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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어드벤처 : 장승업의 매 ㅣ 아트 어드벤처 한국의 예술가 3
모비 글, 이정태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타고남과 키워짐’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한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그림을 향한 목마름에 늦은 나이에 학원을 다니며 배우고, 그림만 그릴 형편이 아니라 힘겹게 그 끈을 잡고 있는 가운데 권위 있는 미술상을 받은 지인이 있다. 지인은 어려서부터 화가를 꿈꾸던 아이들이 예고를 나와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나오는 수순을 밟은 이들에겐 지인 같은 사람이 곱게 보이지 않으니 이로 인해 또 다른 고민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참 힘들다고 한다.
때때로 위와 같은 어려운 환경과 관계 속에서 그림을 포기하고 싶지만, 결국 자신을 지탱해 온전하게 세워주는 것이 그림이기에 붓을 놓을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그는 타고난 화가이고, 그림은 그에게 공기와도 같은 뗄 수 없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천한 신분이었음에도 어깨 너머로 배운 그림 실력이 예사롭지 않은 장승업과 이를 알게 된 후 그를 아끼고 지원한 이응헌이란 인물이 있어 오늘날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문화유산이 전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능력을 크게 사 지지해 주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정규 코스를 밟지 않고, 게다가 철저한 신분 사회에서 그 신분마저 미천해 업신여김 받으며 자신의 재능을 펼쳤다는 건 남겨진 몇 줄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그 아픔이, 억눌림이 술을 끊지 못하는 원인이 아니었을까?
장승업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예술가로서의 기쁨과 고뇌가 얼마나 클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작품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러나 고흐와 밀레, 피카소와 미켈란젤로 등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 정작 우리나라의 걸출한 예술가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들어본 일이 없다는 얘길 들으면 참 씁쓸하다.
이러한 연유로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 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본다. 얼마 전에 아트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세기의 명화들이 사라져 이를 저지하는 AS센터 어린이 요원의 활약을 그린 ‘미켈란젤로’ 편을 읽고 우리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책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뒤이어 한국편이 계속 출간되어 좋았다. 한국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장승업의 매’는 바로 조선시대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장승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장승업은 매화, 나비, 난초 등 자신 있게 그릴 수 있는 분야의 전문화가들과 달리 새나 짐승을 그린 영모화나 인물화, 산과 물이 어우러진 산수화, 꽃가지와 과일 등을 섞어 그린 기명절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드러낸 타고난 예술가였다.
먹잇감을 노려보는 모습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매 그림을 노리는 아트 테러리스트들의 계략을 따돌리고 왕에게 그림을 전하기까지 재미있지만 긴장된 이야기가 이어지기에 단숨에 읽게 만든다. 사이사이에 장승업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나 화풍, 동시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장승업을 알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버스 안에서 읽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들이 흘깃거리며 보는 게 느껴질 어린아이들 만화책 같지만, 기행적인 장승업에 대한 단편적 지식만 있었던 내게 장승업의 삶과 작품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던 책이어서 좋았다. 시리즈를 구성할 때 장승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우리나라의 예술가들을 접할 수 있도록 힘써주면 좋겠다.