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 직녀 비룡소 전래동화 8
김향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비룡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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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복숭아 빛 고운 볼 위로 한 줄기 눈물이 흐른 후 보석처럼 떨어져 내린다. 등을 보인 검은 옷의 사내의 어깨마저도 슬픔에 겨운 양 무거워 보이는 게 이들의 슬픔이 진하게 전해져온다. 

역사를 주제로 한 순정만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예쁜 책 표지로 인해 절로 손이 가 한 번 쓸어내린다. 그런데 이 책이 거짓말 조금 보태 수백 번은 듣기도 하고 읽기도 한 우리 옛이야기「견우직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해 출판한다는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도 글을 쓰고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텐데, 출판사 비룡소와 작가 김향이, 화가 최정인은 아주 멋들어진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하늘나라 임금님의 사랑받는 딸 직녀와 소몰이꾼 견우의 사랑이 너무도 깊어 두 사람의 눈에는 그 어떤 것도 들지 않아 자신들의 일을 게을리 해 은하수 동쪽과 서쪽으로 헤어진다. 하늘나라 임금님이 일년에 단 한 번 허락한 날, 넓디넓은 은하수 강은 견우와 직녀를 애타게 만들고, 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땅 나라를 물에 잠기게 한다. 이들의 상봉을 위해 까막까치가 다리를 놓아준다는 날이 바로 칠월 칠석이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에 있는 별 견우성과 직녀성에 얽힌 이 옛이야기는 어린 시절엔 그저 까치와 까마귀가 은하수에 다리를 놓는다는 것에 대한 신기함으로, 좀 더 자라서는 상상력 풍부한 옛 선조들의 재미난 이야기로,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를 때 단골로 읽어주는 전래동화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견우직녀」를 읽으면서는 바보 같은 견우와 직녀가, 완고한 하늘나라 임금님이 실제인물과 같이 다가오며 아픈 사랑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그대 거기 있나요? / 날 보고 있지요? / 늘 거기 그렇게 있지요? // 바람이 산들 불면 그 바람에 실린 듯 / 구름이 둥실 뜨면 그 구름에 실린 듯 / 그대 언제나 내 마음에 있다오.” 

견우가 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강물에 직녀를 생각하는 마음을 실어 보내는 슬픈 사랑의 노래와,  

   

“질기디질긴 비단실로 / 씨실 날실 걸어 놓고 // 오락가락 북을 놀려 / 자나 깨나 베를 짜서 // 이쪽저쪽 하늘 끝에 매어 / 그리운 임 보고지고 / 정다운 임 보고지고”

베틀에 앉아 하염없이 견우를 그리는 직녀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떨어져서도 사랑하는 상대로 인해 심장의 두근거림이 끊이지 않는 책 속 이야기는 활짝 핀 꽃도,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하나도, 비통함으로 뜯겨나간 구슬 목걸이도, 바람 한 줄기마저도 예사로 보아지지 않는 가장 슬픈 옛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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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 - 아빠와 이메일로 나눈 재미있는 철학 이야기 토토 생각날개 9
이남석 지음, 소복이 그림 / 토토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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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질문이 많은 사람이다. 언제 가장 행복한가, 삶을 뭐라 생각하나부터 시작해 온갖 것을 지치지도 않고 물어본다. 내 대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 가장 행복한 순간만은 거의 비슷한 대답을 한다. 그건 바로 아빠와 딸이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볼 때인데, 늘 아이보다는 부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의식적으로 아이를 두 번째로 미루는 남편의 말과 행동이 내심 서운하고, 직장에 매여 있는 시간이 길어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남편이다 보니 어쩌다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노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한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이런 나를 보고 참 욕심도 없다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부부와 자식 사이에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큰 기쁨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채워지면 세상을 다 가진 자와 같이 큰 기쁨을 느끼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와 딸이 서로에게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이야기가 담긴 「아빠,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를 읽으며 아빠의 자상함과 아이의 천진함에 얼마나 마음이 푸근해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세상에 이런 아빠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처음 시작은 작은 딸 규린이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내용이 많아 가족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끼지 못하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였다. 아빠의 이런 마음을 모르고 귀찮아하던 딸도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에 맞닥뜨려 화가 나고 속상한 일들을 이메일로 적어 보냄으로 아빠와의 데이트를 즐긴다.

시계를 볼 줄 몰라 마음의 시간으로 게임 시간을 정하는 규린이에게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고, 기다릴 땐 왜 시간이 늦게 가는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가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며, 다른 사람의 시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까지 생각을 넓혀준다.

자동차 사고로 죽은 강아지를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고, 틀린 것과 다른 것의 차이, 서로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생겨난 아름다운 약속인 규범과 법,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평화의 비결임을 깨닫게 되기까지 아빠와 딸은 많은 편지를 주고받는다.

