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갔지? - 정리정돈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9
문정옥 지음, 박진아 그림 / 소담주니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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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물건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경험해 본 사람들은 모두 안다. 머릿속은 하얘지고, 식은땀이 쭉 흐르는 몇 초 안되는 그 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그런 경험을 수시로 하면서도 제대로 챙기는 습관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만우 역시 늘 자기 주변의 정리정돈이 잘 되지 않는 아이다. 특별활동 시간에 만들기 대회에 필요한 헬리콥터의 부속품도, 연극에서 사용할 소품도 꼭 필요한 순간에 챙겨오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만우라고 늘 흘리고 다니고, 잃어버리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딴에는 다음 날에 계획된 행사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미리 준비하지만 문제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쓰고 난 물건을 제 자리에 갖다 놓는 게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현실에서는 내 경우를 보아도 그렇고, 아이의 행동을 보아도 정말 쉽지 않은 게 정리정돈이다.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나 자신을 질책하기 보다는 분명 엄마의 행동을 보고 학습한 딸아이의 정신없는 행동만 지적하는 나를 발견한다. 딸이 아직 어려서 망정이지, 분명 조금만 더 자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엄마의 행동을 보면 잔소리 깨나 해댈 것이다.


그나마 ‘남들 다 있는 것, 나도 한 번 가져보자’라며 당차게 요구해 획득한 책상이 얼마 전에 들어와 상당히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언제 이 질서가 무너질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아이 방에 들어갈 때마다 살피는 내 모습이 너무 우습다.


분명한 건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으면 언제 무슨 일이 생기든 곤란함을 겪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단순히 깨닫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나와 딸아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을 읽는 어린 친구들도 만우가 겪은 일을 통해 분명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정리 정돈하는 습관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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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수네 집에 놀러 갈래? 킨더 어린이 도서관 6
주원규 지음, 이나성 그림 / 킨더랜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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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한 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미혼모 등 우리 사회에서는 보편적인 것을 조금만 넘어서도 서로를 구분하는 말이 많다. 그 시작이 비록 사회적 약자이기에 혜택을 주고자 만든 말일지라도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서로 섞일 수 없는 관계를 나타내거나 원치 않는 동정을 내포하고 있어 의도와는 다르게 불편한 마음이 들게 만든다. 어쩌면 낱말 하나로 이러한 마음이 드는 것 역시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 한편 늘 나와 조금 다르면 편을 가르고 싶어 하는 묘한 심리의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깜수네 집에 놀러 갈래?」는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소수에 속하기 때문에 불이익과 편견의 그늘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깜수(정감수)와 같은 반 친구인 세 소년소녀의 불안하면서도 신나는 어느 하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노는 토요일인데도 쉬지 못하고 사생대회 연습을 하느라 야외수업을 받던 민철이와 성주, 태영이가 일탈을 감행했다가 불량배들에게 잡혀 곤란한 입장에 처했을 때 슈퍼맨처럼 나타나 세 아이들을 구해준 이는 바로 같은 반 친구인 깜수였다. 맛있고 배부른 저녁은 고사하고 집으로 돌아갈 버스비조차 남기지 못한 세 아이들은 얼떨결에 자신들을 구해준 깜수네 집에 가게 되는데, 너무도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한국인 아빠와 피부색이 검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깜수는 아빠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부재와 친구들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선량한 마음과 따뜻한 웃음을 잃지 않는 멋진 소년이다.


처음 전학왔던 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깜수를 멀리하고 싫어하던 아이들이 차츰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모습이 어여쁘기만 한데, 자식들에게 본이 되어야할 부모들의 껄끄러운 행동이 꼭 내가 그런 행동을 한 것만 같아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필리핀이나 베트남, 방글라데시, 일본, 중국 등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친분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도 몇 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과 처음부터 친해지지 못했던 것은 이유 모를 반감 때문이 아니라 그저 어색해서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사람 사는 곳은 모두 같다는 옛말은 정말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피부색이나 지역, 학력 등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평가하는 이들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만든다.


작가의 말처럼 어두운 주제의 글이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깊이 생각해야 할 주제이기에 어렵더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많은 아이들이 읽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우리 사회에 깜수와 같은 불이익을 받는 친구들이 없어지기를 소망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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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기지 비밀 친구 구함 책 읽는 습관 1
김경옥 지음, 유명희 그림 / 꿀단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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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만이는 우기기 대장이다. 우기기가 통하지 않으면 곧잘 화도 내고 주먹질도 하기에 단짝친구도 없는 쓸쓸한 아이가 바로 병만이다. 엄마 아빠가 모두 대학 강사라 늘 바쁘기에 하나뿐인 아들에게 신경써주지 못해 사랑도 많이 부족한 아이.

