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안 들어감! 돌개바람 27
이여누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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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어 할 때는 언제일까? 올해 서른으로 작년에 애기아빠가 된 막내 동생도 중학교 때 눈물 나는 편지를 써놓고 친구들과 함께 가출을 했었다. 없는 살림에도 막내라며 누나들과 형은 맛도 못보고 자란 소시지(애기 팔뚝만한)를 반찬으로, 새우깡을 간식으로, 원기소를 영양제로 섭취하는 특혜(?)를 누리고, 공부하라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사람도 없었는데 뭐가 부족해서 가출을 했을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결론은 터울이 많이 지는 형은 군대로, 누나들과 부모님은 직장으로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 중 누구와도 자신의 즐거움이나 고민을 함께 할 수 없었기에 비슷한 처지에 있던 외로운 친구들과 마음이 맞아 집을 나갔던 것이다. 그때는 정말 아찔했지만, 지금은 가출을 감행한 막내 동생을 비롯해 가족 모두가 함께 공유한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과거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음식이나 장난감에는 그다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과도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칫 한 눈 팔면 쉽게 빠져들고 과잉중독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초등학교 3학년생인 연진이와 6학년생인 미진이 두 자매. 만화를 좋아해 그림 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연진이는 수업시간에 만화를 그리다 선생님께 걸린 횟수만 해도 열 번이 넘는다. 급기야 이야기를 상상하다 큰 소리로 웃는 바람에 엄청난 파도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듯한 위압감에 빠진다. 왜냐고? 바로 엄마를 모시고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공부는 못하지만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나름 친구의 동생까지 살뜰하게 돌봐주는 소꿉치구 은영이와 사귀는 걸 못마땅해 하는 엄마 때문에 절친인 은영에게 절교선언을 들은 미진이...

방과 후에 학교 앞에서 만단 연진이와 미진이는 둘 다 학원에 가야했지만, 오늘만은 정말 너무 속상해서 학원 따윈 가고 싶지 않아 ‘따스한 떡볶이 집’에서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딸들이 학원에 가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엄마가 득달같이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고 학원에 안가면 집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도 말라며 전화를 끊어버리는데...

이 때문에 충격을 받은 두 자매는 엄마가 자신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시험을 해보자며 [미진 연진 가출함!!]이란 문자를 보내고, 정말 사랑한다면 자신들을 찾으라며 메시지로 수수께끼를 남긴다. 

“우린 엄마가 아직 우릴 사랑한다고 생각해. 우리 찾고 싶으면 엄마가 나한테 ‘미운 오리새끼’라고 말했던 곳으로 와. 힌트는 내가 1학년 때!!”

“약속장소 바꿈. 엄마가 내 머리를 열 셀 동안 쓰다듬어 줬던 곳으로 와. 십 분 뒤에! 힌트는 없음”

위와 같은 엉뚱한 수수께끼를 던지고 조마조마한 기다림 속에서 엄마의 사랑을 확인했다가도 금세 서운한 일이 생각나 하나씩 관문을 추가한다. 그 속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되는 연진이 미진이 가족, 아마 더 자라서 사춘기에 접어든다 해도 집을 가출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조금 부족해도 누구보다 소중한 우리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이야기하지 않고 속으로만 담아두고 있는 생각(그것이 사랑의 마음이든, 서운한 마음이든)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서당’을 그린 김홍도가 분명 그림만 잘 그렸지만 공부는 바닥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연진이, 그런 김홍도를 통해 자신을 정당화하고 위로해주는 연진이의 생각과 행동이 재미있는 바람의 아이들 돌개바람 시리즈 「집에 안 들어감!」,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한 아홉 살 난 딸아이의 마음을 잘 살피고 이끌라는 메시지가 담긴듯해 술술 읽히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아이들 키우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면서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 역시 가족 간의 사랑임을 잊지 않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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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 아기 괴물
완다 가그 글.그림, 정성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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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은 아이들이 괴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때때로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어른스런 말과 행동으로 어른들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하다가도, 별것도 아닌 일에 틀어지면 대책 없이 떼를 부리고 미운 말과 행동을 하는 통에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엄마마저 마녀로 만들고 마는 심술쟁이 아기 괴물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파악하고 화내지 않으면서 아이들 역시 아프지 않게 설득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그저 놀라울 뿐, 늘 ‘잠깐’을 참지 못해 아이와 덩달아 기분 나쁜 감정과 어긋난 대화를 잘라내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태반이다.귀엽지만 때때로 말도 안 되는 일로 평상심을 잃게 만드는 세상의 아기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만한 정말 귀여운 그림책심술쟁이 아기 괴물을 보면서 ‘우리 집에도 이 아기 괴물이 살고 있는데...’ 하며 공감을 했다.

