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걸스 : 나랑만 친구해! 슈퍼 걸스 시리즈 3
메레디스 뱃저 지음, 애시 오스왈드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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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소녀들의 이야기인 ⌜나하고만 친해야 해!⌟를 읽으면서 내 초등학교 시절 생각이 나 감회가 새로웠다. 그다지 두드러지지도 않고 처지지도 않았던 나는 주로 관찰자처럼 학교를 다녔다. 서로 죽고 못 사는 단짝친구도 있고, 서로 편 가르기 하던 아이들도 있고, 나처럼 단짝친구 없어도 속상하지 않고, 편 가르는 무리에 끼지 않던 시니컬한 아이들도 몇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속상해 몇 날 며칠을 울상 짓고 다니던 친구하며, 자신과 노는 친구가 다른 친구와 노는 모습을 보지 못해 토라지거나 심하면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심한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똑같다는 것을 느낀 것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다. 속한 사회가 직장이든 마을이든 학교든 동아리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어찌 그리 똑같은 패턴을 보여주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꼭 남은 수에서 열심히 일하는 수가 정확히 나뉘는 꿀벌처럼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부류대로 나뉘고 튀고 처지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초등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피는 평소 베스트 프랜드인 메간의 결점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 결점이 다른 친구들과 거리감을 만들고 약간 재수 없게 느껴지나 그 결점을 덮고도 남을 만큼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새로 사귄 친구인 앨리스가 메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바란다. 그러나 메간과 앨리스 모두 서로를 싫어할뿐더러 소피가 자신들과만 어울리기를 원했기 때문에 중간에 선 소피는 무척 난처해지고 만다. 다행히 1박 2일 캠프에서 한 천막을 쓰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나 역시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딸아이가 소녀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속상해하지만 말고 친구가 왜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일까를 생각하며 소피처럼 좋은 친구를 한 순간의 감정으로 인해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를 이해해주고 믿어주며 무조건 지지해주는 친구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란 말을 들었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보내려 애쓰다가도 어느 순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일이 있더라도 “왜 그랬니?”라고 묻기보다는 “네가 그렇게 행동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가슴 충만하고 기쁠까. 이런 친구가 있다면 정말 내 전부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부디 우리 딸도 그런 친구를 사귈 수 있었으면, 또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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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조각 창비청소년문학 37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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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을 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황선미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 소설인 「사라진 조각」이 출판되었다. 어린이 동화든, 청소년 소설이든 워낙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지라 많은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다.



책 속에는 어른들의 상처와 기억으로 인해 껄끄러운(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소녀 유라가 나온다.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는 데서는 느낄 수 없으나 엄마의 포근함과 살가움이 온전히 오빠에게만 향하는 이유를 알지 못해(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불만인 유라는 방황하는 오빠와 그런 오빠를 바라보며 좌절하는 엄마, 오빠가 포함된 모범생 그룹 안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과 균열 등 일련의 사건 속에 깊숙이 개입되면서 혼란을 겪는다. 그런데 이 위태롭기만 한 모든 일의 뇌관이 유라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더 큰 혼란과 슬픔을 겪게 된다. 유라는 이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자신은 결코 받아보지 못했던 배려와 사랑으로 가족들의 화해를 위해 먼저 다가서는 어엿한 모습을 보여준다.



유독 상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생긴다. 그저 타인의 범주에 속하는 이들의 말과 행동은 내게 큰 의미가 없는 사람이기에 그 순간에는 잠시 화가 날지언정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게 당연할 테니, 상처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사랑의 관계에 놓여있다고 봐야겠다. 때문에 다쳐서 생긴 상처가 곪았다면 그냥 두지 말고 터트려 새살이 올라오게 해야 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들 사이의 상처 역시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내보였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랬더라면 유라와 오빠, 엄마, 아빠, 그리고 안타깝게 죽어간 유라의 생모까지 조금 덜 상처받고, 치유도 빨리 되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엊그제 순식간에 읽어 내린 구경미 작가의 ‘키위새 날다’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를 추억하는 한 남자와 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바람이 만든 아들의 모습을 곱씹으며 괴로워하는 한 여자가 나온다. 성실이 곧 능력이 되는 세상이 아니기에 거리에서 양말을 팔다 생을 마감한 아내가 그저 안쓰럽고 애틋하여 그 아내가 병으로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 탓을 다른 이의 잘못으로 돌리려 자신의 기억창고를 샅샅이 뒤졌던 남편. 착하고 공부도 잘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건실한 청년으로 기억하는 아들의 모습이 실상은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신의 삶조차도 주도적으로 살아갈 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엄마. 두 사람 모두 의식적으로 붙들고 싶어 하지 않았던 사랑하는 이의 모습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었던 마음의 발로였다. 그러나 스스로 부정했던 기억들 모두를 끌어안고 있어야만 아내와 아들 역시 온전해지고, 자신들 역시 치유된다는 것을 이들 역시 알지 못했다. 



