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아이 봄나무 문학선
알렉스 시어러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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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란 무엇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앙증맞은 손과 입으로 덩치 큰 어른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힘을 가진 골리앗, 혼자 몸으로 무언가를 할 나이가 되면 시도 때도 없이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 좀 더 나이가 들면 반항심으로 똘똘 뭉쳐 또다시 어른들 간을 콩알만 하게 만드는 무법자 같은 존재인가? 아니, 내게 아이는 보드랍고 따스하며 나를 더 나답게 만들고 더 자랑스럽게 만드는 존재이다. 아이를 키우며 힘든 점도 분명 있지만, 아이는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을 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이며 이는 거의 모든 부모가 동일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그런데 소수의 사람들을 빼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이 소중한 행복을 반대로 소수만 느끼고 대다수가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9년은 입학 대상이 되는 해의 1월부터 12월까지 출생한 아이로 바뀌면서 2008년에 이미 입학한 1, 2월 생 아이들이 빠져 한 학급이 준 상태로 1학년을 맞이했다. 올해 2010년에는 온전하게 1월부터 12월까지 출생한 아이들 모두가 입학하게 됨으로 당연히 한 반이 더 모집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작년보다 한 학급이 더 줄었다.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노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서 섬뜩했다. 우리 세대까지는 그래도 버틸만하지만, 사랑하는 우리의 자식들 세대에서는 부양해야 할 노령자가 너무 많아 그만큼 더 힘들어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이런 상태로 10년, 20년, 50년... 100년이 지난다면 어떻게 될까? 노인 인구는 점점 많아지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아 아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진다면? 「쫓기는 아이」 이러한 우려가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래 소설이다. 언뜻 생각하면 너무 과장된 거 아냐 하면서 판타지로 치부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기에 정말 끔찍한 기분이 된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환갑잔치를 하는 노인들을 보면 참 오래 사셨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환갑이 많은 나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리면 환갑은 청춘이라며 제 2의 인생을 설계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는 과학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은데,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진 미래에서는 사람의 수명이 200살까지도 가능하고, 이들은 늙지 않는 약을 정부에서 무료로 제공해 40대의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며 제2의 인생뿐만 아니라 제3, 제4의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오래 살게 된 어른들이 많아지고 지구는 팽창하지 않으니 인구조절이 절실하게 필요해지게 된다. 이미 어른이 되어 기득권자가 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오래 지키기 위해 태어나는 아이의 수를 줄이게 된다. 물론 이는 정책 차원에서 똑똑한 분들의 결정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출산율이 점점 줄어들어 아기 울음소리와 트름 소리도 진기한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게 된 무료한 어른들은 아이를 사고 팔기에 이른다.

지금도 돈을 위해 아이를 유괴하지만 미래에는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게 ‘오후의 아이’로 한 두 시간씩 시간을 보내게 하면서 돈을 받는 못된 부모나 유괴범들이 늘어 ‘황금알을 낳아줄 어린 아이’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쫓기는 아이」의 주인공 태린 역시 엄마가 잊고 온 가방을 가지러 잠시 상점에 들어갔다 나온 15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유괴되어 부자에게 팔리고, 그 부자가 술에 취해 아이를 건 노름에서 나태하고 사악한 디트에게 판돈으로 지급하게 되면서 오후의 아이로 살아가게 된다. 태린이 어른이 되기 전까지만 디트에게 매여 오후의 아이 역할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디트는 태린에게 PP(피터팬) 이식을 시켜 영원히 어린아이로 만들어 계속해서 돈을 벌 생각을 한다. 위기의 순간, 불과 4-5분 차이로 PP(피터팬) 이식의 저주를 피해 달아난 태린은 디트 만큼 위험한 사람이 들끓는 세상에서 자신의 부모를 찾는 걸 포기하려 한다. 아니, 삶 자체를 포기하려고 한다.

읽는 동안 내내 태린이 되어 함께 가슴 졸이고 아파하며, 곧 다가올 미래의 모습에 몸서리를 치고, 태린을 잃어버린 순간부터 한 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아이를 찾아 나선 아버지와 가족과의 만남에서는 무척이나 감격해 했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있는 것, 이렇게 단순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더 오래, 젊게 살려고 했던 사람들의 욕심이 이와 같은 끔찍한 미래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자각해 헛된 욕심을 버리고 순리대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이가 더욱 고마운 오늘,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먼저 깨어있는 자가 되어 나의 욕심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쳐선 안 되겠다는 다짐을 거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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