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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마을 지키기 대작전 - 곤충생태 학습동화
김영희 지음, 수아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평화로운 곤충마을에 위기가 닥쳤다.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는 검은 쥐들이 떼 지어 곤충마을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작고 힘없는 곤충들은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생각하고 서둘러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려고 하지만, 곤충마을의 대장인 장수풍뎅이는 서로가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마을을 지켜낼 수 있다고 보고, 저마다의 재능에 따라 결전을 준비케 한다.
땅강아지와 개미귀신들은 땅을 파는 일을 하고, 함정위에서 쥐들을 유인하는 데는 몸이 가볍고 멀리뛰기에 선수인 메뚜기와 귀뚜라미가 맡았다. 함정에 빠진 쥐들을 약 올리는 데는 여치 합창단이, 여왕과의 결혼비행이 끝난 수벌들은 벌침을 이용해 쥐들을 공격했다.
이처럼 다양한 곤충들을 대상으로 한 곤충생태 학습동화 「곤충마을 지키기 대작전」은 그동안 한두 종류의 곤충이 등장했던 다른 동화와 달리 생태계 속에서 먹고 먹히며, 번식하고 순환하는 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해준다. 이러한 종류의 책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기에 기대 업이 읽었는데, 의외로 재미도 있고, 내가 알지 못하던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산이라고 하기엔 너무 낮고, 둔덕이라 하기엔 조금 높은 동산이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우리 집은 벌레 천국이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크고 작은 곤충 때문에 너무 놀라서 어이없이 다치는 일도 생긴다. 곤충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훨씬 거대한 사람이 더 무서울 텐데, 이렇게 작은 곤충을 무서워하는 내 모습이 우습게 보일 때도 있고, 아주 가끔은 “그래, 너도 살라고 태어났는데 어쩌겠니”하면서 방생(?)을 해주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곤충은 그다지 가까이 하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요즘 곤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생겼다.
거창하게 지구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환경운동가는 아니어도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안고 환경단체에 가입해 1년 과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이곳에서 들꽃과 곤충, 조류, 지질 등에 대해 배우게 되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새롭게 알게 된 사실로 인해 내가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는 지평이 넓어졌다.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잡초들이 제각각 사랑스런 이름을 가지고 있고, 누구 한 사람 돌아봐주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예쁜 꽃을 피우며, 그저 징그럽게만 느껴져 기피해야할 대상으로만 보았던 곤충들도 저마다 존재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순환의 고리에 대해, 상부상조에 대해 생각하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곤충도감과 들꽃 도감 등을 사서 가까운 산에 올라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볼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도 알게 되었기에 생태 학습동화에 마음이 끌렸다. 그냥 볼 때는 마냥 징그럽기만 했던 곤충들이 전문가가 찍은 사진으로 보니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며 아름다운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곤충들의 사진이 부록으로 실려 있고 각 챕터 사이사이에 곤충의 특징이 수록되어 책을 읽으며 궁금해 했던 각각의 곤충들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