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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는 만큼 보여요 -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ㅣ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21
이남진 글, 홍기한 그림 / 상수리 / 2012년 8월
평점 :
신문을 보아도 늘 우울한 기사, 화나는 기사, 겁나는 기사가 대부분이라 아이들과 신문활용교육을 하면서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오랜만에 기분 좋은 기사가 실렸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에 속하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 말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영화제에서 처음 받은 최고상이기에 모든 신문에 김기덕 감독과 배우, 베니스영화제를 비롯한 칸과 베를린 영화제에 대한 성향분석까지 다양한 기사가 실려 19세 이상 관람가인 영화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했다.
수업자료를 만들면서 영화와 관련해 어떤 것을 함께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가운데 인터넷에 접속해보니 너무 많은 정보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때 만난 책이 ‘영화, 아는 만큼 보여요’다. 얇은 책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는 반면 영화의 역사와 제작 과정 중 중요한 부분을 골고루 취합해 작지만 속이 꽉 찬 맛있는 송편 같은 느낌이 난다.
시네마, 필름, 무비 등 영화를 지칭하는 다양한 표현과 극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로 구분하는 영화의 갈래 소개,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 카메라를 발명한 에디슨을 제치고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 이유를 시작으로 영화의 역사가 펼쳐진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소리가 없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에서 컬러 영화를 거쳐 4D 영화가 나오고, 영화의 부흥이 산업으로까지 이어져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배우가 인사를 하자 갓을 벗고 마주 인사를 했다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다. 이후 영화가 나운규 감독에 의해 항일 정신을 일깨워주는 계기를 심어주었고, 한국전쟁 이후에 영화의 황금기를 누리다 정부의 간섭과 감시로 급작스럽게 위축되는 격동의 세월을 맞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영화제에서 인정받아 최고상을 수상한 영화도 나오게 되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자금과 시나리오, 배역, 의상, 음악, 편집 등 우리가 단순히 눈과 귀와 열린 마음으로 관람하는 영화 한 편을 위해 수없이 많은 인력과 자금, 기술이 총동원되는 종합예술이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어 앞으로 영화를 볼 때는 단순한 감동이나 재미를 넘어 만든 이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심어준다.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만도 수십 편, 해외에서 수입 된 것도 엄청난 가운데 거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블록버스터들에 의해 극장에서 상영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수많은 영화가 있다는 것을 이번 베니스 영화제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김기덕 감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피에타 역시 그렇게 기회를 기다리는 영화에 자리를 내주길 바라며 상영 한 달 만에 종영을 한다는 기사를 오늘 접했다. 나 역시 광고를 많이 해 눈에 익은 작품을 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충분히 좋은 메시지나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는 소자본 영화들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영화를 볼 때는 엔딩 크레디트까지 꼼꼼하게 챙겨보며 영화를 만든 이들의 노고에 대한 예의도 꼭 빠트리지 않겠다고 혼자 다짐해본다. 그나저나 고민이다. 김기덕 감독의 수상 소식은 참 기쁜 일이지만, 내 취향과 너무 달라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많이 망설였는데 조기 종영한다니 한 번 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