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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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다이아몬드가 모래알처럼 많다면 다이아몬드로 장난감도 만들 거야, 난 1000조 층짜리 집을 지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함께 살 거야, 내가 개미만큼 작아져서 엄마 주머니에 들어가면 맨날 맨날 엄마 따라다닐 수 있으니까 진짜 좋겠지? 내가 우산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면 고대산 꼭대기를 지키고 있는 군인 아저씨들이 뭐라고 할까?

늘 머릿속이 엉뚱한 상상으로 가득 차 있는 딸아이가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면 가끔 지겹다는 생각도 든다. 때때로 남편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네가 1000조라는 숫자를 다 세고 나서 1000조 층짜리 집을 짓는다는 소리를 하라며 화를 낼 때도 있다. 아직 어린데 그렇게 화낼 일이냐고 한마디 하면 부부싸움이 되고 마는 어이없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하고, 모르는 이들이 이런 엉뚱한 말을 끊임없이 하는 아이에 대해 뜨악한 시선으로 바라볼까봐 모르는 이들 앞에서는 아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10세를 전후해서 상상과 현실을 완전히 분리해 재미난 상상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때가 곧 온다고 하니 가급적 이 시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는 나로서는 들어주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해주고 싶다.

어제도 오늘도 늘 그렇듯 재미난 이야기, 웃긴 이야기, 옛날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르는 아이에게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에서 읽은 이야기 몇 편을 들려주었다. 여태 아이가 해왔던 상상의 도를 훌쩍 뛰어넘어 진짜 거짓말이란 말이 튀어나올 만큼 엉뚱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은 읽을 때와 들려줄 때 느낌이 또 다르다. 워낙 기상천외한 이야기인지라 원래 이야기에서 좀 빼고 말하거나 더 덧붙여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수북이 쌓인 눈길을 걷다가 어느 마을에 이르러 나무 그루터기에 말을 묶어 놓고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자신은 교회 공동묘지에 누워있고 말은 교회 첨탑에 묶여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갖가지 진귀한 사냥이야기와 전쟁 이야기, 바다에서의 모험으로 가득 차 있다. 총알이 없어 대신 쏜 버찌씨가 사슴 이마에 박혀 훗날 사슴 머리에서 버찌 나무가 자라 사슴과 버찌를 동시에 얻는다는 웃다가 배꼽 빠질 이야기, 곰을 잡기 위해 휘두른 도끼가 달에 떨어져 성장이 빠르다는 터키산 콩을 심고 가꾸어 도끼를 찾으러 갔다 땅으로 떨어져 18미터나 되는 구덩이 아래에서 40년간 기른 손톱으로 홈을 파고 기어오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반 토막이 난 말을 타고 다니다 남은 토막을 찾아 꿰매는데, 떨어져 다니던 반 토막의 뒷부분이 새끼를 낳아도 반토막짜리 새끼를 낳았다는 기도 안차는 이야기 등 기상천외한 남작의 모험담은 해도 해도 끝이 없을듯하다.

어린 시절에 즐겁게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어보니 더 즐거운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은 위기의 순간을 냉철한 판단으로 모면한다던가, 깊이 있게 읽어보면 우리시대에 자행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해 마냥 웃기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된다. 하지만 우울하고 맥 빠질 때, 심심할 때, 아이와 재미난 상상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복잡한 일로 머리가 아플 때에도 읽으면 한바탕 웃음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무료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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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칭찬 습관 - 긍정의 힘에 집중하는 실천 습관 정직과 용기가 함께하는 자기계발 동화 10
어린이동화연구회 지음, 박종연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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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마법의 주문이라 일컬어질 만큼 칭찬의 힘은 대단하다. 꽤 나이를 먹은 지금도 남편과 딸, 이웃에게서 칭찬의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더 잘 하고픈 생각을 하게 되니 칭찬은 나이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칭찬은 상대방이 지닌 흠보다는 장점을 발견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뿐 아니라 하는 사람에게도 긍정의 효과를 준다. 하지만 우리는 칭찬에 많이 인색하고, 또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어떻게 칭찬해야 하는지 잘 몰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계발 동화 「어린이를 위한 칭찬 습관」은 국토대장정을 통해 아이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과 오해를 뛰어 넘어 진심으로 상대방을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과정을 그려주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수영장에 갈 계획을 세우며 들떠 있던 한별이가 담임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하기 위해 급하게 둘러 댄 핑계가 ‘국토대장정’이었다. 비록 핑계로 국토대장정을 간다고 하긴 했지만, 기대를 걸고 있는 부모님을 보며 한별이는 열심히 해보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과 한조를 이루어 국토대장정을 떠난 한별이는 평소의 모범생다운 행동으로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입장을 또렷하게 밝히지 못해 오해를 사기도 한다. 같은 조인 민철이와 설아도 어렵고 긴 여정 속에서 크고 작은 부딪힘이 있어 중도에 국토대장정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여러 번 들었지만, 가는 도중 수해를 입은 지역에서 봉사를 하며 나눔의 기쁨도 누리고 힘들 때마다 주변의 격려와 위로로 어려움을 극복한다.