위 편지들이 모두 아빠와 두 딸 사이에 ‘행복’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이를 통해 아빠와 딸들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돈독하게 해줌은 물론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기준이 되고 양분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아빠가 생각하는 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남편도 때때로 어린 딸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주제의 이야기를 같은 정신연령을 가진 사람에게 말하듯 하는 때가 있다.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를 보며, 고소한 군만두를 먹으며, 작은 벌레를 본 딸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순환과 유통경로, 사회성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면 나는 어려운 대화에 아이가 질려할까 봐 지레 걱정이 되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장단을 맞추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엄마가 맡아줄 수 있는 영역과 아빠가 맡아줄 수 있는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이와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면서 대화다운 대화를 원하는 아빠들이라면 꼭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이와 함께 보석보다 귀한 ‘좋은 시간’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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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없는 세계사 세계 역사 바로 알기 1
데카 옮김, 로버트 버드 그림, 스티븐 크롤 글 / 내인생의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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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강자의 기록이고 서술자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그 진위가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현대를 사는 우리가 얼마 남겨져있지 않은 사료[史料]와 유물로 과거를 안다는 것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료의 행간을 읽는 역사학자들이 담당해야 할 몫이 크고, 단순히 해당 국가에 대한 역사뿐 아니라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던 주변국의 역사도 함께 다루어서 폭넓게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사 바로 알기 시리즈 「세계사에 없는 세계사」는 오인되기 쉬운 세계사 속에서 야만인이라 불리며 폄하되었던 역사의 주인공들을 재조명하는 책이다. 만화책이나 영화를 통해 자주 접했던 바이킹과 몽골족, 생소하기만한 고트족과 훈족 이렇게 네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린 이도 바이킹과 몽골족의 시각 자료는 쉽게 구할 수 있어 삽화를 그리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고트족과 훈족에 대한 자료가 없어 그림을 그리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시각 자료보다는 문헌을 통해 알게 된 사실만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밀한 그림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게르만 족의 일파 중 하나인 고트족이 흑해 인근에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던 2, 3세기부터 훈족의 침략으로 인한 로마와의 전쟁과 8세기 초 아랍의 침략으로 끝난 고트문명. 여기서 고트는 형편없는 건축물을 혹평할 때와 청년 하위문화를 가리킬 때 쓰는 ‘고딕’의 유래가 된다.



평화로운 시기엔 농사를 지으며 살지만 전시에는 누구보다도 용맹한 고트 족이다.



고트 족의 이주 경로가 나온 지도.


초기 게르만어의 일종인 룬 문자. 고트 족은 이 문자가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단순해서 복잡한 생각을 전달할 수는 없었다고 하지만, 야만인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문자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고트족의 풍습과 전설은 18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부활절과 하늘을 나는 말을 타고 겨울밤에 사냥을 다니는 최고 신 오딘의 전설이 시초가 된 산타클로스가 있다. 
 

훈족, 바이킹, 몽골족에 대한 것도 고트족과 마찬가지로 생활상, 이동경로, 종교와 풍습, 발단과 쇠락에 걸쳐 소개해준다. 마차로 유목생활을 하면서 마차의 나무 바퀴에 쇠로 된 테를 둘렀을 만큼 문명이 발달한 훈족은 전시에는 뛰어난 용사가 되고 금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로마제국을 요리했던 훌륭한 협상가이기도 했다. 피에 굶주린 해적으로 알려진 바이킹이 난폭해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인 요인을 살피며, 중앙아시아의 페르시아부터 만리장성까지 펼쳐진 광활한 땅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여러 부족을 통합해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탄생시키고 유럽, 중동, 아시아를 연결하는 무역 통로를 만들어 국가 간 교섭의 새 장을 열었던 몽골족을 소개한다.




여태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알아가는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 삽화를 보며 그 옛날 네 부족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글자가 너무 작아서 처음 책을 손에 잡았을 때 어른인 나도 쉽게 내용이 읽혀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아직 초등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에겐 먼저 내가 읽은 재미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삽화를 보여준 다음 책을 읽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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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레인보우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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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전쯤, 한 일간지에서 에세이툰(essaytoon) 유행에 대한 기사를 읽었었다. 광수생각을 비롯해 파페포포 시리즈와 포엠툰 등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에세이툰이 새로운 장르로 자리를 잡아 그 인기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반짝’ 떠오르다 사라지고 말 것인가에 대한 글이었다. 주 독자층이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란 이유로 후자에 더 무게를 두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래 전 광수생각에 열광했고 파페포포 시리즈를 읽으며 딱딱한 줄글 위주의 책에서 벗어나 여백을 만들어주는 에세이툰의 맛에 푹 빠져 있던 나는 에세이툰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계속해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의 대부분의 책들은 평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즐겁게 읽었는지, 얼마나 많은 감동을 주었는지에 상관없이 두 번, 세 번 읽기가 쉽지 않다. 그저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으로, 필요한 책을 찾다가 한두 번 제목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 책의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 포만감(?)을 느낄 뿐이다. 그러나 에세이툰은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잠깐 시간이 날 때, 할 일이 있는데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언제든지 쉽게 펼쳐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자주 읽게 된다. 줄글로 길게 설명해야 하는 것을 카툰으로, 꼭 필요한 말만을 글로 표현하면서 쉽게 책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꽤 오랜 공백기를 두고 나온 「파페포포 레인보우」를 앞에 두고 이미 익숙해진 파페와 포포의 모습을 보니 참 정겹다. 때로는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잊고 살았던 기억의 실마리를 건드리기도 하고, 현재 겪고 있는 소소한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며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모습도, 아이를 키우며 늘 안절부절 하는 나의 모습도 파페와 포포의 모습으로 보여주니 참 조급했구나, 내가 너무 믿음이 없었구나, 내가 아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게지, 엄마들의 마음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그리곤 ‘넘어져 일어나는 그 과정을 거쳐야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와 같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문장 앞에서 공감의 고개 끄덕거림과 다시 한 번 나를 다잡는 시간을 갖는다. 