산속 동물들에게 맛있는 먹이를 차려주기 좋아하는 착한 난쟁이 할아버지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인 아기 괴물.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원하면서도 할아버지가 다른 동물들을 위해 열심히 만드신 도넛과 씨앗 푸딩, 양배추, 치즈는 모두 싫다고 한다. 아기 괴물이 먹고 싶은 건 멋진 인형들 뿐. 아이들을 사랑하는 할아버지는 아기 괴물이 인형을 먹어버리면 인형을 잃고 슬퍼할 아이들 생각에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 아기 괴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묘책이 떠오르는데...

아기 괴물의 아름다운 꼬리와 눈썹, 등에 돋아난 파란 볏들을 더 잘 자라게 해주고 멋지게 해줄 ‘점-질’이란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점-질’의 재료라야 산속의 동물들에게 만들어주는 음식재료일 뿐이지만, 이를 모르는 아기 괴물은 난쟁이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시는 ‘점-질’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할아버지도 인형을 잃고 슬퍼하는 아이들이 없어 행복하고, 아기 괴물도 자신의 자랑거리인 볏과 꼬리가 무럭무럭 자라니 행복하다.

아이들의 말도 안 되는 트집이나 떼에 어른의 잣대와 권위로 눌러버리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아이에게 해당되는 칭찬을 해주고, 근본은 무시하지 않되 아이와 어른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 같아 글이 얼마 되지 않는 그림책임에도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

 

