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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없는 세계사 ㅣ 세계 역사 바로 알기 1
데카 옮김, 로버트 버드 그림, 스티븐 크롤 글 / 내인생의책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역사는 강자의 기록이고 서술자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그 진위가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현대를 사는 우리가 얼마 남겨져있지 않은 사료[史料]와 유물로 과거를 안다는 것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료의 행간을 읽는 역사학자들이 담당해야 할 몫이 크고, 단순히 해당 국가에 대한 역사뿐 아니라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던 주변국의 역사도 함께 다루어서 폭넓게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사 바로 알기 시리즈 「세계사에 없는 세계사」는 오인되기 쉬운 세계사 속에서 야만인이라 불리며 폄하되었던 역사의 주인공들을 재조명하는 책이다. 만화책이나 영화를 통해 자주 접했던 바이킹과 몽골족, 생소하기만한 고트족과 훈족 이렇게 네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린 이도 바이킹과 몽골족의 시각 자료는 쉽게 구할 수 있어 삽화를 그리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고트족과 훈족에 대한 자료가 없어 그림을 그리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시각 자료보다는 문헌을 통해 알게 된 사실만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밀한 그림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게르만 족의 일파 중 하나인 고트족이 흑해 인근에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던 2, 3세기부터 훈족의 침략으로 인한 로마와의 전쟁과 8세기 초 아랍의 침략으로 끝난 고트문명. 여기서 고트는 형편없는 건축물을 혹평할 때와 청년 하위문화를 가리킬 때 쓰는 ‘고딕’의 유래가 된다.

평화로운 시기엔 농사를 지으며 살지만 전시에는 누구보다도 용맹한 고트 족이다.

고트 족의 이주 경로가 나온 지도.

초기 게르만어의 일종인 룬 문자. 고트 족은 이 문자가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단순해서 복잡한 생각을 전달할 수는 없었다고 하지만, 야만인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문자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고트족의 풍습과 전설은 18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부활절과 하늘을 나는 말을 타고 겨울밤에 사냥을 다니는 최고 신 오딘의 전설이 시초가 된 산타클로스가 있다.
훈족, 바이킹, 몽골족에 대한 것도 고트족과 마찬가지로 생활상, 이동경로, 종교와 풍습, 발단과 쇠락에 걸쳐 소개해준다. 마차로 유목생활을 하면서 마차의 나무 바퀴에 쇠로 된 테를 둘렀을 만큼 문명이 발달한 훈족은 전시에는 뛰어난 용사가 되고 금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로마제국을 요리했던 훌륭한 협상가이기도 했다. 피에 굶주린 해적으로 알려진 바이킹이 난폭해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인 요인을 살피며, 중앙아시아의 페르시아부터 만리장성까지 펼쳐진 광활한 땅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여러 부족을 통합해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탄생시키고 유럽, 중동, 아시아를 연결하는 무역 통로를 만들어 국가 간 교섭의 새 장을 열었던 몽골족을 소개한다.

여태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알아가는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 삽화를 보며 그 옛날 네 부족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글자가 너무 작아서 처음 책을 손에 잡았을 때 어른인 나도 쉽게 내용이 읽혀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아직 초등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에겐 먼저 내가 읽은 재미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삽화를 보여준 다음 책을 읽도록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