이런 병만이에게 재건축을 앞두고 모두가 이사 간 연립주택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꿈동산 같은 곳이다. 찌그러진 냄비를 쓰고, 촌스런 보자기를 둘러 쓴 채 막대기를 휘두르는 병만이는 용맹한 장수가 되기도 하고, 못 쓰는 물건들을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발명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병만이만의 비밀기지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우영이란 아이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자신만의 공간이 침범 당했다는 불쾌함도 잠시, 늘 외로웠던 아이인 병만이는 우영이에게 비밀기지의 출입을 허락하고 친구가 된다. 병만이와 우영이가 하늘과 땅을 두고 한 맹세는 우영이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를 데리고 오면서 위기를 맞기도 하고, 화해도 하며 인품도, 생각도 한층 여물어 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때도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 하나쯤 숨어들어도 모를 나만의 공간을 무척 동경했던 것 같다. 특히나 한 방에서 여섯 명의 가족이 함께 생활해야했기에 더 간절했던 그 때, 결국 나만의 공간 하나 마련해보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버렸다.

어릴 때는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지,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도 학교에 비밀기지가 있다. 물론 누구나 알 수 있는 화단 주변을 비밀기지 삼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그곳이 기지인 줄 모르기 때문에 비밀기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그 곳에서 함께 할 동지들도 모아 일주일에 한 번 5교시가 들은 날에 회합도 가졌다. 규율도 철저해서 학교 앞에서 사는 친구의 동생이 학교에 놀러 와도 그 누나인 아이가 비밀기지를 침범 당하면 안 된다며 돌려보낼 정도이다. 이렇게 노는 아이들이 마냥 귀엽기만 한 나는 가끔씩 아이 편에 특별 간식을 보내주기도 하며 비밀기지에 대해 유일하게 아는 어른 멤버가 되었다.

지금도 집에서 빨래건조대 아래에 담요를 깔고 베개로 바리케이트를 치며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며 유치하게 노는 딸아이가 가끔씩 귀찮고 짜증도 나지만, 이런 시기도 오래 가지 않고 엄마한테까지 비밀을 잔뜩 숨기는 새침한 사춘기 소녀가 될 것임을 알기에 가만히 보고 웃어준다. 비밀 기지와 비밀 친구를 가지고 있을 때가 바로 엄마 품안의 자식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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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마더 - 예일대 교수 에이미 추아의 엘리트 교육법
에이미 추아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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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인터넷에 연일 게재된 「타이거 마더」에 대한 소개 글을 읽었다. 하나뿐인 딸아이가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지극히 소박한(요즘 세상에선 너무 어려운) 꿈을 꾸는 보통 엄마인 내게 소개 글에 인용한 에이미 추아의 자녀교육법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강도가 셌다. 친구 집에서 자는 것이나 아이들끼리만 노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도 되고 공감도 되지만, 정규수업 외의 활동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A보다 낮은 점수를 받거나 체육과 연극 외의 수업에서 1등을 놓치는 것을 금지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공부하는 기계를 만들거나 지극히 출세지향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에 책을 앞에 두고도 읽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세상엔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없고, 배울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책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 고민을 쉽게 접고 책을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게 ‘시원함’을 선사해 주었다. 글에서 엿본 에이미 추아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사람이고 자신을 포장하지도 않으며, 의외로 유머 감각도 풍부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중국인으로 미국 이민 2세대이고 예일대 교수이며 두 딸의 엄마로 살면서 책을 쓰는 에이미 추아. 이 정도만 놓고 보아도 보통의 엄마와는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는데, 그녀가 지나온 어린 시절 역시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환경이었기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한 사실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할 소리를 하고, 주변 환경에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주관이 확실한 자녀교육을 펼칠 수 있었다고 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마음읽기나 대화법, 교육에 대한 강의도 많이 들으러 다녔고 좋다는 책도 좀 읽었다고 자부한다. 덕분에 아이에 대한 이해나 공감하는 능력도 많이 키워졌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려 노력하는 엄마가 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아이 교육에 관계된 것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개인차나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주장하는 자녀교육법이 때로는 답답한 마음을 더하게 만들기도 했다. 칭찬이나 대화, 비교, 체벌 등 교육가나 전문가들의 주장과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과 같은 부위가 꼭 있기 마련이다.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은 별로 없으면서도(이 부분 역시 기성세대가 교육을 잘 못했다고 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고, 그 지적에 크게 반발 할 만큼 잘 했다고 볼 수 없기에 넘어간다), 아직은 옳고 그름이나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현저하게 낮으면서도 책에서 읽고 배우며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맹랑한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어? 이건 아닌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고민 역시 복잡한 삶 속에서 오래 가지 못해 흐지부지되고 마는 나와는 달리, 타이거 마더(에이미 추아)는 단 한순간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매사에 무엇이 최선인가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공개석상에서 아이에게 ‘쓰레기’라는 표현을 썼다는 고백에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면서 분개하며 자리를 떠났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역시 아이 마음이 많이 상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울며 자리를 떠난 사람 역시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도 타이거 마더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나 신념에 많은 도전을 받고 그때마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 무수히 번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거 마더의 아이들은 자유로운 서양의 문화권 아래, 강압적인 엄마의 양육과 훈육을 받으면서 순종과 투쟁을 병행하며 자신들만의 당당한 자리를 마련해 간다. 책을 읽으며 너무 심하단 생각이 드는 부분도 많지만 아이들이 엄마가 쓴 책을 두고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타이거 마더가 단순히 권위만을 내세우는 엄마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좋은 교육이 반드시 동양 또는 서양의 것으로 갈리거나 무조건적인 포용은 아니란 생각이 들게 한다.