더군다나 이야기를 쓴 작가 완다 가그가 그린 그림 역시 매력적이다. 난쟁이 할아버지는 아기들이 입는 우주복 같은 의상을 걸치고, 산타 할아버지와 같은 풍성한 수염이 있어 내가 보아도 참 사랑스럽다. 여기에 심술쟁이라 하지만 그저 귀엽게만 보이는 아기 괴물 역시 ‘괴물’하면 떠오르는 무시무시한 이미지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그만이다. 인형을 먹겠다고 떼를 부리는 아기 괴물의 마음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이야기 나누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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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 초등 국어 - 국어 실력을 쑥쑥 키워주는 13가지 우리말 이야기 자신만만 시리즈 7
김은경 지음 / 아이즐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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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 한마디로 인해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생각 없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정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말 자체만으로는 나쁜 뜻이 아니어도 상황에 따라,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잘못 쓰이는 말도 많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다. 작정하고 상대를 무시하고 깔보며 상처주려고 하는 악담은 그 사람의 인성이나 성장과정 또는 배경을 살펴봐야하기 때문에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서 개입하기 어렵다 해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된 말이나 평상시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우리말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얼마든지 본연의 뜻을 살려 적시에 사용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자꾸 사라져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요사이에는 우리말에 대한 책이나 사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신만만 초등 국어」도 우리말을 주제로 한 책인데, 우리가 평소에 자주 틀리는 단어와 잘 모르고 있는 우리말을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준다. 어른들도 오랜 시간 습관화 되어 잘못 사용되어지는 단어나 헷갈리기 쉬운 단어부터 시작해 어쩌다 한 번씩 사용하지만 그 말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게 하고 명쾌하게 표현해주는 우리말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담고, 말과 관련한 상황을 짧은 창작동화 형식으로 꾸며서 어떠한 경우에 그 말이 사용되는지, 어떠한 의도로 그 말이 생겨났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찌아찌아족처럼 말만 있고 글이 없는 까막눈별 사람들이 지구에서 가장 배우기 수비고 사용하기 편리한 글을 선정해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하고자 중국과 영국, 한국의 대표를 초대해 이 중에서 어떤 글이 적합한지 알아보게 된다. 결과는 자모음 24자로 모든 글자를 만들 수 있고, 하나의 문자에서 하나의 소리만 나는 등 여러 장점으로 한글이 선택된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를 추측하게 만드는 ‘푸러써 부족의 이름 짓기와 수 세기’, 표준어, 사투리, 살려 써야 할 우리말 등에 대해 수록되어 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내달리면 벌써 산아’, ‘먼데도 잘 보아라’ 등의 푸러써 부족의 이름과 “야, 이라제 기자라요. 거시기, 여그 광주는 비바람이 겁나게 불었어라.”라고 사투리 방송 등으로 인해 배꼽잡고 웃었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는 말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해왔는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는 말이 달라 초래된 불편함으로 만들어진 표준어 등 말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도 함께 채우게 되었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이 읽으면서 우리말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시대에는 말이 부른 화가 사라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시키는 아름다운 말이 가득한 세상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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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개성파 주디 무디 5 - 독립을 선언합니다! 톡톡 개성파 주디 무디 5
메간 맥도날드 지음, 신은랑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예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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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난 딸아이에겐 ‘내 맘대로 날’이 있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방학이 시작되고 처음 맞는 토요일로 하루를, 이번 여름방학 때는 매주 토요일을 ‘내 맘대로 날’로 정했다. 학교 수업과 피아노, 일주일에 한 번 품앗이로 하는 독서수업과 종이접기 수업을 하고 있어 아이에게 무리한 일정은 아니란 생각이 드는데 이상하게 하루가 금방 지나가 어쩌다 한 번씩 내주는 학교 숙제도 버거울 때가 있다. TV시청을 한 시간 가량 하고, 책을 좋아하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책읽기로 보내기에 늘 잠자는 시간이 늦어져 11시 이전에 재우는 게 힘들어 거의 매일 신경전을 벌이곤 한다. 이 때문에 나만 스트레스를 받는 줄 알았는데 아이도 그랬나보다. 그래서 단 하루만이라도 자기 맘대로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책이랑 TV도 보고 싶을 때 맘껏 볼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자유의 날 즉, ‘내 맘대로 날’을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아이의 요구에 처음엔 당황과 황당함 사이에서 잠시 얼이 빠져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느껴지는 바가 있어 소원대로 ‘내 맘대로 날’을 지내본 결과, 아이가 아주 만족스러워 하기에 덩달아 흐뭇하다.

딸아이처럼 자유를 목 놓아 외치는 소녀를 만났다. 1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주디 무디를 읽는 동안 정말 개성이 톡톡 넘치는 주디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 5권에서도 특유의 엉뚱함과 발랄함이 나와 딸아이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보스턴으로의 가족여행(우리나라로 치면 ‘체험학습’이라 할 수 있겠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갔으니)에서 미국 독립의 발자취를 따라다니게 된 주디. 영국이 식민지에서 많은 세금을 걷어가면서도 세금을 낸 사람들에겐 아무런 결정권도 주지 않았기에 영국의 지배를 벗어나 스스로 만든 법과 규칙을 따르기 원했고(자유) 이를 위해 투쟁한 결과 미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후 자신의 생활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는 데 기분이 주르륵 내리막인 주디는 매일 머리를 빗지 않아도 되는 자유와 남동생 스팅크에게 시달리지 않을 자유, 용돈을 올려 받을 자유 등을 적은 ‘7가지 양보할 수 없는 권리’에 대해 적은 주디 무디 독립 선언서를 작성하고 가족들 앞에서 선포한다. 하지만, 원하는 자유를 누리고 싶으면 그만한 자격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좌절하고 만다.

