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 - 자기주도형 아이로 이끄는 원동력
홍수현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맞아, 이래야 맞는 거지!”
열 살배기 딸아이의 말이다. 요즘 부쩍 아이를 자주 꾸짖게 되어 속도 상하고, 이 문제가 비단 아이의 잘못만은 아니란 생각에 나를 먼저 진단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막 택배로 도착한 책의 포장을 뜯자마자 제목을 보고는 아이가 던진 이 한마디에 참 많은 생각이 오갔다. 마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동안을 참지 못하고 늘 참견을 하거나 화를 냈던 엄마를 타박하는 말로 들린다.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 ‘생각 교습소’를 운영하는 저자가 너무도 다른 성향을 지닌 두 아들과 조화를 이루기까지 수년간의 일상을 담은 이 책에서 나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동시에 발견하게 됐다. 숙제를 하다가 어려운 문제를 만나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분명 이해가 부족한 아이가 아님에도 여러 번 반복해 설명하는데도 잘 알아듣지 못하면 “딴생각하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들어!”하면서 윽박질렀다. 이때 아이의 얼굴이 질리면서 눈에 걱정 또는 겁이 잔뜩 들어차 있는 것을 보면 별 것 아닌 일로 아이를 이 지경으로 내몬 내가 밉고 아이가 가여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여기까지는 같으나 저자는 아이가 왜 설명을 이해 못하고 어려워하는지 그 원인을 여러 각도로 생각해보고 아이의 특성을 파악한 다음 아이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이 나와 다른 점이다.
이 같은 행동이 머리로 이해하거나 말은 쉽지만, 일상에서 적용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에너지와 결단이 없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알면서도 못하는 일이 너무 많아 아이들을 엄마가 데리고 있지 못하고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학원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 같다.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애가 바짝바짝 타는 것인지, 피가 마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지 아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괴로움을 겪고 싶지 않아 아이의 느린 행동이나 습득하기에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대신 나서서 해결해버리고 마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아이가 기지 못한다고 억지로 뒤집어놓고 무릎을 꿇려 끌지 않았고, 걷지 못한다고 그 발 붙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놓아주지 않았어도 아이는 제 스스로의 성장 속도에 맞춰 하나씩 하나씩 성취해 나아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엄마인 내가 아이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너무 좁게 잡아놓고 그것을 넘어가면 쥐 잡듯이 몰아세웠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만약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우리 엄마는 늘 나를 기다려주는데...”하고 말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주기 위해 아이의 행동에 토를 달기 이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