현재 기억의 창고에 꾹꾹 눌러 담은 내 내면의 상처는 무엇일까 하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이젠 좀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도 여전히 끈질기게 따라 붙는 나쁘거나 혹은 슬픈 기억들이 있는 반면, 용기가 없어 과감하게 끄집어내어 터트리지 못해 꾹꾹 눌러 앉힌 기억도 있다. 이 모든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취해야 하는 이가 바로 나 자신임을 알고, 상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를 만들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다독이고 용기 내야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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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 - 초등학생을 위한 먹을거리 교과서 고갱이 지식 백과 1
김단비 글, 홍원표 그림, 김종덕 원저 / 웃는돌고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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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야?”

「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을 처음 본 소감이다. 비싼 값을 치루고 먹는 음식들이 쓰레기로 불릴 만큼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미각을 만족시키고 나아가서는 그 맛에 길들여져 다른 음식을 등한시 하는 사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때문에 소귀에 경 읽기’ 같은 책, 늘 해오던 말만 되풀이하는 듯한 책들이 넘쳐나는지라 별반 기대도 하지 않고 들쳐보았다. 책등 부위를 잡고 휘리릭 넘기다가 멈춘 자리에는 ‘나 때문에 다른 아이가 굶는다고?’라는 소제목이 붙어있었는데, 크나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때문에 이 부분부터 읽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굶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의 실체는 먹기 위해 키우는 동물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선진국의 농지 절반 이상이 가축 사료를 재배하는데 쓰이게 돼 사람이 먹을 음식이 부족한 실태를 다루고 있다. 세계 빈곤과 기아의 원인은 워낙 총체적이기에 단순히 동물의 사육만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더라도 배제하기엔 꽤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한 쪽만 읽었어도 한 면에 내용과 그래프 또는 삽화 등이 들어가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 책의 장점이 고스란히 들어났다. 길지 않은 분량에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이야기로 사실 어느 부분을 먼저 읽어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고, 책 한 권에서 이렇게 많은 것을 얻어갈 수도 있다는 점(한마디로 버릴 게 없다) 역시 흡족했다.

혼자서 하는 식사가 아닌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의 중요성, 아침을 거르면 안 되는 이유, 우리 집 밥상에 놓은 음식들의 원산지와 먼 데서 오는 갖가지 음식 재료들의 문제점 등으로 시작하는 서두 부분만 읽어보아도 늘 가깝기만 했던 음식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다양한 작물(생물 다양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을 왜 재배해야 하는지, 우리의 밥상에 오르기 위해 짧고 슬픈 생존기를 거치는 고기들의 이야기, 자연이 주는 혜택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행해지는 자연파괴와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공황상태까지 읽다보면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뭐 먹고 사냐고, 그런 거 신경 쓰고 사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을 더 해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은 언뜻 생각할 때는 일리가 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언 발에 오줌 싸기’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책 본문에 ‘뚱뚱한데도 패스트푸드를 끊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결국은 중독성 때문 -중략-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제대로 활동을 못한다. -중략- 지금은 ’가려 먹기‘가 미덕인 사회가 됐어요. 제대로 가려 먹는 건 편식과는 다르니까요.’(104쪽)라고 쓰인 내용처럼 건강하게 다 같이 잘 살기 위해서는 제대로 가려 먹기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전시되고 있는 ‘오감으로 만나는 미술이야기’의 작품 중에서 유독 눈길이 자주 가는 작품이 있다. 평면회화 작품과 똑같은 실제 모형을 만들어 같은 장소에 전시를 했기에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이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파란 자동차에 고릴라와 거위, 늑대가 올라타 드라이브를 하는데, 너무도 신이 난 표정이다. 작가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갇히고 사육당하며 살육당하는 동물들에게 너무 미안해 작품에서나마 자유로움을 선물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어떤 생물도 세상에 태어나 자연의 법칙에 존재하는 위험만을 감수해야지, 그 이외에 볼거리와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인간들의 편의나 욕심으로 인해 거꾸로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딸아이도 이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컸던지 책의 본문 50쪽에 쓰인 이야기를 했다. ‘비좁고, 더럽고, 아프고’란 소제목처럼 공장형 축산 방식을 생산되는 동물들의 고통을. ‘동물을 대할 때도 최소한 생명을 대하는 예의는 갖춰야’한다는 말에 백배 공감하며, 글을 쓰신 김단비 선생님처럼 지구에 누를 끼치지 않는 생명체가 되는데 날마다 노력하고, 제대로 가려 먹는데 많은 관심을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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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 엄마의 글쓰기 교육 - 집에서 실천하는 맞춤 글쓰기 교육법
체리 풀러 지음, 이순주 옮김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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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잘 연주하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사진을 잘 찍는 사람, 연기를 잘 하는 사람, 운동을 잘 하는 사람, 상품을 잘 파는 사람, 아픈 곳을 잘 치료해주는 사람 등 세상엔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이 참 많다. 각각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며 두각을 나타내는 이 사람들에게 ‘말’ 또는 ‘글’의 능력이 합세하면 세인들의 엄청난 관심과 사랑이 뒤따른다. 예전처럼 하나만 잘 하면 사회에서 성공하고 존경받는 시대는 지났고 하나를 잘 하는 사람이 다른 것도 잘 하는, 덩달아 다재다능한 사람이 대우받은 지 이미 오래다. 이렇게 다양한 재능 가운데 특히 ‘글쓰기’는 어떤 형태의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본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도 이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학생이 배운 것을 모두 잊지 않고 머릿속에서 재구성해 리포트를 제출할 때, 신의 손을 가진 의사라도 논문을 쓸 때, 유능한 사회인이라 할지라도 각종 기안이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회화와 조각 등 예술품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때, 일상생활을 기록할 때, 메일을 보낼 때 등 글쓰기는 우리 생활은 물론 멀리 내다보고 꿈꾸는 직업생활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다. 때문에 학교에서도 글쓰기에 대해 강조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경험과 독서를 권장하며 여러 형태의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흐름에 따라 글쓰기를 잘 하도록 도와주는 도서도 많이 나왔는데, ⌜홈스쿨링 엄마의 글쓰기 교육⌟ 은 유아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부담스럽지 않게 생활 속에서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글쓰기의 정형이라고 알고 있는 완성도 높은 에세이나 시, 기사, 소설뿐 아니라 가족에게 남기는 쪽지, 일의 계획, 장보기 목록조차도 글쓰기의 한 맥락이며 체계적인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한다.

