도화서 화원으로 가문의 명성을 높이고자 했던 신한평,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고자 했던 윤복, 하늘이 동시대에 두 천재를 내지 않음을 알고 윤복의 재능에 질투와 찬사를 보내며 속절없이 끌리는 홍도, 하늘 아래 그리고 땅 위 모든 백성을 따뜻하게 품고 싶어 했던 정조, 맨손으로 시작해 거상이 되었으나 또 한 번 자신의 지경을 넓히고자 욕심을 부리다 모든 것을 잃고 마는 김조년.
탄탄한 스토리에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적절하게 배치해가며 전개되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 두 권의 책을 내려놓는 순간 긴장하며 잡았던 팔과 어깨의 근육이 풀어지며 마음 가득 아쉬움이 남는다. 기가 막히게 짜인 그림이야기로 인해 책을 덮고도 미인도며, 무동, 무녀신무, 씨름, 단오풍정과 같은 그림들이 하나씩 떠오르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소설에서의 신윤복은 가지(김홍도)를 흔들어놓고 사라지는 바람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의 신윤복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