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 - 아빠와 이메일로 나눈 재미있는 철학 이야기 토토 생각날개 9
이남석 지음, 소복이 그림 / 토토북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남편은 질문이 많은 사람이다. 언제 가장 행복한가, 삶을 뭐라 생각하나부터 시작해 온갖 것을 지치지도 않고 물어본다. 내 대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 가장 행복한 순간만은 거의 비슷한 대답을 한다. 그건 바로 아빠와 딸이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볼 때인데, 늘 아이보다는 부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의식적으로 아이를 두 번째로 미루는 남편의 말과 행동이 내심 서운하고, 직장에 매여 있는 시간이 길어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남편이다 보니 어쩌다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노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한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이런 나를 보고 참 욕심도 없다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부부와 자식 사이에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큰 기쁨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채워지면 세상을 다 가진 자와 같이 큰 기쁨을 느끼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와 딸이 서로에게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이야기가 담긴 「아빠,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를 읽으며 아빠의 자상함과 아이의 천진함에 얼마나 마음이 푸근해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세상에 이런 아빠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처음 시작은 작은 딸 규린이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내용이 많아 가족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끼지 못하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였다. 아빠의 이런 마음을 모르고 귀찮아하던 딸도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에 맞닥뜨려 화가 나고 속상한 일들을 이메일로 적어 보냄으로 아빠와의 데이트를 즐긴다.

시계를 볼 줄 몰라 마음의 시간으로 게임 시간을 정하는 규린이에게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고, 기다릴 땐 왜 시간이 늦게 가는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가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며, 다른 사람의 시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까지 생각을 넓혀준다.

자동차 사고로 죽은 강아지를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고, 틀린 것과 다른 것의 차이, 서로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생겨난 아름다운 약속인 규범과 법,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평화의 비결임을 깨닫게 되기까지 아빠와 딸은 많은 편지를 주고받는다.

위 편지들이 모두 아빠와 두 딸 사이에 ‘행복’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이를 통해 아빠와 딸들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돈독하게 해줌은 물론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기준이 되고 양분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아빠가 생각하는 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남편도 때때로 어린 딸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주제의 이야기를 같은 정신연령을 가진 사람에게 말하듯 하는 때가 있다.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를 보며, 고소한 군만두를 먹으며, 작은 벌레를 본 딸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순환과 유통경로, 사회성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면 나는 어려운 대화에 아이가 질려할까 봐 지레 걱정이 되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장단을 맞추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엄마가 맡아줄 수 있는 영역과 아빠가 맡아줄 수 있는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이와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면서 대화다운 대화를 원하는 아빠들이라면 꼭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이와 함께 보석보다 귀한 ‘좋은 시간’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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