철학자 칸트가 말했다고 하면 쉽게 받아들이고 생활에 적용하기 어려울 명언도 파페와 포포와 함께 하면 쉽게 감동되는 이유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파페포포 레인보우」, 오늘 나는 심승현이라는 사람이 있고, 그가 쓰고 그린 「파페포포 레인보우」가 있어 행복하다.

칸트,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마지막으로, 희망을 품을 것이 있다면 당신은 지금 행복하다.”

정우, “엄마에게는 지금 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단다. ‘우리 정우는 엄마에게 희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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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 레인보우 북클럽 15
세라 데밍 지음, 최세민 옮김, 김민하 그림 / 을파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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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학습만화 열품을 몰고 온 가나출판사의 ‘그리스 로마신화’, 공공도서관이나 지역의 작은 도서관, 학교 도서실까지 이 책은 빠지는 곳이 없다. 도서관이든 도서실이든 그리스 로마신화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내심 걱정도 되었다. 만화가 지닌 장점이 곧 단점도 될 수 있기에 자칫하면 독서습관을 형성하는데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러한 엄마들의 고민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모두 열병처럼 그리스 로마신화를 거쳐 간다. 그리곤 다들 하나같이 아이들 입에서 흘러나오는 혀 꼬이게 어려운 신들의 이름이 줄줄 흘러나오면 만화라도 얻는 게 있는가보다 하며 위안을 삼는다.이 과정을 겪은 엄마들이 반가워할만한 책이 나왔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을파소의 레인보우 북클럽 도서 시리즈로 가장 최근에 나온 「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을 소개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접했을 때 ‘옳거니, 이 책이다!’ 싶은 감이 딱 오는 게, 당장 읽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바로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등장하는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딸아이 역시 그리스 로마신화를 1권에서 20권까지 십여 차례 읽었어도 줄글로만 된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기에는 무리가 있어 권하지 않았는데, 이 책이라면 충분히 아이의 상상력과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즐거운 기다림 속에 책이 도착했고, 몇 달 전에 읽었던 레인보우 북클럽의 ‘마리아의 비밀 정원’과 마찬가지로 내가 먼저 책을 읽을 기회는 애시 당초 물 건너갔다. 책을 붙들고 몇 시간을 꼼짝 않고 읽는데, 얼마나 재미있으면 저렇게 눈을 떼지 못할까 싶어 무척 궁금했다. 결국 두 번이나 읽고 내게 온 책 속에는 빈약한 내 상상력을 초월하는 흥미진진한 세상이 펼쳐진다.

한 살 때 이혼을 하신 부모님 때문에 엄마와 살고 있는 주인공 아이리스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열두 살 생일 선물로 ‘그리스 신화’ 책을 받고 신비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 여행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해산물 레스토랑의 주인이고, 문지기는 아틀라스, 태양신 아폴론은 색소폰 연주자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미용실의 주인이며, 신들의 왕 제우스는 카우치 포테이토마냥 텔레비전과 맥주를 끼고 산다. 포세이돈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누군가 선물한 무지개 숄을 이용해 곳곳에 흩어져 사는 여러 신들을 만나면서 신들의 문제와 엄마에게 닥친 어려움도 해결하게 된다.

현 시대에서의 신들은 과거의 유물일 뿐, 사람들에겐 잊혀진 존재가 되었지만, 유별난 상상력을 가진, 특히나 그리스 로마신화에 푹 빠져 사는 아이리스에게 신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특별한 존재이다. 그런 신들의 신인 제우스가 에로스의 장난으로 엄마를 임신시켰기에 아이리스도 신처럼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지만, 자신의 의지로 그 기회를 미련 없이 흘려보내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겪게 되는 모든 어려움 역시 스스로 이겨낼 자신감을 얻게 된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원했던 아이리스는 세상이 정한 틀 속에서 보았을 때는 그저 평범한 소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특별한 사람이었던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책과 여행을 하면서 자신은 이미 나름대로 특별한 사람임을 인식하게 되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아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신화 속 인물들이 책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 살펴보고, 때때로 마주하게 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함께 고민하며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아이리스처럼 특별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용기와 인내, 사랑과 지혜 같은 인생에 꼭 필요한 덕목과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거기다 덤으로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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