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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의자
길지연 옮김, 스즈키 마모루 그림, 다케시타 후미코 글 / 홍진P&M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여기 작은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가구 만드는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작은 의자는 한 아주머니에 의해 아기가 태어나는 집으로 선물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너무 작아 의자에 앉기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그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은 즐거운 기다림이었습니다. 아기는 금세 자랐고 의자를 무척 좋아해서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의자는 때로는 책상으로, 때로는 자동차로, 때로는 터널로 바뀌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도 함께 하게 됩니다. 아기가 자라 소년이 되었을 때, 소년은 의자가 작아져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하고 의자는 창고로 옮겨집니다. 창고는 어둡고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해서 답답하고 심심했습니다.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어졌을 때 의자는 몸에 잔뜩 힘을 주게 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의자가 움직일 수 있잖아요. 의자는 이제 처음 자신을 만드시던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귀여운 아기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아이를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곤 어느 숲에 이르지요. 오랜 시간이 지나고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다가 의자를 주워갑니다. 할머니 집에는 아이가 없고 인형들만 가득했어요. 할머니는 작은 의자에 인형을 앉혔습니다. 예쁘게 생겼지만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인형이 작은 의자에 앉고 난 얼마 후 할머니가 병이 나서 먼 도시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며칠 후 낯선 사람들이 와서 할머니의 짐을 옮겨갔고 다시 내렸을 때는 낡은 물건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그 가게에서 작은 의자는 오래 있었습니다. 인형이 팔려간 후에도 한참을 더.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부부가 가게 앞을 지나는데 남자가 의자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작은 의자도 남자를 보며 생각합니다. ‘아, 이 사람을 보았는데 누구였더라?’ 남자도 말합니다. ‘잠깐만, 이 의자 본 적이 있어.’ 어릴 때 작은 의자에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을 남자는 기억합니다. 그리곤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작은 의자를 사갑니다.
‘작은 의자’는 짧은 내용에 비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은 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숲의 일부였다는 것, 그리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이 아닌 가구 만드는 할아버지의 손에 의해, 할아버지의 바람을 담고 탄생한 물건입니다. 작은 아이를 생각하고 어느 곳 하나 날카롭지 않게 튼튼하게 만든 할아버지의 정성이 가득 담긴 작품인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날 아기가 단지 부모님의 기쁨이요 축복이 아닌 관계 맺어 진 많은 사람들의 기쁨과 소망 속에 태어난다는 것을 의자를 선물하신 친척 아주머니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막 태어난 아기가 너무 작아 의자에 앉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말하는 아기아빠에게 엄마는 금세 자랄 것이라 말하지요. 나도 내 딸이 태어났을 때를 생각하면서 아이는 정말 우리가 알게 모르게 금세 자란다는 것을 공감합니다.
아기가 자라면서 의자에 애정을 느끼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며, 내 딸이 작은 박스 하나에도, 찢어진 종이 한 장, 줄 끊어진 목걸이의 구슬 한 개에도 애정을 보이며 소중히 여기는 것이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건이 그냥 물건이 아니라 만든 이의 정성과 소망이 담긴 물건일 때, 그 소망대로 쓰이지 못하면 그것은 정말 슬픈 일이겠구나, 사람을 만드신 조물주도 우리가 아름답게 살지 못하면 많이 슬프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물건들이 흔하게 있어서 물건의 소중함을 정말 모르지만, 이 책을 보며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이 자라서 더 이상 물건이 필요하지 않을 때 그냥 버리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잘 쓸 수 있는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정말 좋겠다는 소망을 품으며 책을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