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흙 똥을 누었어 자연과 만나요 3
이성실 글, 이태수 그림, 나영은 감수 / 다섯수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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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하면 세 장면이 떠오른다. 최일도 목사님이 수녀님을 아내로 맞아 신혼살림을 차린 집에서 지렁이를 보고 놀라 소리친 아내때문에 서둘러 나오다 낮은 문턱(?)인가에 사정없이 머리를 찢고 별이 반짝거리는 장면. 책으로 읽은 것이지만 얼마나 아팠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는 부분이었다. 또 하나는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린 후, 화단에서 내려와 빌라 사이사이를 누비고 다니다 아스콘 위에서 차에 깔려 죽은 수많은 지렁이 시체들. 아주 끔찍한 장면이다. 마지막 하나는 지난 가을 어느 날, 인도에 떨어져 누군가의 발에 밟혀 한 쪽 끝이 문드러진 통통한 지렁이 한 마리를 무심코 지나쳤다가 그대로 놔두면 죽겠다 싶은 마음에 종이를 꺼내 살며시 들어 바로 옆 화단 위에 올려놓는데, 위험을 감지한 지렁이가 사정없이 몸부림쳐 여러번 놓치고 지렁이가 혹여나 내 손에 닿을까봐 잔뜩 움츠렸던 기억이다.
 

최일도 목사님이 쓰신 책은 거의 20여년 전에 읽었기 때문에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아내에게 "지렁이가 무섭습니까?(아니면 징그럽습니까?)"하고 수차례 물어 곤란하게 만들었던 부분에서 '그것 참, 지렁이가 징그럽지. 그럼 안징그러워? 에고, 수녀님은 이런 남편이랑 살면서 마음 고생 많이 하겠다.'고 생각한 기억이 난다.
 

물론 지렁이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도 징그러울게 분명하지만, 인류가 수천년의 세월을 살아오며 형성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무의식중에 습득했기에 나 역시 지렁이는 징그러운 존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징그럽다 생각했던 지렁이가 정말 사람보다 낫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다섯수레의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에서는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세밀화가 이태수님의 그림으로 지렁이를 만날 수 있다. '땅 속 농부'로 불리는 지렁이가 흙 속에서 썩은 식물이나 나무 부스러기, 동물의 똥, 음식 쓰레기 등을 먹고 똥을 누면 부드럽고 기름진 흙을 만들며, 땅속을 파헤치면서 만든 길로 흙이 숨을 쉬고 식물의 뿌리가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냥 보면 말랑말랑하고 촉촉하며 부드럽게만 보이는 지렁이의 몸에 앞으로 나가거나 버틸때 도움을 주는 센털이 무수히 많고, 어느쪽으로 먹이를 먹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는데 환대를 통해 머리를 구분하고 생식기능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된다.
 

정작 모든 생물들중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것들은 우리 삶의 터전을 황폐하게 만드는데, 미물로만 여겼던 지렁이가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였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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