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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 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평점 :
정치도 모르지만 경제도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학창시절의 배움을 통해 조금 접했던 정치와 경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모호해진다. 모두가 정치는 썩었다고 하지만 그 자리에 오르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이 있고, 새벽부터 밤까지 성실하게 일해도 늘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사람들은 왜 가난하게 사는지 모른다. 단지 자신들이 그렇게 사는 이유는 잘나지 못함이고, 잘나지 못한 이유는 배움이 모자람이며, 때문에 자식 세대에서는 가난의 고리를 끊으려 어떻게든 더 많은 공부를 시키려 한다. 그렇게 자라난 자식 세대는 부모의 바람과는 반대로 여전히 어려운 상황을 면치 못하고 오히려 부모 세대보다 더 의욕을 상실한 채 세상을 탓하며 산다. 세상을 탓함이 자칫 못난 사람들의 못난 소리일 뿐이라 치부하지 못함은 뭐라 단정 지을 수 없으나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세력 앞에서 무력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려서는 대통령이 되면 소신껏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국제 관계는 물론이고 나라 안에서도 세를 과시하는 무리들의 압력에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야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기 위한 행동이라 이해되지만, 나라 안에서 세를 과시하는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함일까? 결국 실체를 앞에 두고 있지 않아도 모니터상의 수치로 나열되는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이 그 어떤 권력보다 우위에 있고,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자국의 이익 같은 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무섭고 슬픈 게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모피아, 88만원 세대로 잘 알려진 우석훈 씨가 쓴 경제전복 소설이라기에 관심을 갖고 읽으면서 처음 모피아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책의 뒤표지를 보면 먼저 책을 읽고 추선사를 쓰신 분들이 모피아라는 말을 자연스럽고 쓰고 있고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단어로 표현되었기에 신조어는 아닌가보다 했지만,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아 검색을 해보고 난 후라야 막강한 권한을 가졌던 재무부 관료들을 갱 조직에 빗대어 모피아라 표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들이 돈을 위해서라면 나라의 존폐를 위협하는 모피아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한국은행 외환운용팀장 오지환,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은행법을 굳게 믿던 그가 현장에서 마주하게 된 권력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모습이나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경제 대통령이라 일컬어지는 무리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화가 치민다. 소설이라 이런 결말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뭉치면 그 어떤 위기도 거뜬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시민의 힘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 통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국가적 위기를 잘 극복해 낸 지나간 세월들을 생각해보면 소설 속 이야기라지만 얼마든지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희망이 솟는다. “집권 욕구에 대한 얘기를 해준 사람은 많았지만 통치 욕구에 대한 얘기를 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고백하는 대통령의 말처럼 집권에 대한 욕구는 강렬하지만, 집권 후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없었다는 점에는 정말 공감이 간다. 비록 내가 선택한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이미 선택된 차기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기 이전에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진다. 또한 ‘힘이 있을 때, 그 힘을 전쟁이 아닌 곳에 쓸 수 있는 것이 진짜 힘이다.’라는 문장처럼 보이지 않는 정치와 경제 전쟁에 집중하지 않고 국민들의 권리와 인간다운 삶에 초점을 맞춘 지도자와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찾고 지킬 줄 아는 국민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아 봤으면 하는 바람 역시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