‘책 읽는 가족이 책 읽는 아이를 만든다’는 지극히 상식적인(그렇지만 결코 쉽지 않은)것부터 시작해 평상시 사용하는 대화의 질은 물론 손 편지와 인터넷 이메일 사용까지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글쓰기, 누군가 골라주는 책이 아닌 아이 스스로 택한 책을 통해 의무적인 독후감에서 벗어나 진정 즐길 수 있는 놀이 같은 글쓰기, 일상다반사를 기록하는 생활문 쓰기,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만드는 역사 글쓰기 등 아이가 자라는 것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이 수록되어 있어 자녀의 글쓰기에 신경 쓰는 부모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은 워낙 다양한 정보가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 알아볼 수 있기에 굳이 책을 통하지 않고도 습득할 수 있으나,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관리하고 다양한 카페활동을 하는 내게도 무언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의 바다 위를 헤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한 한 번 보고 잊어버리는 정보라면 더더욱 그러하기에 정말 자신의 자녀가 생활 속에서 다양한 글쓰기를 실천하기 바란다면 꼼꼼하게 읽어보고 메모하며 책속에 소개된 것들을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함께 해보면 어떨까?

꾸준함을 당해낼 것이 없다는 옛말처럼 날마다 조금씩 쌓인 글쓰기의 재료들이 언젠가 빛나는 작품으로 세상에 선보일 수도 있으니 이런 꿈을 꾸며 도전해보는 것 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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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두루미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5
이연실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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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 달간 의도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6∙25전쟁을 소재로 한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호국보훈의 달이라 이와 관련한 글쓰기와 책읽기, 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나라를 위해 애쓰셨던 고마운 분들을 잊지 말라는 행사를 가졌다. 나 역시 전쟁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친정아빠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지금도 전쟁을 치루는 머나먼 나라의 소식을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접하면서 모골이 송연해지기에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전쟁은 단순히 인간의 삶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땅과 하늘을 터 삼아 사는 모든 동식물과 인류의 찬란한 문명마저도 초토화시키는 것이기에 어떤 이유로도 무시무시한 전쟁의 피해가 다시 이 땅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낱 말 못하는 날짐승이라고만 여겼던 철새도 우리 땅 철원에서 전쟁을 겪고 부모형제를 모두 잃어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어른이 된 어느 날, 철원의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했지만 살아 돌아온 두루미에게서 전쟁이 끝났다는 소리를 듣고 그해 가을에 가족을 이끌고 다시 철원 땅으로 돌아온 두루미. 그곳에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자신과 꼭 닮은 잃어버렸던 형을 찾고는 하늘로 힘껏 날아오른다.


맑고 푸른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도 이 두루미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60여년을 이산가족으로 살면서 가슴에 맺힌 한을 풀지 못하는 사람들, 두고 온 고향 산천을 꿈에도 그리는 사람들, 이런 분들의 한을 그대로 대물림 받은 사람들 모두에게 이토록 아름답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두루미의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는지.


딸아이가 책을 읽고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그깟 전쟁, 빨리 남북을 통일하면 되잖아. 내 꿈은 북한 친구와 베프(절친한 친구)가 되는 거야. 솔직히 한민족끼리 싸운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6∙25전쟁 전에는 모두가 평화롭게 살았는데 어른들이 그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어른들은 우리보고 뭘 모른다고 하지만 우리가 볼 땐 어른들이 더 몰라. 어른들은 쉽게 화해하는 법을 모르거든. 어른들도 우리처럼 똑똑해졌으면 좋겠어.”


정말 쉽게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자는 요원하다고도 하고, 혹자는 독일 통일처럼 갑자기 닥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때가 언제든 우리 국민 모두가 두 날개를 활짝 펼쳐 날아오르던 두루미처럼 서로를 반겨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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