솔직하고 에너지가 넘쳐서 보는 이들마저 기운이 절로 솟게 만들지만 거침없는 말로 종종 상처를 주기도 하던 민철이가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을 하게 된 것, 소극적인 성격으로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설아가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게 표하는 것 역시 서로를 칭찬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선물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거듭된 칭찬 속에서 자신감을 갖고 매사에 열심히 하고픈 마음을 선사해주는 칭찬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에 타인을 바라볼 때 모난 부분보다 좋은 부분을 먼저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면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마음에도 없는 그릇된 칭찬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할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찬찬히 살펴보면 칭찬할 거리 하나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눈여겨보지 않고 무심하게 지냈던 것이 상대방의 장점도 못 보게 만든 것이니 사람과 사람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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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 완역본 하서 완역본 시리즈 4
에밀리 브론테 지음, 한명남 옮김 / (주)하서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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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읽었던 책들 중 내게 많은 영향을 미쳤던 작가들은 주로 여성들이었다. 루이제 린저의 ‘다니엘라’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설렘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나 역시 평탄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브론테 자매의 불행한 삶에 특히 맘이 쏠려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를 일부러 찾아 읽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에 영화로 ‘오만과 편견’을, 현대문화센터에서 새로 출판된 책으로 ‘제인 에어’를 다시 읽었는데 나름 어른이 된 시점에서 다시 보고 읽으니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에서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더 많았고 잠시나마 소녀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에 즐거웠다.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도 다시 한 번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는데, 마침 하서에서 완역본으로 출간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1년 내내 따뜻한 바람이든, 시원한 바람이든, 거센 폭풍이든 바람을 받고 서 있는 ‘워서링 하이츠’와 같은 사람 히스클리프. 이 집을 닮은 듯한 그의 인생과 사랑도 늘 바람 부는 언덕의 고독한 건축물처럼 쓸쓸하고 위태로웠다. 그가 받았던 고난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못내 아쉬워 성년이 지나서도 내 마음의 연인으로 담고 살았던 히스클리프를 다시 만났으니, 캐서린이 하녀 넬리에게 감추고 있으면 터져버릴 것 같은 위압감으로 히스클리프를 향한 연정을 털어놓았을 때 이를 엿듣고 행방이 묘연해졌다 수년 만에 나타난 히스클리프를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보다야 못하겠지만, 분명 내 가슴도 콩닥콩닥 뛰는 게 느껴지니 아직도 소녀시절 감성이 다 사라지진 않았나 보다.

어느 날 주워 온 아이 히스클리프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을 보고 친 아들인 힌들리가 독을 품어 그 아이에게 온갖 서러움을 안겨주나 그 누이동생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서로를 영혼의 반쪽이라 여길 만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둘의 처지가 너무 차이난다는 캐서린의 자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히스클리프는 떠나고, 이웃한 집의 건실한 청년 에드거와 결혼을 한다. 이후 다시 돌아온 히스클리프가 복수에서 비롯된 격정의 칼날을 휘두를 때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거칠 것 없던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그가 사랑한 캐서린의 딸과 증오의 대상이었던 힌들리의 아들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기류를 보고는 그 의지가 꺾이고 만다.