이민 1세대인 부모가 자신의 전부를 내놓고 일하며 아이들에게 큰 기대를 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모를 보고 자란 이민 2세대는 삶 속에서 동기를 부여받아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각각의 길에서 제법 성공한 엘리트가 되어 타국에서 정착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자국에서 습득한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을 거의 버리지 못한 조부모 세대나 절반 정도 남아있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이민 3세대는 이민자라 보기엔 이미 정착한 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민 1,2 세대와 달리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해왔기에 그 속에서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해 걱정거리가 되고 만다. 이를 두고 타이거 마더는 절대 자신의 아이가 그렇게 실패한 이민 3세대로 살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미국 사회에서는 기함을 할 만한 일도 서슴지 않고 실천에 옮긴다.


타이거 마더가 몸서리치며 절대 자신의 아이 세대에서 보고 싶지 않아하던 문제는 비단 이민자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후 세대의 부모님들은 뼈가 부서져라 일하는 동안에도 자식만은 어떻게든 사회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높은 교육열을 보였다. 그 기대에 힘입은 자식 세대는 나름대로 사회 각 분야에서 자리 잡으며 경제적 문화적 성장의 든든한 배경이 되었지만, 지금 그들의 자식 세대는 꿈도 희망도 없는 부표(浮漂) 같은 존재가 되었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타이거 마더의 고민을 개인 또는 이민자의 고민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직도 아이를 위해 무엇이 진짜 좋은 교육인지 알지 못하지만, 어떤 형태의 교육을 하던 간에 아이를 향한 진심이 자신의 욕심으로 변질되지 않는다면, 사랑하는 마음을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면 아이도 부모의 기대를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살아갈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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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되는 그리스로마 신화 공부가 되는 시리즈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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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무소불위의 능력과 위엄을 갖추어 보통 사람들은 가까이 할 수 없는 신의 존재가 아닌 인간의 모습과 감정, 행동양식을 보여주어 수천 년 전부터 수없이 많은 시인과 작가, 화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신화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리스로마 신화의 영향은 과거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문학작품과 조각, 그림 등에 녹아있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워낙 유명해서 살면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접해보았을 것이다. 단지 그 작품 속에 담긴 신이나 그에 얽힌 이야기는 알지 못할 뿐인데, 우연한 기회에 이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해 듣다 보면 어찌나 실감나고 재미있는지 푹 빠져들게 된다.



여기에 인간의 심리나 두드러진 사회현상을 빗대어 이야기할 때 마치 속담처럼 인용되는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가 어쩌면 그렇게 상황에 딱 들어맞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예를 들자면 불가능에 도전하는 인간정신을 나타내는 고사성어로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든다. 신화 속에서 인간에게 가장 고마운 존재를 꼽으라면 ‘프로메테우스’를 들 수 있는데, 신의 노여움을 예측하고도 인간에게 불을 선물하고 그로 인해 쇠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았던 것을 비유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더 오르고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도 자신이 만든 조각상에게 마음을 빼앗긴 피그말리온이 아프로디테에게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면서 조각상이 진짜 인간이 되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신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적대시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옳은 말이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 ‘카산드라의 예언’, 뜻밖에 생긴 나쁜 일이나 인간의 욕심으로 일을 그르칠 때 사용하는 ‘판도라의 상자’ 등 우리 삶과 관련하여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작년 1월 4일, 예기치 못했던 폭설로 인해 끔찍한 교통대란이 일어났을 때 나는 단지 앞에 쌓인 눈을 쓸어내며 무척 힘들어했다. “아이고, 해도 해도 끝이 없네.” 하며 허리를 두드리니, 옆에서 눈 놀이를 하던 딸아이가 “페넬로페의 베짜기라고 할 수 있지.”하며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무슨 뜻이냐 물었더니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읽었다며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에 얽힌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낮에는 베를 짰다가도 밤이 되면 베를 풀어 남편을 기다렸던 페넬로페, 때문에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앞에 두었을 때 쓰이는 고사성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초등 1학년 겨울 방학에 있었던 일이었으니, 한참 어린 나이인데도 그리스로마 신화와 관련한 고사성어를 적시에 사용하는 걸 보고 놀라며 뿌듯해했던 것도 생각난다.


공부가 되는 그리스로마 신화」, 굳이 제목에 ‘공부가 되는’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인생 공부가 될 것 같은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책에는 거장들이 그린 신화 그림과 신화와 관련한 고사성어나 사회현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딸아이보다 먼저 읽으며 재미있어 하니 무척 궁금했나보다. 계속 어깨너머로 기웃대는 모양이. ^^


얼마나 재미있는지 너도 한 번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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