이후 여러 방법을 동원해 부모님을 설득해보지만, 혼만 나고 독립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는데, 스쿨버스를 타고 같이 내렸어야 할 동생이 잠이 들어 내리지 못하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스쿨버스를 쫓아 동생을 무사히 집까지 데리고 와 부모님으로부터 ‘좀 더 자라고, 좀 더 독립적이 된 것 같다’는 인정을 받으며 용돈을 올려받게 된다.

독립을 위해 처절한(?) 몸짓을 하는 주디의 행동에 낄낄대고 웃다가,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동생을 찾아 데리고 왔다가 혼만 나는 장면에서는 눈물도 글썽해졌다. 주디의 매력에 한층 더 빠지게 되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물론이고, 곧 영화화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 소녀 배우가 주디 역할을 맡게 될까도 궁금하다.

가끔씩 책에서 본 흥미로운 일들을 직접 해보는 딸아이가 주디 무디를 읽고 ‘가온 독립 선언서’를 작성하지 않을까 잠시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다행히 조용히 넘어갔다. 아이가 작성한 선언서를 직접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데, 주디의 엄마 아빠처럼 아이에게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대화하고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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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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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순진했던 10대 때 처음 만난 이외수 님의 소설 ‘꿈꾸는 식물’을 읽다가 포주의 등장과 난폭한 장면들이 비위에 거슬려 ‘이외수’라는 작가를 별로인 작가로 치부했었다. 그러다 이외수 님의 빛나는 팬인 남편을 만나면서 조심스럽게 그의 작품을 하나씩 읽어나갔다. 결혼 전까지 중단편 모음집인 ‘자객열전’을 시작으로 ‘황금비늘’, ‘벽오금학도’, ‘들개’, ‘칼’, ‘내 잠속에 비는 내리는데’, ‘말더듬이의 겨울 수첩’, ‘감성사전’등을 읽었고, 결혼 후에는 나도 남편처럼 작가의 팬이 되어 신간이 나오는 족족 한 두 권씩 사서 읽고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안타까운 건 ‘장외인간’이나 ‘괴물’등 2000년대 이후에 출간된 책에서 과거에 ‘이외수’ 하면 느껴지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빠진 것이다. 가벼워진 것도 같고, 무뎌지기도 한 것 같은...  남편과 이를 두고 대화를 나누면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 역시 바뀌지 않겠냐?’며 서로 아쉬운 마음을 주고받은 후에도 화가 정태련 님과 함께 만든 책을 하나씩 사서 책꽂이에 꽂아 놓고 보는 즐거움은 여전하다.


책장을 들추면 옛날 즐겨 씹던 껌 ‘이브’의 향기가 피어오르고 넉넉한 여백과 짧은 글을 빛나게 하는 세밀화가 빽빽한 줄글만 있는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언제 다 읽나 하는 부담도 없고,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야할 필요도 없다. 읽으면서 ‘맞다, 맞아!’하고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그저 그렇게 흘려보는 부분도 있다. 책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작가의 삶에서 보여주듯, 책에도 고스란히 옮겨 나보다 한참 젊은 정신을 소유한 청년이라는 사실에 부러움이 한껏 든다. 생각하지 않고 말하고 행동해도 모두 다 본이 되는 경지에 오른 사람처럼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일들을 별 기교도 없이 거침없이 써내려간 글들이 순간순간 감동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면... 나를 비롯한 보통 사람들은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그냥 흘려보냈지만, 작가는 그 순간들을 글로 남겨 ‘순간’의 시간을 ‘영원’으로 옮겨 놓아 다시 생각하고 깨달을 기회를 준다.

남편과 함께 소생법, 생존법, 비상법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짧은 단상들을 모아 세 권의 책을 연달아 출판했기에 우스개 소리로 ‘요즘 이외수 작가는 돈을 좀 쉽게  버는 것 같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작가의 과거 작품들을 거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글들 역시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 부부는 이외수 작가의 빛나는 팬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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