“내가 그렇게 맹렬하게 노력한 것이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끝장난단 말인가? 두 집을 부숴버리려고 지렛대며 곡괭이를 장만해 놓고, 헤라클레스와 같은 괴력을 낼 수 있도록 내 자신을 훈련했는데 - 중략 - 어느 쪽 집에서도 기와 한 장 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으니 말이야!”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향해 가는 모습은 즐거운 소풍을 준비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참 신기하게 생각되었던 것은 오래전에 읽을 땐 느끼지 못했던 유머가 곳곳에서 묻어난다는 점이었다. 비극적 상황의 연속으로 모두가 죽고 난 이후 스러시크로스 저택 역시 히스클리프의 소유가 되어 이곳을 임대한 록우드라는 인물의 생각과 하녀 넬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곳곳에서도 웃음이 묻어난다. 누가 보아도 기피하고 싶어 하는 히스클리프를 처음 대면할 때 그 자신이 사람을 싫어하기에 히스클리프의 데면데면한 모습마저도 호감도를 높였다는 표현부터 이 우울한 기억속의 책을 재미나게 읽겠구나 하는 예감을 했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에밀리 브론테가 서른의 나이에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폭풍의 언덕’에 견줄만한 작품이 세상에 많이 남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작가해설까지 마음을 움직인 이 책으로 며칠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책을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이 책을 언제쯤 권해줄까 하는 즐거운 생각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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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말들
박이문 지음 / 민음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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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는 시(詩)가 죽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이었던 8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읽고 쓰기도 했는데, 요즘엔 나부터도 시집을 찾지 않는다. 언제부터였을까? 왜일까? 유치환님의 ‘바위’를,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과 ‘알 수 없어요’를, 김소월님의 ‘초혼’을 윤동주님의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줄줄 외우고 다닐 만큼 시를 좋아했고 주변의 모든 현상과 사물을 시처럼 생각했던 그 시기가 어느 날 갑자기 내게서 사라져버린 것은...

이유는 나 자신의 내적인 이유와 문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외적인 이유가 같이 존재했겠지만, 가볍고 얇은 책속에 진중한 무게가 있는 시집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우연히 지역 예당의 아카데미 강좌에서 시인 강사로부터 문학 수업을 듣게 되면서부터다. 화려한 언변은 아니지만 단아한 이미지와 진솔한 말씀은 같이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잊고 살았던 시에 대해 다시 관심을 돌리게 되어 박이문님의 「부서진 말들」이란 시집을 읽게 되었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바스라질 것 같은 마른 나뭇잎 하나가 놓인 표지에 ‘부서진 말들’이란 시집의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를 이루는 ‘말’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보았다. 왜 ‘부서진 말들’일까? 이젠 누구나 자기 말만 하고 들으려하지 않기에 누군가의 귀로 흘러들어가 머리와 가슴을 움직이지 못하고 허공에서 맴돌다 먼지처럼 부서지고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그랬을까?

시집을 펼쳐보니 크게 inside, outside, side by side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내면에서 바깥으로 그리고 함께 하는 것이 인간세상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교수이며 시인인 박이문님은 삶 전체가 이미 시다. 시의 소재로 특별히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전반적인 생활 자체가 다 시의 소재가 된다. 비가 내리든, 바람이 불든, 눈이 내리든 창을 끼고 보는 바깥 풍경은 마치 그림엽서처럼 평온해 보이진,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음을 ‘창문 너머’에서 그리고 있다. 길고 긴 여름의 흔적은 자취를 감추고 이제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텅 빈 정원 의자들’, 우리 앞에 있는 모든 사물을 그 사물 자체로만 보지 않음으로 보이는 것을 앞에 두고 그 내면의 것을 보려고 하거나 보이는 것을 보지 않으려 하는 묘한 심리가 담긴 듯한 ‘보느냐, 보지 않느냐’ 등 시인의 눈과 머리와 마음은 이 세계가 온통 시로 인식하는 듯하다.

제목처럼 서정적인 느낌은 없는 이 책을 처음엔 일상의 모든 순간과 주변의 물질을 시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쓰신 글 속에서 한 박자 쉬고 천천히 걷는 듯한 여유로움이 느껴져 기차를 타고 갈 때 멀리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눈으로 쫓듯 읽어 나갔다. 하지만, side by side에서는 세상을 향한 사유와 시가 표현 할 수 있는 분노, 인간들에 대한 절망에 한껏 움츠러들게 만드는 쐐기 같아 편치 않은 시집이었다.

