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각 창비청소년문학 37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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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을 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황선미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 소설인 「사라진 조각」이 출판되었다. 어린이 동화든, 청소년 소설이든 워낙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지라 많은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다.



책 속에는 어른들의 상처와 기억으로 인해 껄끄러운(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소녀 유라가 나온다.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는 데서는 느낄 수 없으나 엄마의 포근함과 살가움이 온전히 오빠에게만 향하는 이유를 알지 못해(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불만인 유라는 방황하는 오빠와 그런 오빠를 바라보며 좌절하는 엄마, 오빠가 포함된 모범생 그룹 안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과 균열 등 일련의 사건 속에 깊숙이 개입되면서 혼란을 겪는다. 그런데 이 위태롭기만 한 모든 일의 뇌관이 유라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더 큰 혼란과 슬픔을 겪게 된다. 유라는 이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자신은 결코 받아보지 못했던 배려와 사랑으로 가족들의 화해를 위해 먼저 다가서는 어엿한 모습을 보여준다.



유독 상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생긴다. 그저 타인의 범주에 속하는 이들의 말과 행동은 내게 큰 의미가 없는 사람이기에 그 순간에는 잠시 화가 날지언정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게 당연할 테니, 상처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사랑의 관계에 놓여있다고 봐야겠다. 때문에 다쳐서 생긴 상처가 곪았다면 그냥 두지 말고 터트려 새살이 올라오게 해야 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들 사이의 상처 역시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내보였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랬더라면 유라와 오빠, 엄마, 아빠, 그리고 안타깝게 죽어간 유라의 생모까지 조금 덜 상처받고, 치유도 빨리 되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엊그제 순식간에 읽어 내린 구경미 작가의 ‘키위새 날다’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를 추억하는 한 남자와 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바람이 만든 아들의 모습을 곱씹으며 괴로워하는 한 여자가 나온다. 성실이 곧 능력이 되는 세상이 아니기에 거리에서 양말을 팔다 생을 마감한 아내가 그저 안쓰럽고 애틋하여 그 아내가 병으로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 탓을 다른 이의 잘못으로 돌리려 자신의 기억창고를 샅샅이 뒤졌던 남편. 착하고 공부도 잘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건실한 청년으로 기억하는 아들의 모습이 실상은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신의 삶조차도 주도적으로 살아갈 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엄마. 두 사람 모두 의식적으로 붙들고 싶어 하지 않았던 사랑하는 이의 모습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었던 마음의 발로였다. 그러나 스스로 부정했던 기억들 모두를 끌어안고 있어야만 아내와 아들 역시 온전해지고, 자신들 역시 치유된다는 것을 이들 역시 알지 못했다. 



현재 기억의 창고에 꾹꾹 눌러 담은 내 내면의 상처는 무엇일까 하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이젠 좀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도 여전히 끈질기게 따라 붙는 나쁘거나 혹은 슬픈 기억들이 있는 반면, 용기가 없어 과감하게 끄집어내어 터트리지 못해 꾹꾹 눌러 앉힌 기억도 있다. 이 모든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취해야 하는 이가 바로 나 자신임을 알고, 상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를 만들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다독이고 용기 내야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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