팔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시를 쓰고 계신 박이문님. 시에 대한 사랑과 나와 주변, 세상을 사랑하는 게 느껴지는 「부서진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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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아이 봄나무 문학선
알렉스 시어러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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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란 무엇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앙증맞은 손과 입으로 덩치 큰 어른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힘을 가진 골리앗, 혼자 몸으로 무언가를 할 나이가 되면 시도 때도 없이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 좀 더 나이가 들면 반항심으로 똘똘 뭉쳐 또다시 어른들 간을 콩알만 하게 만드는 무법자 같은 존재인가? 아니, 내게 아이는 보드랍고 따스하며 나를 더 나답게 만들고 더 자랑스럽게 만드는 존재이다. 아이를 키우며 힘든 점도 분명 있지만, 아이는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을 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이며 이는 거의 모든 부모가 동일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그런데 소수의 사람들을 빼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이 소중한 행복을 반대로 소수만 느끼고 대다수가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9년은 입학 대상이 되는 해의 1월부터 12월까지 출생한 아이로 바뀌면서 2008년에 이미 입학한 1, 2월 생 아이들이 빠져 한 학급이 준 상태로 1학년을 맞이했다. 올해 2010년에는 온전하게 1월부터 12월까지 출생한 아이들 모두가 입학하게 됨으로 당연히 한 반이 더 모집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작년보다 한 학급이 더 줄었다.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노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서 섬뜩했다. 우리 세대까지는 그래도 버틸만하지만, 사랑하는 우리의 자식들 세대에서는 부양해야 할 노령자가 너무 많아 그만큼 더 힘들어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이런 상태로 10년, 20년, 50년... 100년이 지난다면 어떻게 될까? 노인 인구는 점점 많아지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아 아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진다면? 「쫓기는 아이」 이러한 우려가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래 소설이다. 언뜻 생각하면 너무 과장된 거 아냐 하면서 판타지로 치부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기에 정말 끔찍한 기분이 된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환갑잔치를 하는 노인들을 보면 참 오래 사셨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환갑이 많은 나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리면 환갑은 청춘이라며 제 2의 인생을 설계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는 과학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은데,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진 미래에서는 사람의 수명이 200살까지도 가능하고, 이들은 늙지 않는 약을 정부에서 무료로 제공해 40대의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며 제2의 인생뿐만 아니라 제3, 제4의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오래 살게 된 어른들이 많아지고 지구는 팽창하지 않으니 인구조절이 절실하게 필요해지게 된다. 이미 어른이 되어 기득권자가 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오래 지키기 위해 태어나는 아이의 수를 줄이게 된다. 물론 이는 정책 차원에서 똑똑한 분들의 결정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출산율이 점점 줄어들어 아기 울음소리와 트름 소리도 진기한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게 된 무료한 어른들은 아이를 사고 팔기에 이른다.

지금도 돈을 위해 아이를 유괴하지만 미래에는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게 ‘오후의 아이’로 한 두 시간씩 시간을 보내게 하면서 돈을 받는 못된 부모나 유괴범들이 늘어 ‘황금알을 낳아줄 어린 아이’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쫓기는 아이」의 주인공 태린 역시 엄마가 잊고 온 가방을 가지러 잠시 상점에 들어갔다 나온 15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유괴되어 부자에게 팔리고, 그 부자가 술에 취해 아이를 건 노름에서 나태하고 사악한 디트에게 판돈으로 지급하게 되면서 오후의 아이로 살아가게 된다. 태린이 어른이 되기 전까지만 디트에게 매여 오후의 아이 역할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디트는 태린에게 PP(피터팬) 이식을 시켜 영원히 어린아이로 만들어 계속해서 돈을 벌 생각을 한다. 위기의 순간, 불과 4-5분 차이로 PP(피터팬) 이식의 저주를 피해 달아난 태린은 디트 만큼 위험한 사람이 들끓는 세상에서 자신의 부모를 찾는 걸 포기하려 한다. 아니, 삶 자체를 포기하려고 한다.

읽는 동안 내내 태린이 되어 함께 가슴 졸이고 아파하며, 곧 다가올 미래의 모습에 몸서리를 치고, 태린을 잃어버린 순간부터 한 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아이를 찾아 나선 아버지와 가족과의 만남에서는 무척이나 감격해 했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있는 것, 이렇게 단순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더 오래, 젊게 살려고 했던 사람들의 욕심이 이와 같은 끔찍한 미래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자각해 헛된 욕심을 버리고 순리대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이가 더욱 고마운 오늘,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먼저 깨어있는 자가 되어 나의 욕심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쳐선 안 되겠다는 다짐을 거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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